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이 한 달을 넘기면서 글로벌 경제가 본격적인 충격 국면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국제유가는 한 달 만에 50% 넘게 급등했고, 뉴욕증시는 주요 지수가 조정장(최근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한 상태)에 빠지는 등 금융시장 전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외신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아닌 '글로벌 경제를 뒤흔드는 공급 충격'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이 한 달을 넘기면서 글로벌 경제가 본격적인 충격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브렌트유 '55%' 급등…걸프전 이후 '최대 상승'
국제유가는 이번 위기의 핵심 진원지입니다. 29일(현지시간) <가디언>은 "3월 한 달 동안 유가는 51% 상승해 1990년 걸프전 당시 기록을 넘어섰다"며 "전쟁이 시장에 '혼란'을 가져왔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 브렌트유 가격은 전쟁 발발 직전인 2월27일 배럴당 72.48달러에서 3월27일 112.57달러로 약 55.3% 올랐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같은 기간 배럴당 66.96달러에서 99.64달러로 약 48.8% 상승했습니다.
<AP통신>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물가를 끌어올리고 세계 경제 전망을 어둡게 만들며 글로벌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며 "개발도상국들은 연료 배급과 보조금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면서 경제적 고통이 수개월, 심지어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문제는 이번 충격이 단순한 운송 차질이 아니라 '생산시설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장에서는 일부 가스·정유 시설의 복구에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공급 회복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의미로, 유가가 장기간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을 높입니다. <AP통신>은 "비료 가격 급등과 에너지 부족이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요소 가격은 50%, 암모니아는 20% 상승하며 농업 생산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저소득 국가의 식량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이 위기가 지속된다면 어떤 나라도 영향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은 에너지 확보 경쟁에서 밀려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크리스토퍼 크니텔 교수는 "이전에는 전쟁이 끝나면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지만, 지금은 인프라가 실제로 파괴되고 있다"며 "이번 전쟁의 파장은 장기적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8일(현지시간)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청 인근에서 ‘노 킹스(No Kings)’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이 거리 축제 분위기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UPI 연합뉴스)
다우 나스닥 조정장 진입…S&P500도 '흔들'
금융시장도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하며 조정장에 진입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5주 연속 떨어지며 9% 하락했습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시장 하락의 핵심 원인은 백악관에 대한 신뢰 약화"라며 "투자자들이 증시 하락 시 정책으로 방어할 것이라는 이른바 '트럼프 풋' 기대가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바클레이즈는 "잦은 입장 번복과 헤드라인 피로감이 '트럼프 풋'의 효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전쟁 초기에는 협상 기대 발언이 유가를 낮추고 증시를 떠받쳤지만, 시간이 갈수록 시장은 정책 발언보다 실질적인 공급 리스크에 더 반응하는 모습입니다.
미국 경제 역시 충격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휘발유 가격 상승이 소비를 압박하고 있으며, 이미 둔화 조짐을 보이던 경제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면 경제에 '티핑포인트'(임계점)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잔디는 "유가가 배럴당 125달러 수준에 근접할 경우 미국 경제가 임계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합니다. 하버드대의 카르멘 라인하트 교수는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 위험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JP모건 역시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성장률은 낮아지고 물가는 상승할 것"이라며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이 형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시장의 시선은 점점 장기 리스크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AP통신>은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걸프 지역 에너지 인프라 피해 복구에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며 "회복은 매우 느릴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PNC 금융 서비스 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거스 포셔는 "경제에 가장 큰 위험은 불확실성 증가가 소비자 지출 둔화"라며 "소비자 지출이 미국 경제활동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며 금융시장에 부담을 줘 투자자들에게 타격을 준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라고 전했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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