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SK, 바이오 줄이고 AI 키운다…1조대 자금 재배치
1조 2500억원 규모…AI 핵심 소재 만드는 SKC에 투자
PRS 계약에 주가 상승 베팅…추가 수익 기대
단순 지분 매각 넘어 전략적 유동화 평가
2026-03-09 06:00:00 2026-03-09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3월 5일 14:5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SK그룹이 바이오 자산 일부를 유동화하면서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1조원대 현금을 확보해 재무 부담을 낮추고 중장기적으로는 AI 투자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동시에 단순 매각이 아니라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병행해 향후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권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전략적 자본 재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SK가 AI 중심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온 포트폴리오 조정 신호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진=SK)
 
바이오 지분 줄이고 조 단위 실탄 마련…PRS 통한 유동화 전략
 
4일 재계에 따르면 SK(003600)는 오는 30일 SK바이오팜(326030) 보통주 1091만7028주를 주당 11만4500원에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하기로 했다. 총 거래 규모는 약 1조 2500억원이다. 이번 거래로 SK의 SK바이오팜 지분율은 기존 64.02%에서 50.08%로 낮아진다. 14%포인트 지분이 유동화되지만 최대주주 지위와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거래는 한국투자증권 등 5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블록딜 방식으로 진행된다.
 
SK는 지분 매각과 동시에 동일 물량에 대해 3년 만기의 PRS 계약도 체결했다. PRS는 기준가격과 실제 매각가격의 차액을 정산하는 파생 계약 구조다. 기준 가격은 블록딜 가격과 동일한 11만 4500원이다. 3년 뒤 SK바이오팜 주가가 기준가격을 웃돌면 SK는 차익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차액을 금융기관에 지급해야 한다. 이날 종가 기준 SK바이오팜의 주가는 9만7300원이다.
 
결국 SK는 조 단위 유동성을 확보하면서도 향후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 상승 이익을 일부 유지하는 구조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분 매각이 아니라 사실상 전략적 유동화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PRS 계약을 병행했다는 것은 SK가 바이오팜의 기업가치 상승 가능성을 여전히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며 "지분은 줄였지만 사실상 주가 상승에 대한 옵션을 유지한 셈"이라고 말했다.
 
SK는 이번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 중 5397억원을 SKC가 추진하는 1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투입하기로 했다. SKC는 조달 자금 가운데 글라스기판 고객인증 확보 및 양산 체제 구축에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 글라스기판은 AI 서버용 반도체 패키징의 핵심 소재로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 중요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바이오 자산 일부를 현금화해 AI 반도체 소재 투자로 재배치한 셈이다. SK하이닉스(000660)의 고대역메모리반도체(HBM)와 SK텔레콤(017670)의 AI 데이터센터, SKC(011790)의 글라스기판으로 이어지는 그룹의 AI 밸류체인 강화 전략과도 맞물린다.
 
SK그룹 측은 <IB토마토>에 "투자 재원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 중인 SK바이오팜 지분 일부를 처분했다"며 "주가수익스왑 계약을 통해 향후 주가 변동에 따른 수익 정산 구조를 함께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SK 바이오 사업 재편…최윤정 부사장 역할 '증대'
 
이번 거래는 SK그룹이 추진해 온 사업 리밸런싱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SK는 최근 배터리 에너지 건설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바이오 사업 구조 재편도 검토해 왔다.
 
현재 SK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주요 바이오 계열사는 SK팜테코와 SK바이오팜 두 곳이다. 글로벌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맡고 있는 SK팜테코는 업황 둔화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경영권 매각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반면, SK바이오팜은 상장사로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한 상태에서 일부 지분 유동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자금 확보 카드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바이오팜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전략본부장(부사장)이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계열사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최 부사장은 전략기획과 글로벌 사업을 중심으로 SK바이오팜의 성장 전략 수립에 관여해 왔다.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시장 안착 이후 차세대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와 글로벌 연구개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직판 확대에 힘입어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4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해 영업이익은 2배 이상 증가한 203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대비 29.1% 증가한 7067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기업가치 재평가의 핵심 변수로 차세대 신약 파이프라인을 꼽는다. SK바이오팜은 방사성의약품치료제 RPT 분야를 중심으로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올해부터 임상 진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그룹 리밸런싱 효과로 재무구조 개선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SK바이오팜 지분 매각과 PRS 계약 등을 동시에 체결하면서 매각 차익 약 1조 1700억원 가운데 5000억원 이상은 재무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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