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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치수, 어떻게 할 것인가②)'강남 침수' 전조 수차례…예산 탓만하다 피해 키워
강남역 일대, 주변 대비 17m 낮은 '항아리 지형' 원인
서울시, 대비책 추진…예산·설계 문제로 공사, 지지부진
방재시설 완료돼도 시간 당 100㎜ 폭우엔 '속수무책'
2022-08-23 06:00:00 2022-08-23 06:00:00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이번 집중호우와 같은 극단적 기후현상이 빈번해질 것이란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서울시가 도심 상습 침수지역에 대한 예방 대책이 미흡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강남역 일대는 지난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5번 이상의 침수가 발생한 고질적인 취약 지역이다. 과거 서울시가 이 지역의 반복되는 침수 원인을 진단하고 대비책을 추진했지만 예산과 설계 문제 등으로 공사가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9일 이틀간 강남구와 서초구 지역에는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내렸다.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강남구는 116㎜, 서초구는 110㎜로 기록됐다. 강남 지역의 시간당 최대 강우 처리 용량은 85㎜ 정도로 이를 훨씬 능가하는 양이다.
 
지난 9일 오전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에 지난밤 폭우로 침수된 차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남역 일대는 폭우가 내릴 때마다 도심 지역 중 침수 피해가 심한 지역이다. 지난 2010년 9월 시간당 100㎜가량의 폭우로 침수됐고, 그다음 해인 2011년 7월, 삼 일간 서울에 587.5㎜의 비가 쏟아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엄청난 물폭탄으로 서초구에 있는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17명의 사망자와 5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로 한국이 떠들썩했던 2012년 8월 당시에도 강남에 시간당 50㎜ 이상의 비로 무릎 높이 정도 물이 차오르고 배수구에서 물이 역류하는 사고가 잇따랐다. 
 
3년 연속 강남역 일대의 침수 피해가 반복되자 서울시는 2015년 초 '강남역 일대 및 침수취약지역 종합배수 개선대책'을 발표하고 잦은 침수의 원인을 분석하고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웠다. 당시 서울시가 진단한 강남역 일대의 침수발생 원인은 △강남역 일대 지형이 주변보다 17m 이상 낮아 비가 많이 오면 고일 수밖에 없는 '항아리 지형' 구조 △강남대로 하수관로 설치 오류 △반포천 상류부 통수능력 부족 등이였다. 
 
이 때 서울시는 항아리 지형 이외 잘못 설치한 하수관로를 바로잡기 위해 '배수구역 경계조정'을 위해 85억원의 사업비를 배정했다. 반포천 상류부 통수능력을 부족을 대비하기 위해선 348억원을 투자하고 서울남부터미널 일대 빗물을 반포천 중류로 분산하는 지하 배수시설 '유역분리터널' 공사를 추진했다.
 
그러나 공사가 계속 지연됐다. 배수구역 경계조정 공사는 당초 2016년까지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예산과 시설물·창고 등 지장물 이설 문제로 2024년까지 연장됐다. 
 
반포천 유역분리터널 공사도 애초에 지난 2019년 우기 전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지난 2018년 공사를 시작하고 올해 6월 완공됐다. 그 사이 지난 2020년 8월 강남역에 하수가 역류하는 상황이 다시 연출됐는데 예정대로 이 두 공사가 완료됐다면, 강남역 일대에 30년 빈도 시간당 95㎜의 비를 막을 수 있는 능력이 마련돼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당연히 지난 6월 완공된 분리터널의 방재시설만으로는 이번 강남역 일대에 내린 100㎜ 이상의 기록적 폭우를 막기에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2024년으로 밀렸던 배수구역 경계조정 공사가 완료될지라도 향후 이번과 비슷한 수준의 심한 폭우가 강남 지역을 또 다시 강타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가 끊이질 않고 있다.
 
'2015년 강남역 일대 종합배수개선대책'. (자료=서울시)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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