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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돌풍 1년)SKT, 반성과 변화의 한해
(집중기획)②"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
2010-12-27 09:30:03 2010-12-27 09:30:03
[뉴스토마토 송수연기자] SK텔레콤에게 올해는 ‘반성과 변화의 해’였다.
 
국내 통신시장은 아이폰의 등장으로 급변했다.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통신 3사가 국내 이동통신가입자를 각각 5 대 3 대 2로 나눠가지며 안주하던 시대는 끝났다. 폐쇄적인 시장에서 통신사가 콘텐츠 수익을 독점하던 시대도 막을 내렸다.
 
대신 통신사는 애플과 구글 등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유무선 통신사로 변신한 KT는 애플을 등에 업고 공세를 펼쳤다.
 
SK텔레콤도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모바일 인터넷전화’등을 내놓으며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른 무선데이터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맞불을 놨다.
 
일단 올해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SK텔레콤은 올해 전체 스마트폰 가입자의 절반 이상인 390만명을 확보하며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1위를 유지했다. 개방을 앞세워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라는 미래 목표도 세웠다.
 
반면 이런 과정에서 기존의 정책을 번복하는 등의 조급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 ‘데이터 무제한’으로 주도권 지키기  
 
뒤늦게나마 정신이 확 깼다.
 
대세는 무선 데이터였다. SK텔레콤이 지난 7월 발표한 ‘데이터 무제한’은 애플과 KT가 이끌고 있던 국내 무선데이터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회심의 카드였다.
 
월 5만5000원 이상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기는 했지만, 3G에서 무선 데이터 사용을 무제한으로 허용한 것은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처음이었다.
 
경쟁사인 KT가 아이폰을 통해 파상공세를 해오는 가운데, 와이파이를 통해 스마트폰 요금제 가입자에게 무료로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하면서, SK텔레콤은 더 이상 적절한 ‘폐쇄정책’과 ‘음성 수익’만으로 통신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하는 시대는 끝나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이통사에서 수익성 악화 때문에 3G망에서 사용을 꺼려했던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도 허용했다. 자사 와이파이도 타 이통신사 가입자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동전화 부문에서 기득권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던 SK텔레콤에게 이같은 결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만큼 국내 통신시장의 경쟁 구도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제한 데이터 허용은 KT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던 와이파이 경쟁 구도를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스마트폰 가입자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도 상승했다. 데이터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5만5000원 이상 요금제 가입자는 도입 이전인 6월말 40%에서 도입 후 9월말 56%로 증가했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은 삼성전자와 연합해 T옴니아2, 갤럭시A, 갤럭시S 등 전략 스마트폰을 우선적으로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공세를 지속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 스마트폰 가입자는 12월 현재 390만명을 넘어서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이동통신사업자 1위를 이뤘다.
 
특히 애플리케이션 오픈마켓인 ‘T스토어’는 성공적이었다.
 
애플 ‘앱스토어’보다 뒤늦게 문을 연 T스토어는 오픈 1년여만에 가입자 270만명을 확보했다. 일 유료 매출이 1억원을 넘어섰으며, 일별 앱 다운로드 건수도 100만건에 이르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 정책 번복..이용자 혼란 야기도  
 
무선데이터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과욕 때문에 실수도 있었다.
 
우선 데이터무제한 서비스의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에 인가 신청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부터 해 이용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특히 가족형 유무선 결합상품 'TB끼리 온가족 무료' 상품은 당초 발표했던 바와 다르게 통신시장의 공정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인터넷TV(IPTV) 무료 혜택이 제외된 채 출시됐다.
 
또 1인다기기(OPMD)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스마트폰 요금제의 무제한 데이터를 다른 기기에서도 무제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전적으로 시장 환경 변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던 SK텔레콤의 전략 실패였다.
 
KT는 애초 방통위에 OPMD 허가 신청을 할 때, 스마트폰이 아닌 다른 기기에서는 무제한 데이터 사용을 제한하도록 했다.
 
태블릿PC 등이 본격 출시되면서 망과부하를 염려한 SK텔레콤은 뒤늦게 OPMD에 대한 약관 변경을 신청했다.
 
◇ "과거 반성..글로벌 플랫폼사업자로 변신"
 
"우리 스스로 쳐버린 '월드 가든(Walled garden, 폐쇄적 시장)'에 갇혀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동안 구글이나 애플은 개방과 호환 정책으로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다. 우리가 잘못했음을 시인하고 반성한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10월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1년여간 애플 아이폰과 앱스토어 등으로 촉발된 통신시장의 변화에 몸소 대응하면서 얻은 뼈아픈 교훈이었다.
 
SK텔레콤은 이제 개방을 통한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불과 1년만에 폐쇄적 사업자에서 개방형 사업자로 변신을 꾀하고 나선 것이다.
 
앞으로 3년간 1조원을 투입해 지도나 모바일 결제 등 7대 플랫폼 육성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조직 개편에서도 드러났다.
 
SK텔레콤은 지난 24일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기존 이동통신 부문(MNO CIC)을 플랫폼과 네트워크 부문으로 분리 신설했다.
 
플랫폼(Platform)사업 사장 조직은 정 사장이 밝힌 서비스 플랫폼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네트워크 CIC는 SK텔레콤이 통신시장의 성장 정체를 타파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산업생산성증대(IPE) 사업과 기업(B2B)사업을 담당할 계획이다.
 
기존 음성 통화 사업부문보다는 플랫폼과 뉴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와함께 정만원 대표를 지주회사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전보하고, 하성민 전 MNO 비즈 사장을 총괄 사장으로 임명하면서 분위기를 쇄신했다. 서진우 C&I 사장은 플랫폼 사장과 SK텔레콤 사장을 겸직하게 됐다.
 
이밖에 내년에도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 여부가 여전히 최대 관심 거리가 될 전망이다.
 
 
뉴스토마토 송수연 기자 whalerid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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