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재정' 강조하더니…쏟아지는 대책에 나라 곳간 '텅텅'
윤 대통령, 총선 이후 첫 지방 민생토론회 개최
26번째 민생토론회에도 '재원 마련 방안' 안보여
재정건전성 훼손에 "정책 옥석 가려야" 지적도
2024-06-20 17:30:28 2024-06-20 18:33:15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4·10 총선 이후 지방에서 열린 첫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살기 좋은 지방시대 구현을 위한 '경북 맞춤형' 대책을 내놨습니다. 우선 경북에 3조4000억원 규모의 영일만 횡단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경주엔 3000억원 규모의 소형모듈원자로(SMR) 국가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경북을 스타트업 기업과 스마트팜의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방침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재원'입니다. 앞서 수차례 진행한 민생토론회와 마찬가지로 이날 열린 민생토론회에서도 정부 대책들이 쏟아졌지만, 구체적인 재정 투입 규모나 재원 마련 방안은 엿보이지 않았습니다. 지난해부터 최악의 세수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라살림 적자 규모도 지난 4월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했는데요. 윤석열정부가 강조해온 '건전재정' 기조에 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가운데, 나라살림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건전재정' 기조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경북, SMR·청정수소 허브로 육성"
 
윤 대통령은 이날 경북 경산시 영남대 경산캠퍼스 천마아트센터에서 '동북아 첨단 제조혁신허브, 경북'을 주제로 26번째 민생토론회를 주재하면서 "경북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업구조 혁신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경북은 과거 철강과 섬유산업을 통해 대한민국의 수출입국을 주도했다"며 "현재는 수소 바이오와 같은신성장 동력을 발굴해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경북의 산업혁신을 확실하게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약 8000억원 규모의 동해안 수소경제산업벨트 조성을 지원해 경북을 수소산업의 허브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현재 포항 블루벨리 국가산업단지 안에 30여개의 연료전지 기업이 모여 수소연료전지 국산화를 추진하는 수소연료전지클러스터가 구축되고 있다"며 "원자력으로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울진 원자력 수소 국가산단을 추진하고 있는데, 18일 국무회의에서 예타면제가 결정된 만큼 앞으로 추진속도를 더욱 높이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SMR 산업을 이끌 혁신 기자재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까지 산업부가 800억원 규모의 원전산업성장펀드를 만들 것"이라며 "경북이 SMR 제작 역량을 확실히 키워서 글로벌 SMR 제조허브로 성장하도록 기술개발과 시제품 제작 비롯한 인프라 구축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경북의 낙후된 교통인프라를 개선도 약속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교통인프라 확충은 경북의 제조혁신 허브로의 도약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고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필수적"이라며 "3조4000억원 규모 영일만 횡단 고속도로 건설을 빠르게 추진하겠다. 오랜 경북의 숙원사업인 성주대구 고속도로도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했습니다. 더불어 스타트업과 스마트팜을 육성 지원 방침도 내놨습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된 구미산업단지를 반도체 소재부품의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면서 "1차로 2026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설계 검증을 위한 'R&D실증센터'를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관광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서도 "호미곶에 1300억원 규모의 국가해양생태공원을 조성하고 포항, 영덕, 울진 등 동해안 지역에 호텔과 리조트를 건설하는 '동해안 휴양벨트' 조성 사업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문제는 '재원'…"건전재정·감세, 병립 의문"
 
문제는 '재원'입니다. 정부는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26차례 민생토론회를 진행하며 약 250여개가 넘는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각 정부부처들은 매 민생토론회마다 파격적인 정책 발표를 지속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엔 침묵하고 있는데요. 예산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없이 '청사진'만 발표하다보니 정부정책의 신뢰도 하락은 물론, 정책 불확실성마저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는 일단 내년도 예산안의 기조를 '건전재정'으로 정한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량지출을 10% 이상 줄이는 방식으로 재정적자 규모를 줄여나간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법인세 등 공격적인 감세로 세수 기반이 허약해진 상황에서 나날이 하나씩 감세 정책이 추가되는 현실에 '건전재정' 기조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더구나 지난해 56조원의 세수 펑크가 났고 올해도 30조원대 펑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실제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누계 중앙정부 채무는 1128조9000억원까지 불어났고,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 주는 관리재정수지도 4월 기준 역대 최대인 64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기업의 경영실적 저조로 법인세가 덜 걷히면서 올해 4월까지 누계 국세수입은 8조4000억원 줄어든 125조6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건전재정' 기조가 무너질 것을 우려하며 민생토론회 등에서 쏟아낸 수많은 정책 과제를 '제로베이스'(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건전재정과 감세, 병립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대규모 감세 정책으로 이미 세수가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생토론회 등에서 나온 많은 과제들을 정책당국이 모두 수용했다간 재정이 감당을 못할 것"이라며 "제로베이스에서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 천마아트센터에서 '동북아 첨단 제조혁신허브, 경북'을 주제로 열린 스물 여섯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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