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쓰나미)②'골든타임' 종료 초읽기…"초국경 소비 이해가 먼저"
중국 이커머스 공습에 국내 산업 잠식 '우려'
"소비자 판단 돕고…기업은 경쟁력 강화 절실"
직구 증가 전망…"정부, 철저히 분석해 판 짜야"
2024-06-10 16:30:00 2024-06-10 17:12:15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초저가 공세를 퍼붓는 가운데 이대로 가면 국내 산업 잠식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기 전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정부가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는 골든타임의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데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향후 직구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적기가 지나기 전 정부가 전방위적인 대응에 나서는 동시에 국내 기업들이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 키워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10일 뉴스토마토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이들은 소비자·기업·정부가 각각 중국 직구에 대응하는 매뉴얼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위치에 따라 중국 직구를 보는 관점에 차이가 있지만, 국내 산업 보호와 나아가 국가 안보 측면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 소비자들은 자체적으로 중국 이커머스 제품 구매에 앞서 꼼꼼하고 정교한 확인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보 제공이 수반돼야 합니다. 또한 각종 소비자 피해 발생이 우려되는 만큼 범정부 차원에서 예방과 대응에 나설 것을 당부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제품 구매는 개인적인 판단에 의해 이뤄짐에 따라 소비자들이 자체적으로 걸러내는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소비자들이 직구 제품 구입 전 참고할 수 있는 정보를 활발히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 직구와 관련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는 사항은 유해성과 가품에 대한 불안함, 쉽지 않은 피해 구제,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소비자 피해 해결이 시급하다"면서 "한국소비자원, 특허청,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정부 기관에서 각각 대응책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습니다.
 
중국 이커머스 중 하나인 알리익스프레스의 광고가 지하철 승강장에 설치돼 있다. (사진=김성은 기자)
 
기업들은 무리한 가격 경쟁보다 제품 품질을 높여 충성 고객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데 입을 모았습니다. 중국 생산자와의 가격 싸움에서 이기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차별점 부각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례로 중국 이커머스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품질과 안전성 우려가 있는 만큼 국내 제품의 퀄리티 홍보를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싼 맛에 사보자'는 중국 직구 수요가 많은데,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불만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업체들이 초저가 정책을 펴도 꾸준한 수요가 있는 신선식품과 단가가 높은 가전제품 카테고리 없이 지속 성장하긴 힘들다"면서 "취약한 부분을 파고들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부, 정교한 판 짜야"…결국은 기업 경쟁력
 
정부의 경우 시장 플레이어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안전하게 소비할 수 있도록 판을 짜는 권한을 가진 만큼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데요. 거시적 측면에서 초국경 소비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물류 기지가 증가하고 이에 따른 제품 패킹·수송·보관 라인 자동화가 가속화할수록 직구 물품과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관련 논란도 끊임없이 생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 마다 한발 늦은 규제를 만들기 보다 해외 직구 시스템에 대해 철저히 분석한 후 선제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부적인 모니터링 방안을 세워 정책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첨언도 있습니다.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AI) 모니터링 강화로 행정력 낭비를 줄이고, 주요 샘플을 추출해 이를 정교하게 모니터링하는 시스템 구축도 필요합니다. 업계에서는 유해 물질을 판매하는 셀러나 업체에 대해서는 페널티를 주고 블랙 리스트를 등록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16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인천 중구 인천공항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집중검사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무엇보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튼튼한 산업 구조 구축이 절실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입니다. 중국 이커머스의 공략에 국내 기업이 맥을 못 추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 부재를 증명한 셈이라는 것이죠.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은 물론, 산업 구조 보완을 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기업이 많이 성장하고 경쟁력을 키웠지만 국내용으로 머물렀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중국 이커머스 업체가 들어왔을 때 경쟁에 대응하기 쉽지 않았다"며 "해외 시장에서 우리가 판매를 할 수 있고, 또 해외 기업하고 경쟁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 현재 주어진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정 교수는 "국내 플랫폼과 여기서 판매에서 셀러, 제품을 납품하는 한국의 중소제조업체 등 다각도에서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점검해 보고, 보완할 점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이은희 교수는 "그동안 국내 유통업자들이 마진을 과도하게 붙여 판매한 측면이 있다"면서 "당장의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 제품 경쟁력을 올리는 부분에 몰두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그런 업체의 제품을 선택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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