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이전시 지방은행 위기?…"시너지 기대돼"
부산·경남은행 중기대출 비중 60%
국책은행 낮은 조달금리 무기로 흡수 우려
"정책자금 조달 쉬워지고 협업 기대도"
2024-05-31 06:00:00 2024-05-31 10:05:03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지방은행의 경쟁력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오히려 부산·울산·경남지역 산업 활성화에 기여해 지방은행도 그 수혜를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전망도 공존합니다. 이미 시중은행과 경쟁 중인 지방은행으로선 국책은행과 협업해 정책자금을 더 쉽게 조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입니다.
 
"산은 이전 후 푸시영업하면 지방은행과 마찰"
 
(그래픽=뉴스토마토)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023년 말 기준 총 원화대출금 133조8433억원 중에서 중소기업대출 26조1242억원을 갖고 있습니다. 전체 원화대출금 중 중기대출 비중이 20% 정도에 그칩니다.
 
반면 부울경 지역을 기반으로 영업하는 BNK부산은행과 BNK경남은행은 전체 원화대출금 중 중소기업대출 의존도가 훨씬 큽니다. 같은 기간 부산은행은 원화대출금 총 58조7681억원 중 중소기업들에게 빌려준 대출이 34조8546억원으로 59%, 경남은행은 39조6689억원 중 24조8496억원으로 63% 비중에 달합니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해 낮은 금리로 지역 중소기업들의 중기대출을 흡수할 경우 지방은행들이 타격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합니다.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라서 정부와 동일한 신용등급이 부여됩니다. 덕분에 자금 조달 시 발행금리가 낮아 대출도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주된 자금 조달 수단인 산금채 3년물 금리는 29일 기준 3.542%였습니다. 시중은행의 자금원인 은행채(무보증·AAA) 3년물 금리 3.678%보다 0.1%포인트 이상 낮습니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은 시중은행과 같은 AAA 등급이어도 시중은행보다 시장금리가 높게 책정돼 조달금리가 더 높습니다. 경남은행을 비롯한 전북은행, 광주은행 등은 이들보다 낮은 AA 등급으로 평가됩니다.
 
이로 인해 금융업계에서는 산업은행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지방은행들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산은의 부산행을 막아서고 있는 산은 노조 관계자는 "현재 부산에도 산은 지점이 충분히 많아서 산은이 할 수 있는 금융지원을 다 하고 있다고 보는데, 아예 부산으로 이전하면 정부에서 지역 대출이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영업을)푸시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특정 지역을 타깃으로 정책자금을 더 많이 푼다면 지방은행들과의 마찰도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영업 대상 달라…정책금융 시너지도 기대"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지방은행과 경쟁, 마찰을 빚을 거란 우려가 제기됐지만 정작 지방은행들은 우려보다는 이전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 보인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사진=산업은행)
 
하지만 은행별 중기대출 금리를 살펴보면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파악됩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산업은행의 중소기업 보증서담보대출 금리(잔액기준)는 4.98%로 집계됐습니다. 부산은행은 5.35%, 경남은행은 4.55%로 산업은행보다 조금 높거나 오히려 낮았습니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지자체 이차보전 대출을 적극 활용해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4월 말 잔액기준 중소기업 신용대출 금리는 산업은행이 평균 5.54%였습니다. 부산은행은 6.40%로 산업은행보다 0.86%포인트 높았지만, 경남은행은 5.70%로 크게 차이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으로서 정책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전용 저리대출 상품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는 '온렌딩 금융'입니다.
 
온렌딩 금융은 시중은행 등 중개금융기관이 자체 금융절차에 따라 대출 적격 심사 후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전대받아 기업들에게 대출을 지원하는 대출 방식입니다. 이때 대출금리는 산업은행이 제공하는 금리에 은행이 기업을 평가, 가산금리를 얹어서 결정합니다. 지난 5일 기준 산업은행이 은행에 공급하는 금리는 시설자금 3.98%, 운영자금 3.93%로 낮은 편입니다. 산은은 공급 목표를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지난해에는 총 8조4000억원가량을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온렌딩 금융을 원하는 기업은 산은이 아닌 주거래 은행에서 신청해 심사를 받게 됩니다. 산은이 어디에 있든 민간 은행을 통해 중소기업에 이미 저리 대출을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산은이 본점을 이전하더라도 '저리 대출'의 공급 양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무엇보다 산은과 지방은행들의 주된 타깃이 겹치지 않는다는 점이 현실적인 우려를 불식시킵니다. 산업은행은 상대적으로 중소기업보다 우량기업 위주로 대출을 공급하기 때문에 지방은행들에겐 타격이 적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이 때문에 산은 부산 이전을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부울경 지역에 정책자금을 공급하면서 산은과 지역은행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정부는 부산이 제2의 금융 중심도시인만큼 관련 금융기관이 모여 유기적 연계와 협업에 따른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현지 지방은행들도 우려보다는 기대감이 더 커 보입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오히려 현실적인 위협은 시중은행이 지역에 PB센터를 만들고 기업대출을 가져가는 것"이라며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하면 중소기업들이 정책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다거나, 특화 산업에 대한 금융지원도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지방은행 관계자도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오는 데 따른 장단점이 있겠지만, 시중은행들이 지방 영업을 강화해서 쉽지 않은데 산은까지 합세하면 경쟁자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금도 산은이 부산에 지점을 내고 영업 중인 것을 감안하면 본점이 온다고 해서 경쟁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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