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해운업계가 정기선사 운임 공동행위에 대한 제재를 방지하기 위해 해운법 개정을 통한 공정거래법 적용 제외 입법 추진에 나섭니다. 막대한 고정비와 수요 변동성을 지닌 해운업 특성상 운임 공동행위는 시장 붕괴를 막는 필수적인 보호장치인 만큼, 법 개정 추진으로 제재 리스크를 없애고 안정적인 수출입 물류망을 지켜내겠다는 계획입니다.
17일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바다와미래 연구포럼' 오찬포럼. (사진=뉴스토마토)
조승환 국민의힘·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끄는 바다와미래 연구포럼은 17일 ‘해운법과 공정거래법 충돌 관련 개선방안’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습니다. 포럼 소속 의원 10여명과 해양수산부 담당자, 해운업계 대표 및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소속 단체장 등 총 5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22년 고려해운, 남성해운, 동영해운, SM상선,
HMM(011200), 장금상선,
팬오션(028670),
흥아해운(003280) 등 12개 국적 선사와 에버그린, CNC, COSCO, GSL 등 외국적 11개사 등 총 23개 선사가 15년간 120차례에 걸쳐 한국과 동남아시아 항로 운임을 담합했다며 9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불복한 해운사들은 과징금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고등법원은 해운법상 허용되는 정당한 공동행위로 인정해 선사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대법원은 “해운법이 공동행위를 허용하더라도 공정거래법 적용이 일률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올 연말까지 고등법원에서 최종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해운업계는 완전 자유경쟁이 파괴적 덤핑과 줄도산을 초래하므로 일정 수준의 운임 공동행위는 필수적이라는 입장입니다. 발제자로 나선 강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해운업은 선박 도입과 유지보수에 엄청난 매몰비용이 들고 공급량을 쪼개서 조절할 수 없는 불가분의 특성이 있다”며 “글로벌 경기나 지정학적 위기 등 수요 변동성까지 커 단순한 자유경쟁에 맡겨두면 파괴적 경쟁과 경제적 비효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특히 대규모 고정비용이 들어가는 시장에서는 단순 자유경쟁만으로 최적의 균형 상태가 도출되지 않는다는 경제학의 ‘공핵 이론’을 언급하며, 정기선의 운임 합의는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한 ‘안정화 카르텔’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강 변호사는 “안정화 카르텔은 단순한 선사 보호가 아니라 안정적인 물류 운영을 원하는 화주를 보호해 사회적 총이익을 증가시키는 생존 시스템”이라며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 규제를 열어주듯 물류 공급망 보호를 위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17일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바다와미래 연구포럼' 오찬포럼에서 강일 태평양 변호사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박정석 한국해운협회장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해운업계 공동행위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박 회장은 “중동 리스크 확대로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해지고 에너지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는 속에서도 우리 회원사들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모든 해운 강국은 해운을 전략산업 및 국가 기간산업으로 인식해 선사들의 공동행위를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 회장은 세계 정기선 시장에서 유럽 선사들에 의한 과점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세계 1위 선사인 MSC가 우리나라 전체 정기선사의 선복량을 몇 배나 뛰어넘는 규모로 선복 확대를 추진 중이며, 독일 하팍로이드 역시 10대 정기선사 중 한 곳을 합병하는 등 과점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이어 이웃 국가인 중국과 일본의 사례를 언급하며 국가 경쟁력 차원의 접근을 촉구했습니다. 박 회장은 “중국은 코스코(COSCO)와 차이나쉬핑 2개사를 통합하고 홍콩 OOCL을 계열사로 편입했으며, 일본도 NYK, MOL, K라인 등 3개사를 하나로 합병했다”며 “이는 국내 독과점 문제를 벗어나 세계 해운 시장에서 자국 정기선사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국가 경쟁력 차원의 접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국적 선사인 HMM이 글로벌 10위권에 턱걸이하고 있는 열악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선사들의 공동운항 및 공동행위에 대해서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세계 경쟁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저해가 된다”며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낮은 지위에 있는 한국 해운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김한울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 항만물류기획과장은 “공정거래법 배제를 어떻게 할지는 공정위랑 이견이 있는데 협의한 후 정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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