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당국 압박에만 전력투구…소상공인 대출은 뒷전
4대 은행, 상반기 대기업 대출 16% 늘어
소호대출 증가율은 10분의 1 불과
2024-08-02 15:14:42 2024-08-05 08:48:51
[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은행권이 올 상반기 3400억원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을 시행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소상공인 대출은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상반기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이 대기업 대출 증가율의 10분의 1에 불과한데요.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대기업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크게 늘리면서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폭이 미미해 보이는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은행권, 6천억 규모 자율지원 진행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민생금융지원방안의 일환으로 5971억원 규모의 자율프로그램을 올해 4월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까지 목표액의 57%인 3406억원이 집행됐습니다.
 
민생금융지원방안은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으로 은행권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조1000억여원 규모의 지원책을 의미합니다. 지난해 초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권이 고금리 상황을 이용해 '돈 잔치'를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이후 은행을 비롯한 카드사, 보험사 등은 부랴부랴 상생금융 대책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윤 대통령은 또다시 "서민이 은행 종 노릇"을 비롯, 금융권을 향한 쓴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정치권도 은행의 초과이익 환수를 위한 '한국형 횡재세' 도입을 추진하는 등 압박의 수위를 높였습니다. 금융당국도 주요 금융지주 회장과 간담회를 하며 상생금융 방안 마련을 요구했고, 은행권은 소상공인 금융지원 대책·서민금융 등이 포함된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민생금융지원방안의 일환인 은행권 자율프로그램은 총 지원 규모 2조1000억원 중 은행권 공통프로그램 1조5000억원을 제외한 6000억원 가량을 은행 상황에 맞춰 취약계층에게 지원하는 것입니다. 집행 방안에는 서민금융진흥원 출연 및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지원, 소상공인·소기업 지원, 청년·금융취약계층 지원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4대 은행 중심으로 목표액을 보면 하나은행이 1563억원 규모의 자율프로그램 목표액을 제시했습니다. 이어 신한은행은 1094억원, 우리은행은 908억원, 국민은행은 716억원 규모로 자율프로그램을 집행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소상공인 대출 증가율 한자릿수 
 
정부의 압박에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상생금융은 늘렸지만 정작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상 대출액 증가량은 대기업 대출 증가량에 비해 미미합니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맞춰 기업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는데요.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총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714조6919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 대기업 및 기타 대출 잔액은 162조7809억원으로 지난해 말 140억3231억원 대비 16.0% 증가했습니다.
 
은행별로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민은행의 대기업 및 기타 대출 잔액은 41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8.3% 증가했습니다. 신한은행은 38조9589억원으로 같은 기간 26.7% 늘었습니다. 하나은행은 29조9200억원으로 15.8% 늘었고, 우리은행은 52조2020억원으로 15.4% 늘었습니다. 
 
반면 개인사업자 대출은 대기업 대출에 비해 증가 폭이 작습니다. 지난 6월 말 기준 4대 은행의 개인사업자(SOHO)대출 잔액은 270조5691억원으로 지난해 말 266조3803억원 대비 1.6% 증가했습니다. 대기업 및 기타 대출이 16.0%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입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90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5% 증가했습니다. 신한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68조5981억원으로 4.4% 늘었습니다. 하나은행의 경우 60조661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전년 말보다 1.8% 증가했습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6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이 51조1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0% 줄었습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대출 감소는 연체율 등을 고려해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축소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은행들이 기업대출 확대에 뛰어들면서 공격적인 금리를 제시하기도 했는데, 상대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아서 거래처를 옮기기 쉬운 쪽이 중기나 개인사업자다. 타행의 영업에 따라 개인사업자가 빠진 영향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대기업 회사채 시장이 좋지 않다보니 상대적으로 은행 쪽에서 차입을 늘리게 돼 대기업 대출이 늘어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도 "최근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늘리려고 하고 있는 상황이고,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라고 해서 특별히 대출을 줄이려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은행권이 정부 압박에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지원에 적극 동참하고 있지만 정작 소상공인 대출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뉴시스)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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