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리자니 환율…치솟는 달러에 커지는 리스크
'고공행진' 환율, 두 달 만에 1390원대 진입
고환율 흐름에 금리 인하 시기도 '안갯속'
2024-06-24 17:19:57 2024-06-24 18:20:35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지난 4월 정부의 구두개입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통화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고점을 꾸준히 높여오던 환율은 결국 1390원대도 돌파하면서 외환위기급 수준으로 치솟았는데요. 달러화 초강세 기조가 이어지며 주요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원화도 이러한 흐름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시장에선 선제적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달러화 독주가 계속되면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없다는 점입니다. 금리 인하를 위해 환율을 안정화시켜야 하는 한국은행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인데요. 주요국 통화 약세로 당분간 환율 불안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통화당국의 금리 인하 시기도 더욱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출렁이는 환율…원·달러 1400원 또 '위협'
 
2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7원 오른 1390.0원으로 개장한 뒤 1389.3∼1392원 사이를 횡보하다가 전 거래일 대비 0.7원 오른 1389.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7일(1381.2원)부터 줄곧 1380원대로 마감했는데요. 지난 21일에는 장중 1392.90원까지 오르면서 1400원에 육박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환율은 개장 첫날인 1월3일 1300.40원에 거래를 마감하면서 안정적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란 갈등 등 지정학적 긴장과 달러 강세가 맞물리면서 곧바로 상승 전환했는데요. 중동의 전운이 고조된 지난 4월16일에는 1400원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환율이 1400원을 터치한 것은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들썩였던 2022년 하반기 이후 1년 6개월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이후 지정학적 긴장이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고,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환율 불확실성은 다소 해소됐습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작아지자 또다시 5월 말부터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지난달 30일 1379.40원으로 마감하면서 1370원을 넘기더니 6월19일까지 단 한 차례, 6월7일(1365.3원)만 제외하고 1370원을 웃돌았습니다. 심지어 21일에는 개장과 동시에 1390원 선을 돌파하면서 외환위기급 수준으로 치솟았는데요. 당시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의 외환스와프 증액 발표 등으로 오름세가 진정되면서 가까스로 1388.3원에 마감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보이는 것은 최근 유럽 국가들의 통화정책 차별화로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약세를 보이는 위안화와 엔화 등 아시아 통화와의 동조화 흐름이 이어진 영향이 큽니다. 실제 스위스 중앙은행의 2회 연속 금리 인하, 영국 영란은행(BOE)의 완화적 금리 동결 등 미국과의 통화정책 차별화로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고 엔화와 위안화마저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 역시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입니다.
 
환율 불안에 선제적 금리 인하도 '멈칫'
 
시장에서는 대외 변수가 해소되지 않는 한 환율 불안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지속적으로 상승 추세를 기록하고 있는데, 주된 요인은 중국 경기 불안에 따른 위안화 약세와 스위스,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감에 따른 달러화 독주에 기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전히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 압력이 커질 염려가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문제는 최근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환율 불안이 지속되면서 통화당국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금리 인하를 위해 환율을 안정화시켜야 하는 한은으로서는 최근 환율 흐름이 달갑지 않은 상황인데요. 최근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은을 향한 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한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관전 포인트는 한은의 선제적 통화정책 여부인데요.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상승의 파고를 감내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판단합니다. 더불어 환율 급등 우려 등의 이유로 미 연준이 먼저 정책금리를 내리지 않는 한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기 어렵다고 내다봅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환율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은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인하를 단행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면서 "환율 상승으로 금리 인하가 무산되지는 않겠지만, 인하 폭과 시기에는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24일 원·달러 환율은 0.7원 오른 1389.0원에 마감한 가운데,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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