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현대ENG, 수주 셧다운 후폭풍…일감 공백 현실화
수주잔고 1.8년 '얇아진 일감'…신규 수주 공백 속 일감 감소
플랜트 인력 1000명 순환휴가…현장 감소가 조직까지 압박
국내 정비사업 공백 속 해외 EPC·데이터센터로 돌파구 모색
2026-03-06 06:00:00 2026-03-06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3월 4일 14:5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의 공사 파이프라인이 빠르게 얇아지고 있다. 올해 2월 기준 국내에서 수행 중인 공사 현장은 약 10곳 안팎 수준에 그치며 시공능력평가 상위권 건설사 가운데서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국내외 수주잔고 역시 최근 매출 기준 약 1.8년치 수준까지 줄어든 상태다. 업계에서는 현장 감소 여파가 플랜트본부 유급휴가 등 조직 운영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만큼, 해외 플랜트 EPC(설계·조달·시공 일괄 수행)와 신규 사업을 중심으로 수주 전략을 얼마나 빠르게 재정비하느냐가 향후 실적 회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인천공항 물류센터 신축 현장(사진=현대엔지니어링)
 
수주 셧다운이 남긴 일감 공백…버티기 국면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각 지자체 자료 등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이 국내에서 수행 중인 주요 공사 현장은 약 10곳 안팎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인허가 이후 실제 착공까지 시차가 존재하는 만큼 일부 현장은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상당수 프로젝트가 이미 공정률 40~70% 수준까지 진행된 상태여서 최근 1~2년 사이 새로 착공한 국내 현장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권 건설사 가운데 국내 공사현장 수가 10여곳 안팎에 그치는 곳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사실상 유일해 공사지수가 '하위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사지수는 건설사가 현재 수행 중인 공사 규모를 기준으로 실제 공사 활동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보유한 수주잔고 가운데 얼마나 많은 현장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더군다나 지난해 신규 수주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수주잔고 역시 빠르게 줄어든 상태다. 최근 분기(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주잔고는 국내외 합산 24조 6761억원으로, 최근 매출을 감안하면 약 1.8년치 일감에 그친다. 이 중 국내 공사 계약잔액은 약 18조 9074억원, 해외 공사는 약 8조 1158억원으로 전체 잔액은 약 27조 232억원 수준이다. 이는 앞으로 공사를 진행하며 매출로 인식할 수 있는 남은 일감 규모를 의미한다.
 
다만 현재 수주잔고와 공사 진행 상황만으로 향후 실적 흐름을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신축공사 등 일부 대형 프로젝트는 아직 본격적인 공정 구간에 들어서지 않아 매출 인식 규모가 제한적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사업장은 인허가 이후 실제 착공이 지연된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건축허가를 받은 뒤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 않은 국내 사업장은 약 40여 곳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회사 측은 이들 사업장이 시공사 의사와 무관하게 발주처 측 사정으로 착공 시점이 늦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입장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최근 부동산 경기 둔화와 자금 조달 여건 악화로 시행사가 착공 시기를 조정하거나 분양 시점을 미루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 같은 지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최근의 일감 감소는 조직 운영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0월부터 플랜트본부 인력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유급 순환휴가 제도를 시행하며 인력 운영 부담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을 여러 조로 나눠 한 달씩 휴가를 부여하고 해당 기간에는 통상임금의 약 70% 수준만 지급하는 방식이다. 현장 물량이 줄어들면서 당장 투입할 프로젝트가 제한적인 만큼 인력 비용을 조정하며 시간을 벌고 있는 셈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주잔고가 빠르게 줄어든 배경에는 지난해 잇따른 중대재해와 그에 따른 '수주 셧다운' 결정이 자리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5월 주택·토목 및 도시정비 부문 신규 수주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고, 이후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0'인 상태가 이어졌다. 그 결과 대형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수주잔고를 늘리지 못하고 오히려 기존 일감이 줄어드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주 공백 돌파구는 해외 EPC…데이터센터 등 신사업 검토
 
이처럼 국내 수주 공백이 이어지면서 회사로서는 새로운 일감 확보가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우선 현대엔지니어링이 가장 먼저 기대를 걸고 있는 분야는 기존 강점이었던 해외 플랜트·인프라 사업이다. 회사는 베트남 쭝꾸엇 정유공장 현대화·확장 사업 등 대형 EPC 프로젝트 수주를 추진하며 해외 플랜트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다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사업이 약 12억달러 규모로 알려진 만큼 수주에 성공할 경우 감소한 해외 수주잔고 공백을 상당 부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전통적으로 플랜트·인프라 사업 비중이 높은 구조를 유지해 왔는데, 회사는 중동과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폴란드 법인을 중심으로 유럽 시장 확대도 추진하며 에너지·인프라 프로젝트 수주 기반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는 사업 확대에 제약 요인도 남아 있다. 지난해 발생한 중대재해 사고 이후 공공 발주 공사나 도시정비사업 등 일부 분야에서는 입찰 평가 과정에서 감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의 경우 안전 관련 평가 비중이 높은 만큼 사고 이력이 일정 기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향후 영업정지 등 행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공공 발주 시장에서의 수주 활동 역시 일정 부분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회사 내부에서는 새로운 EPC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데이터센터 건설 사업이 거론된다. 최근 AI(인공지능) 산업 확산과 함께 국내외 데이터센터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관련 인프라 건설 시장 역시 확대되는 추세다. 플랜트 EPC 경험을 보유한 건설사들이 전력·냉각 설비 중심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신규 성장 분야로 해당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현재까지 데이터센터 사업을 구체적으로 추진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해에는 사고 이후 내부 안전 점검과 사업 구조 점검에 집중하면서 수주 확대보다는 내실 경영에 무게를 둔 시기였다"며 "현재는 국내외 다양한 사업을 검토하며 수주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센터 등 신규 사업 분야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업은 발주처와 계약이 체결되기 전까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현장 수와 관련해서는 "건설사 경쟁력을 단순히 현장 개수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플랜트 사업 비중이 높은 회사 특성상 프로젝트 규모가 커 현장 수 자체는 주택 중심 건설사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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