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설정한 '데드라인'인 4월6일(이하 현지시간)이 다가오면서 미국과 이란 양의 물러서지 않는 '치킨 게임'이 격화하는 양상입니다. '석기시대'를 언급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지옥문'을 꺼내 들었고, 이란 역시 '홍해 봉쇄'를 꺼내 들며 맞서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미국의 지상전 투입과 이란의 거센 반격으로 '확전'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 크로스홀에서 이란 전쟁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3주 추가 폭격 '대기'…"시간 많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내가 이란에 (종전 요구안에) 합의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기까지 열흘을 줬던 때를 기억하라"면서 "시간이 많지 않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그들에게 지옥문이 열릴 때까지 48시간 남았다"고 경고했는데요. 이는 자신이 설정한 시한인 오는 6일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상기시킨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시한은 수차례 바뀐 바 있는데, 당장은 6일을 최종 '데드라인'으로 설정해 놓은 상태입니다. 그는 지난달 21일 이란에 48시간을 제시하며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촉구했고, 응하지 않을 시 발전소 시설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에서 닷새간 공격을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다시 열흘을 재연장했는데, 6일이 마지막 시한입니다.
그는 '지옥문' 언급 뒤 다시 트루스소셜에 이란 폭격 영상을 올리며 "이번 테헤란 대규모 공습으로 이란 군을 형편없고 현명치 못하게 이끌어온 군 지도부 다수가 제거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란 석유화학 단지 공격 사실을 확인하면서 "우리는 계속해서 그들을 부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란의 주요 에너지 기간시설에 대한 공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는데요. 이스라엘은 이를 위한 미국의 승인을 기다리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특히 이들의 공격 시점은 '데드라인'이 종료된 직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대국민연설 당시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리겠다"면서 향후 2~3주 동안 대규모 폭격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등 측근들이 이란 내 민간 인프라 시설은 '합법적인' 군사 목표물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합니다. 이란군이 도로망을 활용해 미사일이나 드론 자재 운송로로 활용하고 있기에 이를 타격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또 발전소 타격과 관련해서는 이란 내 민심 동요를 유도하고 핵 개발 방해 효과 등이 있다는 점에서 '정당한 군사 목표물'로 간주해야 한다고 설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란, '맞불' 작전 지속…약점 파고들기
'석기시대'와 '지옥문'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이란 측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란 관영 매체에 따르면 하탐알안비야 사령부의 알리 압둘라히 알리아바디 사령관은 "지옥의 문이 당신들에게 열릴 것"이라고 맞받았습니다.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도 "만약 적대행위가 고조된다면 지역 전체가 당신들에게 지옥으로 변할 것"이라며 "이란을 패배시킬 수 있다는 환상은 곧 당신들이 빠질 수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5일 새벽 이란은 이스라엘과 쿠웨이트를 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퍼부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데드라인을 철저히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의 방어 능력을 상실시켰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란의 방공망은 미군의 F-15 전투기에 이어 A-10 공격기까지 격추시켰습니다. 특히 추락한 전투기 조종사들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헬기 2대가 공격받기도 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투기 격추에 따라 실종됐던 미군 병사들을 전원 구조했다고 밝히며 "이번 두 작전을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심지어 부상자도 없이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이란 상공에서 압도적인 공중 지배력과 우위를 확보했음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장병의 구출과 별개로 이란의 방공망이 아직 기능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 드러났습니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약점인 '경제'를 파고들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이어 홍해의 길목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추가 봉쇄 가능성까지 시사한 건데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전 세계 석유·액화천연가스(LNG)·밀·쌀·비료 수송량 중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는 물량은 얼마인가"라며 "이 해협을 통한 수송량이 가장 많은 국가와 기업은 어딘가"라고 했습니다. 미국과의 협상 창구로 주목받는 인물이 홍해 봉쇄까지 언급한 대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데드라인' 종료와 함께 추가적 군사행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요. 하르그섬을 점령과 지상군 투입 가능성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민간 에너지 인프라 타격이 우선시될 전망입니다. 이란은 해당 시나리오와 관련해 이미 '호르무즈 해협 완전 폐쇄', '미국인 주주 기업 파괴', '걸프국 발전소 파괴' 보복 조치를 예고한 바 있습니다. 결국 데드라인이 임박했음에도 양측 모두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향후 2~3주간 중동 정세가 중대한 분수령에 놓였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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