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회사로 전락한 넥스턴바이오, 오버행 악순환
잇따른 자금조달·M&A, 몸집 커졌지만…내실 악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인수한 재매각 CB…소액주주 피해
2024-08-05 06:00:00 2024-08-05 08:50:37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넥스턴바이오(089140))가 최대주주 변경 이후 본업보단 기업 인수·합병(M&A) 및 기업 지분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공격적인 M&A로 회사의 몸집은 커졌지만, 공언했던 바이오 신사업은 전혀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서 투자회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아울러 신사업 추진을 위해 발행했던 전환사채(CB)들은 상환 후 재매각돼 주주 가치 훼손과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습니다.
 
회사 보유자금에 외부자금까지 M&A '몰빵'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넥스턴바이오는 지난 2021년 최대주주 변경 이후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자금과 함께 CB 발행 자금 대부분을 타법인 취득에 투입했습니다. 
 
앞서 넥스턴바이오(당시 넥스턴)는 최대주주 변경 전인 2016년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355억원을 조달했는데요. 당시 해당 자금 중 70억원이 공장 부지 매입에 사용됐습니다. 나머지 285억원은 최대주주 변경 후에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보유 자금은 확보한 이후 집행하지 않고 있다가 최대주주 변경 후 전부 타법인 취득에 사용됐습니다. 비상장 바이오 자회사인 넥스턴바이오(비) 지분출자에 100억원을 사용했으며, 바이오 벤처투자 자회사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전 넥스아이디랩) 설립 및 출자에 100억원을 사용했습니다. 나머지 85억원은 다이나믹디자인(145210), 이브이첨단소재(131400) 등 계열사 CB 취득에 모두 사용했습니다. 
 
회사가 보유했던 자금을 모두 사용하자 CB 발행을 통해 추가로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입니다. 최대주주 변경 이후 CB 발행을 통해 총 530억원을 조달했고, 토지 매입에 사용한 100억원을 제외한 430억원이 계열사 CB 및 지분 인수에 사용됐습니다. 
 
회사가 보유한 자금 130억원을 들여 실질적 최대주주(최대주주의 최대주주)의 계열사였던 이브이첨단소재 지분(8.83%)을 확보했으며, CB로 조달한 자금 중 280억원은 이브이첨단소재 6~7회차 CB(300억원) 인수에 사용됐습니다. 70억원은 최근 인수한 미래산업 CB 인수에 사용했고, 80억원은 넥스턴바이오(비)의 지분 취득 및 자금 대여에 투입했습니다. 
 
자금 조달과 M&A를 통해 몸집은 커졌지만, 회사의 내실은 악화했습니다. 최대주주 변경전 무차입 경영을 해왔던 넥스턴바이오는 지난 1분기 기준 700억원 이상의 차입금을 가진 회사가 됐습니다. 2020년말 527억원에 달했던 현금성 자산은 191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2.7%에 불과했던 부채비율은 77%로 증가했습니다. 넥스턴바이오가 투자회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신사업 손실, M&A 가욋벌이로 회수
 
(그래픽=뉴스토마토)
 
넥스턴바이오의 지분 투자 성과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지배주주로부터 경영권을 가져온 이브이첨단소재에 대한 투자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지난해 이브이첨단소재 지분 5.07%(300만주)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장내매도)로 매각해 233억원의 현금을 확보했습니다. 
 
300만주 중 161만주는 CB(7회차)전환을 통해 확보한 신주인데요. 블록딜 매매가는 7774원으로 CB의 전환가액(1767원)보다 4배 이상 높습니다. 블록딜로 투자원금(430억원)의 절반 이상을 회수했지만, CB를 통해 저렴한 신주를 인수해 지분율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현재 지분율은 17.42%로 최초 취득 지분(8.83%)의 2배 수준입니다. 이브이첨단소재 지분 매도를 통해 233억원을 확보한 넥스턴바이오는 245억원을 들여 광림(014200)으로부터 미래산업(025560) 지분 10.59%확보해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반면 신규사업 진출을 위해 출자한 두 자회사에서 지난해 인식한 손상만 195억원에 달합니다.(관련기사: 넥스턴바이오, 신사업 띄워 주가부양 후 대규모 손상차손) 360억원을 출자했지만, 바이오 신사업의 성과는 현재까지 전무합니다. 
 
CB, 돌고돌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
 
M&A로 회사의 몸집은 커졌지만, 내실은 악화했고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된 신주가 시장에 풀리면서 주식 가치는 희석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5대 1 액면병합 직후 1만6550원에 거래됐던 넥스턴바이오 주가는 전날 1일 3045원에 마감하며 1년 3개월여 만에 84.54% 하락했습니다.
 
넥스턴바이오는 2021년 바이오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380억원(1~4회차 CB) 규모의 CB를 발행했습니다. 해당 CB중 180억원 가량을 만기 전 상환했고, 이중 127억원은 재매각했습니다. 대부분 최대주주가 가져갔지만, 일부(4회차 CB 50억원)는 지배주주(최대주주의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에게 매각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재매각 CB은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및 특수관계자의 차익실현에 활용됐습니다. 최대주주는 CB 전환으로 넥스턴바이오 지분율을 9.43%에서 24.65%까지 늘렸습니다. 특수관계인에 매각된 CB 전환가액은 8690원(5대 1 액면병합 감안)이었는데요. 주식전환 당시 넥스턴바이오가 1만6550원에 거래됐던 점을 고려할 경우 주식전환과 동시에 90% 이상의 평가이익(고점 기준)을 봤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B 재매각을 통해 최대주주의 지배력은 강화됐지만, CB가 시장에 풀리면서 주가가 급락했고 기존주주들의 지분율은 희석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본업보단 다양한 투자활동에 집중하고 있는데 신사업 추진을 위한 투자에선 성과가 없고, 몇몇 지분투자를 통해 이뤄진 수익은 또 다른 투자 활동에 사용되면서 주주들에겐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넥스턴바이오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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