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감 된 미디어젠)②꼬여버린 앨터스의 '적대적 M&A'
자본잠식 회사가 235억 조달…이티홀딩스 자금력 의구심
실사주 거론 김의탁씨, 과거 판타지오·윌링스 인수 시도
2024-05-16 06:00:00 2024-05-16 07:45:42
 
[뉴스토마토 이종용, 박준형 기자]  미디어젠(279600) 최대주주의 지분매각이 실타래처럼 꼬여가고 있습니다. 앨터스투자자문(앨터스)이 경영권 확보라는 선행 조건을 완료하지 못하면서 이탈하는 지분 인수자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지분 인수 주체인 이티홀딩스의 자금력에도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지담, 미디어젠 지분 매입 철회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앨터스와 미디어젠 지분 및 경영권인수 계약을 체결한 지담투자조합이 최근 관련 계약 취소하고, 계약금 5억5000만원을 돌려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앞서 앨터스는 미디어젠 최대주주인 키맥스를 비롯해 주요주주들과 ‘주식매매계약 지위이전 약정’을 체결하고 미디어젠 지분 매각에 나섰습니다. 올 초 고객 계정으로 보유한 지분 44.24% 중 38.89%를 이티홀딩스, 지담투자조합, 다솜투자조합 등 3곳과 매각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지담투자조합의 계약 해지는 앨터스의 계약 미이행에 따른 것입니다. 앨터스는 해당 계약서에 '지분과 함께 미디어젠 경영권도 양도한다'는 조항을 넣었지만 지난 3월 주총에서 미디어젠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경영권 확보가 힘들어지자 앨터스는 지난 3월 연장계약을 새로 체결했습니다. 기존 3월31일이던 잔금 납입을 8월31일까지 미뤘고 그때까지 '선행조건'(경영권 확보)을 완료하기로 했습니다. 해당 연장 계획은 지담홀딩스의 동의 없이 이티홀딩스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연장 계약으로 시간을 벌었으나 최종 계약이 완료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지담투자조합이 빠지면서 이티홀딩스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당초 이티홀딩스는 주당 1만8000원에 66만6869주를 120억여원에 인수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담투자조합이 빠지면서 자금 조달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이티홀딩스는 당장 새로운 투자자를 구하거나, 지담투자조합의 인수분(115억여원)을 포함해 총 235억여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티홀딩스는 리워터월드의 이경화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법인입니다. 이경화 대표는 지난해 허니코리아라는 법인을 인수해 사명을 이티홀딩스로 변경했습니다. 이티홀딩스의 등기상 주소지에는 리워터월드의 명판이 붙어있으며 영업활동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2022년 기준 자기자본은 -15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입니다. 이경화씨가 대표로 있는 리워터월드 역시 2022년 기준 자기자본 -5억52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입니다.
 
이티홀딩스 주소지로 등록된 서울 여의도 인근 오피스. 영업활동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사진=박준형 기자)
 
이티홀딩스 배후 김씨 거론
 
시장에선 이티홀딩스의 미디어젠 인수를 기획한 인물로 김의탁씨를 꼽고 있습니다. 김씨는 리워터월드의 최대주주로 지난 2021년까지만 해도 김의탁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활동이 뜸했지만, 김의탁씨는  M&A 시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왔다고 들었다"면서 "미디어젠 인수와 관련해서도 김의탁씨가 지인들을 통해 주도적으로 M&A를 시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김의탁씨는 과거에도 여러 상장사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지난해에는 리워터월드를 통해 캐리(전 윌링스(313760)) 인수를 시도했습니다. 당시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윌링스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려 했으나 자금 납입이 수차례 지연됐고 결국 납입자가 변경됐습니다.
 
리워터월드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매출 0원을 기록해 영업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홈페이지에 표기된 리워터월드 주소지 방문해 이티홀딩스의 윌링스 인수 시도 및 미디어젠 인수 관련 취재를 시도했으나 담당자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연락을 주겠다는 관계자의 언급이 있었지만 연락은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논란과 관련해 김의탁씨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미디어젠 M&A를 주도한 것은 내가 아니다"라며 "지인들과 회사를 인수해 일을 하려던건데 어디서 그런 소문이 나왔는진 모르겠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리워터월드는 관공서 사업 중심인데 개인사업을 이끌어가다 보니 돈이 많이 들기도 하고 상장회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회사 볼륨을 키우기 위해 M&A를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무자본 M&A 방식과 유사한 수순
 
자본시장에서 김의탁씨의 활동이 처음 확인된 것은 18년 전 디지웨이브테크놀러지(현 판타지오(032800))에서입니다. 당시 디지웨이브텍은 보름 만에 최대주주가 안중현 현우F&T 대표에서 이우근 이사로 2차례 변경되며 잡음이 있었는데요. 이 때 함께 이사진에 올랐던 인물이 현우F&T에서 근무하던 김의탁씨입니다.
 
김의탁씨는 김종서 디지웨이브텍 대표, 이근우 이사 등과 함께 디지웨이브텍을 장악했으며, 6개월여 만에 모두 사임했습니다. 최대주주 역시 이근우→풍안방직→김만영으로 변경됐습니다. 이근우씨가 디지웨이브텍을 장악한 6개월여 만에 회사 사정은 급격히 악화했습니다. 신사업 진출을 예고하며 프로머스기술 지분을 인수했으나 출자계약은 허위였고, 공장 신축을 위해 38억원을 집행했으나 공사는 중단됐습니다. 담배제조사업 진출을 위해 153억원을 조달했지만 사업 추진이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김종서 대표, 이근우 이사 등은  배임혐의로 고소를 당했습니다. 
 
일련의 사태를 거치며 6개월여 만에 1만9000원대였던 디지웨이브텍 주가는 2500원대까지 내리며 86%급락했고, 2006년 반기 95억원이던 잉여금은 반년만에 결손금 365억으로 전환됐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티홀딩스를 비롯해 인수인들의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외부 차입을 통해 자금 마련 후 주식담보대출로 이어지는 무자본 M&A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앨터스투자자문 관계자는 "앨터스는 투자일임을 받아 투자를 하는 회사지 M&A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처음부터 M&A를 의도했던 부분이 아니라 상황이 그렇게 되다보니 M&A까지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꼭 이티홀딩스가 아니더라도 미디어젠을 보다 좋은 회사로 만들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컨택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강서구 인근 오피스건물에 위치한 리워터월드 사무실. 김의탁씨가 리워터월드의 최대주주로 있다. (사진=박준형)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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