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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팬데믹 시대의 게임할 권리
2021-11-25 06:00:00 2021-11-25 06:00:00
지난주 부산에서는 게임쇼인 '지스타 2021'이 열렸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역에 만전을 기울여 하루 입장객을 백신 접종 완료자나 PCR 음성 확인자 6000명으로 제한해 안전하게 진행됐다. 필자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에서 주최한 '게임할 권리와 자율규제: 문화향유권을 중심으로' 포럼에 토론자로서 참여했다. 문화로서의 게임 산업은 첨단기술 산업으로 논의되기도 하지만, 일부 게임이용자들이 게임에 과몰입해 일상생활을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진흥과 동시에 규제의 대상이 돼왔다. 인류사가 팬데믹 이전과 이후로 나뉠 거라는데 게임 문화의 향유권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포럼의 발제를 맡은 국민대 박종현 교수는 헌법 관점에서 국가가 게임 영역에 원칙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게임문화의 자율성, 다원성이 침해되거나 비국가적 주체에 의해 게임문화가 위협을 받거나 공공복리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의 개입이 가능하며, 이 개입 과정에서 국가는 게임문화 창조를 위한 게임 참여의 기회, 게임 접근권을 모두에게 자유롭고 균등하게 보장해야 하며, 게임문화를 다른 문화와 달리 취급하거나 특정 게임을 다른 게임과 달리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과거 게임은 유해 매체이자 문제가 많은 콘텐츠로 인식돼 청소년 보호나 도박 중독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게임이라면 학교에 가지 않고 일탈하는 공간으로서 오락실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여가 문화에서 게임을 오랜 시간 하는 것은 문제라고 인식된다. 학부모와 청소년 간 끊임없는 갈등 요인이 되기도 하고 학부모의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에게는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한다. 과연 게임할 권리는 국가에서 개입할 사안인가. 
 
이야기 주제를 바꿔 유럽의 감자 이야기를 해본다. 유럽 식문화의 역사에서 감자를 빼고 이야기를 할 수 없다. 프로이센에서는 유럽 기근의 해결책으로서 감자를 국가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농민들은 이교도의 작물인 악마의 저주가 깃든 감자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프리드리히 2세는 감자가 기근을 해결할 것으로 확신하고 감자의 운반과 재배, 보급을 군대에 맡겼다. 
 
프랑스에서도 가톨릭 식문화가 발달해 하늘에 가까운 음식, 예를 들어 비둘기 요리 등이 좋은 음식으로 여겨졌다. 반면 땅 밑에서 자란 감자는 지옥에 가깝다는 이유로 신부와 수녀들이 재배를 반대하며 한센병이나 성병을 일으킨다고 했고, 농민들은 그들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이때 농학자 파르망티에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적극적으로 감자 요리를 만들어 왕실 연회장에 내놓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앙투아네트는 감자 꽃 머리 장식을 하고 무도회에 나가기도 하고 궁궐 정원에 감자를 심어 경비병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일부러 밤에는 경비병을 세우지 않아 농민들이 정원에 들어와 감자를 훔쳐가도록 해 감자 보급을 높였다. 
 
팬데믹 이후 비대면과 온라인 서비스가 강화되면서 게임 산업은 크게 성장했다. 전 세계 모바일 게임의 매출액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게임 기업들의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비대면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과 직접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소셜, 파티 게임 등이 인기를 끌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외출이 어려워지자 온라인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소통할 수 있는 게임이 떠오르는 것이다.
 
게임에 질병코드 도입을 고려하던 세계보건기구(WHO)도 팬데믹 상황에서 게임을 이용하라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은 건전한 여가 문화”라고 신한류 진흥정책으로서 e스포츠를 추가했으며 셧다운제 등의 규제도 완화됐다. 팬데믹 이후 인류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는 데에 게임산업은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게임 산업 관련 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게임 산업이 피터팬 신드롬에 빠져 있지 않나 할 때가 있다. 몸은 이미 성장했는데 어린이처럼 성장하길 거부하는 경향을 게임업계 전반에서 볼 수가 있다. 게임 산업은 사회에 대한 책임을 생각하여 자율 규제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게임할 권리를 쟁취할 필요가 있다. 유럽에서의 감자 식문화 도입에도 많은 갈등과 투쟁이 있었던 역사가 있었던 것처럼 게임 산업 종사자들은 하나의 문화, 여가생활로서 게임할 권리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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