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감축 제동에 시중은행 생산성 제고 난망
5대 은행 1인당 충전이익 29% 급감
대체점포 늘면서 채널 감축 더뎌
2024-06-04 15:05:53 2024-06-04 18:49:31
 
[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 명분으로 점포 폐쇄 조건을 강화하는 등 상생금융을 강조하면서 은행권이 생산성 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 수년 간 급격하게 점포를 줄여가며 1인당 생산성 증대를 꾀했던 전략에 제동이 걸린 것입니다. 기존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간 1인당 생산성 격차도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생산성 키우기 한계 임박
 
(그래픽=뉴스토마토)
 
4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평균 1인당 충당금 적립 전 이익은 6640만원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 28.8% 급감했습니다.
 
1인당 충전이익은 은행이 거둔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등에서 판매관리비를 뺀 금액인 충전이익을 직원 수로 나눈 값입니다. 은행의 인력 대비 수익 구조의 효율성을 가늠하는 지표입니다.
 
5대 은행 1분기 생산성을 살펴보면 하나은행이 8800만원으로 가장 높고, 우리은행 8400만원, 신한은행 7900만원, NH농협은행 4400만원, 국민은행은 3700만원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생산성 하락 폭이 가장 큰 은행은 국민은행입니다. 지난 1분기 8900만원에서 58.4% 급락했습니다. 농협은행 50%, 하나은행 20.7%, 신한은행 13.2%, 우리은행 3.4% 순으로 하락 폭이 크게 나타났습니다.
 
생산성이 하락한 가장 큰 이유는 홍콩 H지수 ELS 배상에 대한 충당부채 반영 때문입니다. 5대 은행이 반영한 1분기 충당부채는 1조6660억원 규모입니다. 일시적인 비용인 만큼 은행권에서는 2분기부터는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홍콩ELS 여파가 미미한 우리은행의 경우 충전이익은 지난해 1분기 1조1834억원에서 올 1분기 1조2051억원으로 1.8% 증가했지만 평균 임직원수가 1만3615명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4.3%(566명) 늘어 1인당 충전이익이 감소했습니다.
 
앞서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5대 은행의 1인당 충전이익은 증가세였습니다.  2020년 1분기 말 기준 평균 1인당 충전이익은 5320만원입니다. 이후 2021년 5980만원, 2022년 7140만원, 2023년 9320만원으로 꾸준히 올랐습니다. 이 기간 은행들은 점포를 급격하게 줄여나가면서 생산성을 키웠습니다.
 
5대 은행 점포수는 2020년 3월 말 4195개에서 2023년 3월 말 3642개로 줄었습니다. 은행 임직원 수도 같은 기간 7만1413명에서 6만7012명으로 줄었습니다. 지난해까지 은행권은 대규모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을 감축했습니다. 비대면 대출이나 인터넷 뱅킹 등 은행이 디지털화하면서 전반적인 업무가 효율적으로 개선된 점 역시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만 앞으로는 점포 폐쇄와 인력 감원을 통한 생산성 제고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5대 은행은 최근 수년간 연간 180개 이상 점포수를 줄였지만 최근 1년은 48개 줄이는 데 그쳤습니다. 시중은행의 대규모 점포 감축을 지속할 수 없는 데다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은 점포 폐쇄에 앞서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사전의견수렴 절차를 마련하고, 점포 폐쇄시 창구 대체율이 높은 대체점포를 우선적으로 마련하는 방안을 골자로 합니다. 점포 감소로 인한 소비자 불편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인터넷은행과 격차 커져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과의 생산성 차이는 꾸준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은행 3사의 1인당 충전이익 평균은 1억8900만원으로 시중은행 평균치의 2.8배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1인당 생산성이 가장 높은 토스뱅크는 2억4900만원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지난해 1분기(1억2000만원)와 비교해 107.5% 증가한 값입니다. 1인당 생산성이 가장 크게 하락한 KB국민은행의 약 6.7배입니다.
 
올 1분기 ELS 손실 배상으로 인한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 영향이 크지만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의 영업구조 상 생산성 격차를 줄이기는 어렵습니다. 인력과 점포 감축에 한계가 있는 시중은행과 달리 인터넷은행은 점포가 없고 직원 수가 적어 판관비를 낮추기 쉽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은행 3사 모두 지난해와 비교해 인원이 증가했습니다. 각 사의 평균임직원 수는 카카오뱅크 1555명(10.7% 증가), 케이뱅크 562명(13.3% 증가), 토스뱅크 528명(29.1% 증가)입니다. 그럼에도 영업이익 향상에 힘입어 생산성이 확대됐습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1인당 충전이익은 각각 1억3700만원과 1억8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0.7%, 20.0% 상승했습니다.
 
인터넷은행의 실적 향상 원인으로는 빠른 여신 규모 증가세가 꼽힙니다. 주택담보대출이 확대됐고,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한 시중 은행 대출 수요 흡수를 통해 여신 규모가 크게 확대됐습니다. 토스뱅크의 경우 여신 잔액은 13조85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9% 증가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도 비대면 고도화 등 경영 효율화를 지속하고 있지만 인터넷은행과의 생산성 격차를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상승하던 시중은행 생산성이 올 1분기 들어 하락했다.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더뎌진 점포·인력 감소세를 고려하면 앞으로 생산성 제고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사진=연합뉴스)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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