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잔고만 ‘120조’…K방산, 실적도 ‘훈풍’
방산 4사, 4~5년치 수주잔고 확보
전년 대비 영업익 35.2% ↑ 전망
“중동 리스크발 낙관론 경계 필요”
2026-04-07 15:01:05 2026-04-07 15:05:07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본격적인 ‘구조적 호황’ 국면에 진입한 국내 방산업계가 12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수주잔고를 쌓았습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미국의 글로벌 안보 개입 축소 등이 맞물리며 각국의 군비 확충 기조가 굳어진 영향입니다. 여기에 최근 중동 사태 장기화로 추가 수요까지 확대되면서, 향후 실적 역시 꾸준한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 (사진=뉴시스)
 
7일 각 사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잔고는 37조2000억원, 현대로템은 29조7735억원, 한국항공우주(KAI)는 27조3437억원, LIGD&A는 26조23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4개사의 수주잔고를 합산하면 약 120조5472억원으로, 이는 2024년 말 기준보다 25.7% 증가한 수치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이 이미 향후 4~5년 치 일감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수주잔고 확대의 배경으로는 글로벌 안보 환경 악화가 꼽힙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중동 분쟁이 심화하는 데다, 미국이 기존과 같은 수준으로 글로벌 안보에 개입하기 어려워졌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각국이 구조적인 군비 확충에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고품질 무기를 비교적 빠른 납기와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국가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K-방산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향후 실적 흐름도 긍정적입니다. 최근 중동 지역 안보 불안이 커지면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천궁-II’의 추가 수출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란 인접 국가들의 방공무기 수요가 늘면서, 한국 정부에 천궁-II 포대의 조기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는 만큼 유도탄 등 방공무기 수요도 당분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컨센서스는 6조3478억원, 영업이익은 8282억원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75%, 47.70% 증가한 수준입니다. 현대로템은 같은 기간 매출 1조4033억원, 영업이익 221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1년 전보다 각각 19.32%, 9.30% 증가한 수준입니다.
 
천궁-Ⅱ 지대공유도탄이 가상의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KAI의 경우 올해 1분기 매출은 1조1124억원, 영업이익은 883억원으로 전망됩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9.08%, 88.66% 늘어난 수치입니다. LIGD&A의 올해 1분기 매출 전망치는 1조6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0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영업이익은 1112억원으로 2.0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개발비용 증가와 저마진 수출 사업 비중 확대 등의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이를 합산하면 방산 4사의 올해 1분기 매출 컨센서스는 9조9257억원,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2494억원으로 집계됩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약 20.1%, 영업이익은 약 35.2% 증가한 수준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단순한 외형성장이 아닌 중장기 실적 안정성까지 높이는 ‘구조적 호황’에 돌입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안보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주요 국가들의 방산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과 납기 대응력, 품질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어 추가 수주 가능성도 여전히 높은 편”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송방원 건국대 방산학과 겸임교수는 “시장에서 말하는 구조적 호황은 과거 실적을 바탕으로 한 기대가 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기존 실적이 다른 시장에서도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이미 수주잔고가 상당 부분 쌓여 있는 만큼, 중동 리스크가 곧바로 장기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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