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삼성전자가 노사 갈등과 산업재해 책임론이라는 안팎의 거센 압박에 직면했습니다. 노동조합이 오는 5월 총파업을 예고하며 단체행동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가 산업재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노동환경권 개선’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반도체 호황을 맞은 삼성전자가 노사 관계를 넘어 산업안전·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 전반에 대한 시험대에 오른 형국입니다.
반올림이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에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6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고(故) 황유미 19주기 및 반도체·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의 환경·안전보건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인공지능(AI) 수요 폭증으로 인한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확대 등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로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근로자들의 산재·사망사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반올림은 지적했습니다.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근무했던 정향숙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지난 한 해 동안에만 최소 여덟 분의 반도체·전자산업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며 “반도체 기업을 위해서는 국가가 신속하게 지원하면서 반도체 노동자와 산재 피해자에게 필요한 각종 법과 제도, 작업환경 개선은 더디다”고 꼬집었습니다.
지난해 무리한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와 성과 압박으로 생을 마감한 30대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 김치엽씨의 사망을 비롯해 사내 하청 노동자, 자녀 산재와 베트남 반도체 공장, 헝가리 삼성SDI 배터리 공장 등 국내외 사업장에 대한 환경안전 보건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공유정옥 반올림 활동가(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는 “삼성 협력업체 SIT VINA 주변에는 ‘먼지가 눈처럼 떨어지고, 최근 몇 년간 암환자와 호흡기질환이 급증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있었지만 삼성은 이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며 “지난해 UN 특별보고관들이 베트남사업장 노동자 안전보건을 우려를 제기하는 내용의 서한을 한국정부와 삼성전자에 발송하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인권을 존중한다는 기업의 미사여구와 현실 사이에는 깊은 간극이 존재한다”며 “공급망 책임법 등 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선언했으며 노동인권, 조직문화, 인재양성, 안전보건 등을 위해 부문별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를 두고 안전보건 관련 잠재위험을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삼성그룹노조연대가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본사 사옥 앞에서 ‘투명한 성과급 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삼성전자를 둘러싼 내부의 불만도 커지는 양상입니다. 삼성전자 노조는 임금 및 복지 협상에 진전이 없자 오는 5월 총파업 가능성을 열어놓고 단체행동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현재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삼성전자노조동행으로 꾸려진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오는 9일부터 18일까지 쟁의 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해 이달 중순 쟁의권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임금 협상 본교섭을 8차례 열었지만 성과급 제도인 초과이익성과급(OPI) 등을 둘러싸고 끝내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3일 열린 2차 조정회의에서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노조는 공동교섭단을 공동투쟁본부로 전환하고 쟁의권 확보에 나섰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투표에서 전체 조합원의 과반 찬성으로 쟁의권을 확보할 경우 내달 전 조합원 집회에 이어 5월 총파업 등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내부적으로 성과급 등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기 때문에) 총파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사안을 단순한 임금 갈등이 아니라 산업안전, 인권, 신뢰의 통합 과제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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