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재구성은 개헌으로 완성된다. 재건축과 마찬가지로 어디까지 어떻게 재구성을 하느냐에 따라 착공, 즉 개헌은 시작될 수 있다. 다가올 지방선거에 개헌 국민투표가 얹힐 조짐이 보이지 않자 많은 언론과 기자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취재를 하고 있다. ‘개헌은 되는 것입니까?’라는 질문이 대다수다.
개헌은 당연하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시기와 방법, 그리고 내용을 결정하는 일뿐이다. 개헌만이, 편향적 일방주의와 중앙집중주의의 소용돌이 속에서 수많은 희생과 안타까움으로 점철된 대한민국 헌정을 가장 스마트하게 정리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한국 헌법은 예기치 않게, 때로는 원치 않게 바뀌어 버리거나 쿠데타와 반란으로 공격당해 왔다. 현행 제9차 헌법은 군사정권 장기 집권을 끊고자 나온 국민 항쟁의 산물이다. 6·10 항쟁 당시 한국을 방문한 코라손 아키노 측 필리핀 일행의 질문이 새롭다. “우리는 독재 타도를 외치면서 ‘아키노’를 연호했는데, 한국 국민은 그 북새통 속에서도 ‘직선제’라는 합리적 제도 제안을 차분히 구호하고 있다”고 의아해했던 기억이 난다.
87체제의 현행 헌법은 장기 집권을 끊는 데는 성공했으나 과잉 위임·집중된 대통령 권력의 통제를 놓쳐버린 5년 대통령단임제였다. 그로 인해 20년이 지난 2007년 1월9일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의 연속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 주기와 맞춘 대통령 4년 연임 원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그 후 또 한 번의 20년이 지나는 2027년, 내년은 큰 선거가 없고 내란 재판과 청산을 매듭지을 수 있어서 이재명정부가 개헌의 최적기로 삼을 만하다. 지방선거·총선일과 겹치다 보면 자칫 선거 유불리 논쟁에 휘말릴 수 있다. ‘수명을 다한 헌법’을 버리고 새 헌법을 마련하기 위해 최적의 날짜를 별도로 정하는 것은 결코 소모적인 정치 비용이 아닌 그 이상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개헌 방법은 개헌안 제출권자인 대통령과 국회가 각각 ‘국민참여개헌추진위원회’,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협업해 국민에게 올릴 최종 결재안을 만드는 것이다. 개헌안 공고·의결·투표 등의 물리적인 절차보다는 국민·국회·정부 등 다각도의 의견 수렴과 구체적인 개헌안 작성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개헌의 범위와 내용은 국민적 합의가 되어있는 사안과 토론이 필요한 사안을 세밀히 엄별해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단계별로 구분해서 살핀다면 ①이미 합의된 것 ②합의된 것이나 다름없는 것 ③합의가 가능한 것 ④합의를 위한 토론이 필요한 것으로 그 분류가 가능하다.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은 이미 정치권은 물론 국민적 합의가 된 사항이다. 동시에 대통령 4년 연임 제도도 오랫동안 여·야,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와서 합의된 것과 다름없다 할 것이다.
개헌 합의가 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행정통합 특별법 제정이 국회에서 의결되고 있는 것은 오랜 숙원 사항 중 하나였던 지방분권의 헌법화에 실질적 합의를 한 것으로 간주해도 무방하다. 반면에 사법개혁 부문은 국민적 호응이 높지만 여·야, 보수·진보 진영 간의 토론과 협의가 필요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개헌 사항에 포함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개헌은 대체적으로 위정자를 위한 역사였다. 국민을 위한 개헌을 한다면 무엇보다 한국 헌법 역사 변혁의 주체인 국민의 정치참여 욕구를 제도화할 직접정치의 기제로서 국민소환·국민발안 도입에 주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욱이 국민의 삶을 바꿀 개헌을 구상한다면, 대통령과 국회는 국민의 주거·의료·기본복지·저출생 등에 대한 국가적 의무를 명기하는 것까지도 개헌 제출안의 중심에 둘 필요가 있겠다.
박상철 (사)미국헌법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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