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원자재 쇼크'…석화부터 소비재까지 '연쇄 압박'
보이지 않는 중동발 원자재 압박 출구
국제유가 10% 상승 땐 생산비 0.71%↑
2주째 넘긴 전쟁 '76.4% 유가 폭등'
체력 바닥난 업종 하중, 하방 산업도 위기
3월 목표 추경…15조~20조원 추산
2026-03-16 17:11:23 2026-03-16 17:43:13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저지하는 것이 유가 상승을 억제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발언하면서 중동발 원자재 쇼크 압박에 대한 출구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 원유 해상 운송량의 20% 이상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 길목이 2주 넘도록 위기를 맞고 있어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 제조업계는 생산비 압박에 직면해 있습니다. 유가 상승은 국내 제조업의 기초 체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석유·화학제품, 고무·플라스틱 등 원재료 비중이 높은 업종들이 위기에 놓인 겁니다.
 
16일 산업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때 국내 제조업 전체의 생산비용은 평균 0.71% 증가한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가 10% 상승 땐 '생산비 0.71%↑'
 
16일 산업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때 국내 제조업 전체의 생산비용은 평균 0.71% 증가합니다. 배럴당 72달러 수준이었던 두바이유는 공습 이후 불과 7일 만에 103달러까지 44.0% 폭등한 바 있습니다. 이는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의 상승률(29.2%)을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가장 치명적 타격을 입는 곳은 석유제품 산업으로 지목됩니다. 석유제품은 생산비용이 6.30% 급증하는 등 유가 상승의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이어 화학제품(1.59%), 고무 및 플라스틱 제품(0.46%) 등 원재료 비중이 높은 업종들도 줄줄이 비상이 걸렸습니다.
 
비금속 광물제품(0.35%)과 1차 금속제품(0.28%)의 경우도 생산 단가 상승의 영향권에 들어가 있습니다. 원자재 쇼크의 파동은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및 트레일러(0.14%), 금속가공제품(0.16%), 일반기계(0.12%) 산업에도 비용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전기장비(0.08%)와 전자·광학기기(0.04%), 정밀기기(0.04%) 등은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낮지만 글로벌 수요 위축에 따른 간접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입니다. 서민 경제와도 직결됩니다. 농림수산품은 0.17%의 생산비용 상승을 추산하고 있으며 음식료품(0.10%), 섬유 및 가죽제품(0.10%), 목재 및 종이제품(0.10%) 등 생필품 전반에 대한 압박이 거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운송 서비스 비용도 0.41%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6일 충북 청주의 한 알뜰주유소를 찾아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주유소 가격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주째 넘긴 전쟁 '76.4% 폭등'
 
하지만 분석 모델이 배럴당 103달러로 44.0% 급증 때 시나리오라는 점을 감안하면 2주째를 넘긴 중동발 비용 상승 압박은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두바이유는 150달러 근접이 우려되는 127달러로 전쟁 전보다 약 76.4% 폭등한 수준입니다.
 
중동 발발 2주를 넘기는 등 76.4% 유가 폭등 상황에 대입하면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및 트레일러의 비용 상승 압박은 7.5배(유가 10% 상승 때 제조업 생산비 0.71% 증가를 단순 계산할 경우)를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하방 산업의 위기뿐만 아니라 체력이 바닥난 업종의 경우 산술적 계산 이상의 하중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앞서 저효율 공장 폐쇄와 사업 통합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석유화학업체들은 탄소·공급망 자구책 마련 중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위기가 구조조정을 넘어 '강제적 퇴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공급 과잉과 실적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 약 25%(4분의 1)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해왔습니다. 석유화학 공정(NCC)은 원료 입고부터 제품 출하까지의 주기가 짧아 통상 10~14일 치의 나프타(플라스틱, 고무, 화학제품의 기초 원료) 재고에 불과합니다.
 
나프타 공급이 막히면서 나프타를 원료로 만드는 에틸렌 생산량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에틸렌도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산업에 사용하는 기초 소재로 사태 장기화 땐 주요 산업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합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최근 산업통상부 측에 에틸렌 물량 확보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용범 정책실장(오른쪽부터)과 임기근 기획예산처 차관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레드라인'…3월 중 추경
 
석화업계 전문가는 "국내 나프타 재고는 단 2주분에 불과한데 중동 사태 악화는 구조조정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생산 라인이 '효율 제고'가 아닌 '강제 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마주하게 된 격"이라고 말했습니다.
 
홍성욱 산업연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중동 리스크는 원유 공급 차질, 유가 상승 등 에너지 수입 충격이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플랜트·건설, 자동차, 방산·기계류, 소비재 등의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수입·수출 모두에서 악영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직·간접적 영향은 업종별·기업별로 상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포괄적인 대응책 마련과 함께 업종·기업별 상황에 맞춘 피해 경로별 맞춤형 지원 체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향후 미·이란 전쟁의 변화 방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우리 수출기업들의 피해 및 애로 사항을 모니터링하고 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정부와 민주당은 중동 사태 여파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처리 속도전에 합의한 상태입니다. 정부는 3월 중 추경(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제출을 목표로 예산 편성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이번 추경 규모는 15조~20조원 안팎으로 추산됩니다. 국채 발행 없는 법인세 증가분 등 초과 세수와 한국은행 잉여금을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입니다. 원유 수급 대책으로는 국제에너지기구(IEA)와 합의된 비축량 2246만배럴을 향후 3개월간 단계적으로 방출할 계획입니다. 
 
기획예산처 측은 "중동 상황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고유가에 따른 현장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의 후 신속하게 추경안을 마련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2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