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거래소 전반을 향한 내부통제 규제 강화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빅테크·플랫폼 주도의 디지털 자산 생태계 확장에 위기감을 느껴왔던 은행권은 이번 사태가 '51%룰'로 대표되는 최소한의 방어선을 지켜낼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것으로 보고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금융당국, 가상자산 규제 압박 기조
9일 금융권에서는 빗썸이 보유 자산을 초과한 60조원대 비트코인을 잘못 지급한 것을 두고 단순 전산 사고가 아니라 고객 자산을 직접 보관·관리하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기본적인 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장자산 거래소에 대한 규제 논의 규제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대응 기류도 이전과는 다소 달라졌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빗썸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 거래소의 내부통제 기준을 명확히 정비하겠다면서 향후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입법 논의와 감독 기준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금융감독원도 이날 '신뢰할 수 있는 가상자산 거래 환경 조성'을 주요 전략으로 하는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빗썸을 포함한 모든 거래소의 내부통제 점검과 함께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의 효과적인 시행을 준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강화를 핵심 축으로 설정해왔습니다. 현재 금융위가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에는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의 지분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담겨 있습니다. 특정 주주나 계열가 거래소를 장악하는 구조를 차단하고 내부통제 실패 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이 같은 규제가 시행되면 두나무·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5대 거래소는 지분 매각이 불가피합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가상자산거래소의 내부통제 시스템 부실을 문제 삼고 나섰습니다. 여당에서는 "이번 사고는 단순한 입력 실수를 넘어 가상자산거래소의 내부통제와 장부 관리 시스템의 구조적 허점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라며 금융당국에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 규명을 촉구했습니다. 야당에서도 "수천억 원 규모의 고객 자산을 다루는 사업자에 대한 통제 체계가 이 정도 수준이라면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이벤트를 통해 당첨자들에게 현금 2000원~5만원을 지급하려 했으나 시스템 오류로 단위가 '원'이 아닌 'BTC'가 입력돼 1인당 2000억원이 넘는 총액 약 64조원의 수량이 오지급 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빗썸 측은 전체 오지급 물량의 99.7%에 달하는 61만8212개 BTC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7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 모습. (사진=뉴시스)
'신산업 육성' 명분 힘 떨어져
스테이블코인 규제 논의 역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당국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관련해 이른바 '51% 룰'을 검토 중입니다. 금융시장 안정과 통화 질서 유지 등을 위해 은행 지분이 '50%+1주'를 초과하는 은행 중심 컨소시엄을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관계기관 협의 초기부터 한국은행은 이 같은 방안을 적극 주장했고, 금융위도 은행 중심 컨소시엄 추진으로 기운 상태입니다. 이들 기관은 지급결제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디지털 자산의 특성상 은행의 관리·감독 아래 두지 않으면 금융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가 훼손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내부통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신뢰 훼손과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 중심의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결제와 통화 기능에 가까운 영역까지 민간 플랫폼과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빠르게 침투해 왔다"며 "(이번 빗썸 사고는) 왜 최소한의 통제권을 금융기관이 가져야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51% 룰은 확장을 위한 규제가 아니라 빅테크와 플랫폼에 맞서 금융 시스템의 균형을 지키기 위한 최종 전선"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그동안 빅테크와 가상자산 사업자 주도의 생태계가 급속히 커지는 상황에서, 전통 금융이 감내해야 할 리스크만 커지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번 빗썸의 오지급 사태가 가상자산 규제 기조를 강화하는 촉매제가 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가상자산업계가 주장하는 '산업 육성'이라는 명분이 이전만큼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람이나 전산이 일으킨 오류 하나가 시장 변동성과 투자자 피해를 키우는 구조라면 거래소 중심의 자율 규제만으로는 내부통제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내부통제 기준 강화와 지배구조 규율 논의가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배진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국경 간 송금이나 금융 인프라 내 정산 등 도매형 정산 영역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 안정성을 위해 결제의 완결성과 단일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직원의 입력 실수로 대규모 비트코인이 잘못 지급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일시 급락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진은 비트코인 가격이 9개월 만에 8만달러 아래로 떨어진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빗썸 라운지 강남점 전광판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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