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9일 미국의 관세 재인상 압박을 두고 "본질은 대미투자특별법 지연"이라며 대미 투자 문제와 쿠팡 이슈를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3월 국회에서 특별법이 처리될 경우, 관세 인상이 유예될 가능성도 높다는 판단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본질은 대미투자특별법 지연…한·미 논의도 조금씩 진전"
김정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기자간담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재인상 이유로 직접 언급한 사안은 대미투자특별법 지연"이라며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습니다.
김 장관은 실제 미국 측 인식도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측은 지난해 11월 한·미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만큼, 12월쯤에는 대미 투자와 관련해 가시적인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당시에는 예산 국회가 진행 중이었고, 1월에는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청문 절차가 이어지면서 소관 상임위인 재정경제기획위원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어려운 구조였다"며 "미국 측에 여야 간 긴장 관계가 극도로 높았다는 점도 함께 전했다"고 했습니다.
일본과의 제도적 차이도 함께 미국 측에 전달했습니다. 김 장관은 "일본은 별도의 법안 없이도 곧바로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지만, 한국은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 구조"라며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는 한국의 제도적 특수성 때문에 속도 차이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미국 측에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여야가 특별법 처리에 합의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도 전했습니다. 대미 투자 이행을 태만하게 하거나 상호관세 위법성 판결을 앞두고 의도적으로 지연했다는 오해를 일정 부분 풀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김 장관은 '관보 게재 지연' 역시 같은 흐름에서 해석했습니다. "통상 관보 게재는 며칠이면 되는데, 현재 2주 가까이 지나고 있다"며 "그동안 우리 측 설명과 노력이 전달된 측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러트닉 장관과 지난주 두 차례 화상 회의했고, 조금씩 진전이 있다"며 "우리 국회가 3월에 대미 특별법을 통과시키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유예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김 장관은 쿠팡 이슈가 관세 협상의 본질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그는 "대미 투자, 비관세 장벽, 쿠팡은 각각 분리해 보고 있다"며 "쿠팡 문제의 본질은 개인정보 유출이고, 해당 사안은 미국이 한국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는 만큼, 설명하면 수긍하는 면도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미 하원에서 관련 청문회가 예고되는 등 쿠팡 문제가 협상 변수로 작용할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정부가 강조한 '분리 대응' 원칙이 실제 관철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합니다.
김 장관은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는 "몇 가지 안을 놓고 논의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상호 간 대외 보안 이슈가 있어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법안 통과에 맞춰 합의가 이뤄지면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김 장관은 향후 변수로 거론되는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대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전면 위헌, 부분 합헌 등 여러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해 두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경제단체 긴급현안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상의 자료 왜곡 '감사 착수'…"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조치"
김 장관은 대한상공회의소 자료 왜곡 논란과 관련해 산업부가 감사에 착수한 배경도 설명했습니다. 그는 "대한상의는 산업부 소관의 경제단체"라며 "공신력 있는 경제단체가 자료에 없는 내용을 포함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면, 주무부처로서 경위를 점검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했습니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지적에 선을 그을 그은 것입니다. 김 장관은 보도자료 작성 과정 전반을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상속세 내용을 건드렸고, 그 내용이 어떤 내부 절차를 거쳐 배포됐는지를 살펴볼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 장관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것"이라며 "징계 수위 역시 예단하지 않고, 감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경제단체 전반이 위축되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김 장관은 "경제단체에는 위축되지 말라고 당부했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경제단체가 신뢰성 있는 기관으로서 재탄생하고, 정책 건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대한상의는 지난 3일 '상속세수 전망 분석 및 납부 방식 다양화 효과 연구'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이 자료는 영국 이민 컨설팅사 '헨리앤드파트너스'의 조사를 인용해 "지난해 한국을 떠난 고액 자산가가 2400명으로 전년 대비 2배 증가했고 세계에서 4번째로 많았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대한상의는 그 원인으로 상속세 부담을 지목했습니다. 하지만 헨리앤파트너스의 조사 방식이 부실해 그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고, "상속세 때문에 한국을 떠난다"는 인과관계는 원문 어디에도 명시돼 있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주권자 국민의 판단을 흐리려는 고의적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적"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세종=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