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투기판 전락한 청약시장
2024-08-26 06:00:00 2024-08-26 06:00:00
로또 청약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당첨되면 20억 돈방석. 최근 청약시장을 뜨겁게 달군 래미안 원펜타스 청약에는 '20억 로또' 아파트라는 타이틀 아래 10만명이 청약에 나서며 성황을 이뤘습니다. 지난주 로또복권 당첨금이 22억원 정도였으니 '로또 단지'가 틀린 말이 아니죠. 비슷한 시기 진행된 동탄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 1채엔 무려 294만명이 몰렸습니다. 앞서 강남의 비싼 아파트,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무순위 청약에도 3채에 100만명이 몰린 사례도 나왔습니다. 다음달 분양 예정인 청담 르엘 역시 3.3㎡당 7000만원이 훌쩍 넘는 분양가에도 주변 시세 대비 10억원 저렴하다는 인식이 퍼지며 시세 차익을 기대한 청약자들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청약 광풍의 주요 원인으로 분양가 규제인 분양가상한제(분상제)가 지목됩니다. 분양가상한제는 새 아파트 분양가를 땅값, 건축비 등을 더해 일정 금액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인데요.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적용해 분양가 상승을 억제한다는 게 기본 취지입니다. 그러나 분상제 적용지역의 분양가가 시세보다 크게 저렴해 청약에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게 되면서 청약시장이 오히려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죠. 정부는 지난해 1·3 대책을 통해 전국 대부분 지역의 민간택지 분상제 적용을 해제했지만,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공공택지 등의 분상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또 이들 지역은 대기 수요가 풍부한 입지여서 집값 상승이 예상돼 수요가 폭증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죠. 
 
문제는 현금부자들, 그들만의 사는 세상으로 청약시장이 변질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분상제 지역은 대출받기가 훨씬 까다롭습니다. 분양가 자체가 워낙 높은 데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이 엄격한 강남3구 등 투기과열지구의 경우에는 사실상 대출이 안 나오죠. 분상제 단지는 입주 시작 때 2∼5년의 실거주 의무가 있어 청약 당첨 후 곧바로 전세를 놓을 수도 없습니다. 무순위 청약 또한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능하고, 계약 일정도 촉박하죠. 계약금을 내고 빠르면 1∼2개월 안에 중도금을 건너뛰고 90% 잔금을 모두 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현금부자들의 잔치인 셈이죠. 
 
분상제 도입 취지인 집값 안정 역할을 더는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부작용을 막아야 할 시점입니다. 국토교통부가 부랴부랴 '분양가상한제 관리체계 개선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인데 뚜렷한 해법이 나올지는 미지수입니다. 앞서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논의했을 때도 서울 강남 등 주요 지역의 분양가가 치솟아 주변 시세를 자극한다는 비판에 직면했었는데요. 하지만 투기판으로 변질된 청약시장을 마냥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실수요자들의 박탈감도 고려돼야 할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청약시장을 '정상화'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개편안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강영관 산업2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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