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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왜, 지금 가덕도인가?
2021-03-04 06:00:00 2021-03-04 06:00:00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통과시킨 ‘가덕도신공항특별법’에 대해 대다수 언론이 사설 등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론도 좋지 않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여론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3.6%가 “잘못된 일”이라 평가했다. 심지어 특별법 수혜지역인 부산·울산·경남 권역에서조차 “잘못된 일”이라는 응답이 54.0%에 달했다.
 
2002년 4월 김해국제공항에서 중국 민항기 추락사고가 발생하면서 제기된 동남권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가 벌써 20년이다. 어쩌면 국가가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신공항 추진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와중에, 국회가 특별법을 제정했으면 여론의 지지가 뒤따라야 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별법 뒤로 4월에 예정된 부산시장 보궐 선거의 그늘이 어른거린다. 
 
일반적인 신공항 건설 절차는 '공항시설법'에 따라 절차가 진행된다. 신공항을 건설하기로 정부방침이 결정되면 사전타당성검토를 실시하고, 이를 통해 최적입지가 선정되면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한다. 그 결과 사업의 타당성이 인정되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장관은 본격적인 사업 착수를 위해 공항개발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시행자를 지정하며, 토지를 수용하여 부지를 확보하고 공사를 거쳐 준공 및 개항에 이르게 된다. 
 
가덕도는 지난 2016년 6월 사전타당성조사 입지 평가결과 김해·밀양과 비교하여 최하 점수가 나온 지역이다. 그런데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은 신공항 최적입지로 가덕도를 전제로 했을 뿐만 아니라,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하였다. 불과 5년 전에 최하 점수가 나온 지역을 대규모 국책사업 입지로 지정하여 특별법을 제정했다면 국민에게 특별한 사정변경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교통위원장이 특별법안 제안이유로 든 것 어디에도 단지 동남권 신공항 필요성만 강조했을 뿐 가덕도가 최적 입지인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선용'이라는 생각 이외 다른 어떠한 이유도 떠오르지 않는다. 
 
또한 동남권 신공항 사업은 대구·경북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지난 2015년 1월 부산·울산·대구·경북·경남 등 5개 시·도지사는 정부의 사전타당성조사 결과에 따라 신공항 입지를 수용하기로 합의서까지 체결했다. 그 결과 신공항 입지로 김해가 결정되었고, 2016년 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여 통과하기까지 한 것을 합의당사자인 대구·경북에 아무런 양해도 없이 특별법제정으로 뒤집은 것이다. 지난 2016년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가덕은 대구나 경북지역으로부터 지상접근 시간과 거리가 적정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평가된 것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앞선 여론조사에서 대구·경북 권역에서 “잘못된 일”이라는 응답이 무려 73.4%에 달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필자는 동남권 신공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헌법에서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지역경제 육성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의 세금이 투여되는 것은 당연히 감수되어야 한다. 그러나 1위로 평가받았고 이미 예비타당성조사도 통과한 김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면 어째서 2위인 밀양을 제치고 최하 점수를 얻은 가덕도에 신공항을 추진하는지에 대해 정치권은 아무런 설명을 못하고 있다. 그저 자신들에게 주어진 입법권을 행사했으니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알아서 하면 된다는 식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미 국회에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고 거리를 두고 있다. 감사원 감사가 들이 닥칠지도 모른다. 아마도 현 정권 남은 임기 내에는 아무런 사업도 추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가장 두려운 것은 이런 행위를 당연하다고 여기게 되는 일 아닐까. 가덕도에 신공항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매표행위와 다름없다는 비판에도 선거 때는 언제나 그래왔고 정권을 가진 자들은 언제나 그랬다고. 그런 있어서는 안 될 익숙함이 너무나 두렵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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