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은 '벌채'…포항 앞바다는 '천공'
기후변화 시대에 역행하는 '윤석열정부'
경제림 육성단지, 산림육성 탄소중립 공약 '무색'
우리나라 생태 축 '백두대간'도 벌목
깜짝 '석유·가스전'은 '온실가스 폭탄' 부메랑
'국제메탄서약' 위반 가능성↑…촉발 지진 우려
2024-06-04 17:31:53 2024-06-04 20:00:53
[뉴스토마토 이규하·이진하 기자]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하는 윤석열정부의 환경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산림 보호 지역'을 표방하고 있지만 서울시 전체 면적의 1.2배 면적과 맞먹는 대한민국 전체 산림 보호지역의 실상이 대표적입니다. 이름만 보호지역일 뿐, 7만4947헥타르 규모가 경제림 육성단지(목재 생산을 위해 경제적으로 이용하는 산림)와 중첩된 보호지역으로 우리나라 생태 축인 '백두대간'까지 벌목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재생에너지 전환 시대에 느닷없이 포항 영일만의 화석연료까지 꺼내 들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더하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의 탄소중립에 전면 배치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타당성이 없는 구시대적 '에너지 안보' 구호에 불과하다는 비판입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백두대간 보호지역 중 하나인 민주지산을 지난 4월 현장 조사한 결과, '민주지산 선도 산림경영단지 숲가꾸기 시범사업 입지'라는 안내 하에 총 11구역에 걸친 숲이 모두 베어져 있었다. (사진=그린피스)
 
실종된 '산림육성 탄소중립 공약' 
 
박종원 국립부경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분석한 국내 산림 보호지역의 실태를 보면, 백두대간 보호지역의 벌목 현실은 경제림 개발이 가능한 '법의 사각지대' 때문이라고 지목합니다.
 
보호지역의 벌채 실태를 함께 파악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백두대간 보호지역 중 하나인 민주지산을 지난 4월 현장 조사한 결과, '민주지산 선도 산림경영단지 숲가꾸기 시범사업 입지'라는 안내 하에 완충 지역부터 핵심지역까지 총 11구역에 걸친 숲이 모두 베어져 있었습니다.
 
보호지역 중 백두대간 보호지역은 대한민국의 위·아래를 잇는 한반도의 핵심 생태축이자, 생물다양성의 보고 지역입니다. 하지만 임목이 더 잘 자라도록 솎아내는 간벌(솎아베기)과 달리 특정 구역 전체를 모두 베어내는 모두베기로 광범위한 생태계 파괴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린피스 측의 설명입니다.
 
보호지역 내 경제림 개발이 이뤄진 배경으로 미약한 관련 법안 체계를 지목했습니다. 지정 목적 또는 세부 구분에 따라 입목의 벌채를 금지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벌채가 금지되지 않거나 설령 금지해도 광범위한 예외 규정에 따라 허용한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산림자원을 육성해 다시 푸른 하늘을 만들 것"이라며 산림육성 탄소중립을 공약으로 내 건 바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설악산 보호지역 내 케이블카 설치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인 흑산도 일부 지역의 공항 건설 등에 이어 백두대간 벌목까지 '페이퍼 보호지역' 실상이 드러난 셈입니다.
 
박종원 교수는 "백두대간보호법은 보호지역 내의 금지 행위만을 열거하는 블랙리스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입목 벌채만 금지 행위로 포함하지 않고 있다"며 "보호지역의 효과적인 보전·관리를 요구하는 유엔(UN)생물다양성협약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 목표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3일 브리핑을 통해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하는데 1개당 1000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산유국도 채굴 안해…재생에너지 '역행'
 
깜짝 '석유·가스전' 발표도 기대보단 우려의 시선이 높습니다. 만약 동해상 석유·가스를 실제 뽑아내도 투입할 수십조원의 공적 자금이 화석연료 산업의 생명줄을 늘리는 데 불과하다는 지적입니다.
 
더욱이 오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 넷제로(0)를 달성하지 못하면 기후위기는 재앙이 될 뿐 아니라 동해상 가스전을 퍼 올려 태울 경우 발생하는 '온실가스 폭탄'도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할 부분입니다.
 
비영리단체인 기후솔루션 측은 "대규모 가스전은 이산화탄소보다 80배가량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 누출 위험이 크다"고 꼬집었습니다.
 
무엇보다 석유·가스전 개발을 본격화할 경우 한국이 2021년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에서 가입한 '국제메탄서약'을 위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권오성 기후솔루션 담당자는 "발표한 대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가스 12억9000만톤을 모두 채굴 한다면 생산 과정에서 메탄 배출량만 800만~3200만톤(이산화탄소 환산톤으로 6.6억~26.8억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 연간 메탄 배출량의 32배에 달하는 양으로 향후 강화될 메탄 협약에도 위배된다"고 말했습니다.
 
메탄가스 방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이 있지만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도 문제입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메탄가스 방출이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은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며 "문제는 10여 년 뒤에 채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성 여부는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RE100에 대한 거대한 흐름을 반하는 행위로 산유국인 덴마크는 새로운 곳에 채굴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재생에너지로 눈을 돌리는 추세"라며 "경제적인 문제까지 언급하면 RE100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설 곳이 없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규모 5.4의 '유발지진'을 경험한 동해안의 '촉발 지진'도 우려할 부분입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포항지진을 경험했기 때문에 지진 가능성은 현실적인 문제"라며 "촉발·유발 지진으로 불리는데, 인간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지진 등 굉장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규하·이진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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