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부산행', 22대 국회서도 ‘험난’
21대 국회 산은 '본점 이전' 법안 4개 폐기…지역 중소기업 기다리는데
"여야 정쟁보다 지역 구도로 봐야"…정치적 타협 필요해
2024-05-31 06:00:00 2024-06-07 11:07:04
 
[뉴스토마토 김한결·신유미 기자]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논의는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다음 22대 국회로 넘어갔습니다. 한국산업은행법을 개정해야 산업은행 부산행 길이 열립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국정과제를 명분으로 부산행을 밀어붙이는 중입니다. 산은법 개정은 22대 국회에서도 도마 위에 오르겠지만 거대 야당이 버티고 있어 정부로선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전망입니다.
 
'부산 이전' 골자 산은법 개정안…여야 모두 발의
 
31일 국회에 따르면 부산 이전이 골자인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들은 지난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안건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이로써 계류 법안들은 폐기됐고 산업은행 부산 이전 논의는 22대 국회에서 이어갈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산업은행법 제4조(본점 및 지점 등의 설치) 1항에는 '한국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를 고치기 위해 2022년 1월엔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9월엔 박재호 민주당 의원이 대표로 산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서 의원은 개정안에서 제4조 1항의 '서울특별시'를 '부산광역시'로 바꿨고, 박 의원도 동일한 조항에서 '서울특별시'를 '부산 금융중심지'로 변경하자는 내용과 함께 '지역균형개발' 등을 강조했습니다. 
 
이외에도 2020년 송기헌 민주당 의원, 2022년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이들은 지역을 특정하지 않고 서울 본점을 이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송 의원과 김 의원의 법안엔 여야 의원들이 동참했습니다. 21대 국회에서 산은 본점 이전을 담아 발의된 법안만 4건입니다. 대표 발의자를 기준해 국민의힘 1건, 민주당 3건입니다.
 
'지역 균형발전' 당위성보단 정쟁·지역구도에 매몰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당위성은 지방 균형발전에 있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인구, 자본이 집중된 대한민국은 지방소멸 문제에 직면해 있는데요. 이에 역대 정부들이 지역경제 살리기, 지역 중소기업 지원,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 공공기관 이전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정부와 부산시는 부산을 글로벌 금융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현재 부산 문현금융단지에는 기술보증기금을 비롯해 주택도시보증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이 내려와 자리를 잡은 상태입니다.
 
산업은행 본점 이전엔 지역 중소기업 육성의 목적도 있습니다. 산은법 제18조(업무)는 △산업의 개발·육성과 △중소기업의 육성을 위해 자금을 공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있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은 산은이 부산으로 올 경우 정책금융 수혜와 시중은행, 지방은행 등과 연계된 금융 지원 등이 증가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22대 국회에서도 부산 이전을 위한 산은법 개정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윤 대통령의 국정과제에 거대 야당이 힘을 실어줄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2년 6월 산은 회장에 취임한 강석훈 회장은 국정과제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부산행을 추진 중입니다.
 
한 여당 정무위 관계자는 "산은 부산 이전을 두고 처음엔 민주당 수도권 의원들 중 일부가 반대했는데 이젠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다"며 "법안을 여야가 공동발의하더라도 사실상 부산, 경남 지역구 의원들 외엔 큰 관심이 없어 산은이 부산으로 가려면 여야 지도부를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야당 정무위 관계자는 "2007년 공공기관 이전이 추진될 때도 산업은행은 빠졌다"며 "그땐 틀리고 지금은 맞으려면 왜 옮겨야 하는지를 설득해야 하는데 막무가내로 '금융허브'를 들먹이며 부산이어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부울경과 수도권 간의 지역구도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설명도 나옵니다. 다른 야당 정무위 관계자는 "여당의 오세훈 서울시장은 산은 이전을 반대하고 야당 쪽 부산 의원실은 찬성하는 분위기라 새로 시작되는 22대 국회의 부울경 정무위 의원들이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부산행에 속도가 붙으려면 정치적 대타협이나 여야간 주고 받기 등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게 아니고서는 지금의 정쟁과 지역 구도를 감안했을 때 정권 교체 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됩니다. 정치권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도 부산 이전을 주장하는 의원은 많겠지만 민주당은 정권 교체 후에나 본격적으로 부산 이전을 추진할 거란 시각입니다. 다만 그렇게 되면 야당이 될 지금의 여당도 반대 입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습니다. 
 
한편, 정부 여당이 민주당과의 협상에 실패할 경우 산은이 부서별 인사발령이란 편법을 동원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미 한 차례 편법 논란이 불거진 바 있는데요. 지난해 1월 산은은 지역성장 부문(지역성장지원실, 동남권투자금융센터)을 부산으로 이전, 해양산업금융 2실을 신설했습니다. 해당 조직 개편으로 본점 직원 84명이 부산으로 발령 받았습니다. 산은 노조가 반발하며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전보 발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는데요. 지난해 6월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지만 노조는 곧바로 항고장을 제출한 상태입니다.
 
윤석열정부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국정과제로 내세웠지만 21대 국회에서 산은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 22대 국회에서 산은법 개정 논의는 지속될 전망이다. (사진=산업은행)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신유미 기자 yumix@etom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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