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부정선거 시위를 겨냥한 정부와 경찰의 경고 수위가 연일 높아지고 있지만, 서울 송파구 잠실 올림픽공원에서 벌어지는 집회는 17일 기준 13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위 참가자들은 이번 투표용지 부족을 부정선거의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 선거 무효와 그에 따른 재선거만 요구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합니다.
이날 천준호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임오경·전용기 의원 등은 올림픽공원을 찾아 부정선거 시위로 인해 시설 출입이 막힌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당 차원에서 시위 현장을 방문한 것은 사태 발생 이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천 원내수석부대표는 "참정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의 목소리도 보장돼야 하지만, 체육회 활동 역시 마찬가지"라며 중재를 시도했으나, 시위대의 거센 항의를 받고 15분 만에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17일 천준호·임오경·전용기 민주당 의원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반발해 일어난 서울 올림픽공원 시위를 찾았다가 시민의 항의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위 참가자들은 체육단체 업무보다 참정권 회복이 먼저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은 재선거 여부가 결정되고 진상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개표함과 관련 자료를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체육단체 직원들의 시설 출입 역시 증거 보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합니다.
전날인 16일 대한체육회와 종목 단체 관계자들이 경찰의 협조 아래 핸드볼경기장 진입을 시도했으나 끝내 무산됐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유승민 대한체육회장까지 직접 현장을 찾았지만, 출입은 결국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대치 국면이 풀리지 않자 정부와 경찰 등은 시위대의 행동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유럽을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각) 화상으로 수석보좌관 회의를 열고 "선거 결과 조작 등을 운운하면서 부정선거론을 퍼뜨리는 것은 이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국민들의 귀한 목소리를 모욕하는 반사회적 행태"라고 했습니다. 15일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시위대의 봉쇄로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보도를 인용하며, "시위대의 민간인 출입 제한 행패 등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에 대해 행위자는 물론 공모자까지 엄중 수사를 지시했다"고 썼습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도 15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올림픽공원 시위 문제에 관해 "아무 생각 없이 옆에서 불법 행위에 동조했다가 공범으로 적용될 경우에는 패가망신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정당한 분노를 빌미로 일부가 저지르는 도 넘는 일탈과 불법행위에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경찰에 따르면, 수사당국은 올림픽공원 시위에 관련된 불법행위 15건을 수사 중입니다. △언론인 폭행 △유소년 핸드볼 선수들에 대한 검문검색 △경찰관 모욕 △참가자 간 폭행 등이 수사 대상입니다. 16일 핸드볼경기장 출입문 앞에서 체육단체 관계자들의 진입을 막아선 여성 참가자, 경찰관을 상대로 조롱과 모욕성 발언을 한 혐의로 고소된 유튜버 등에 대한 수사도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경고와 당국의 수사 착수에도 불구하고, 올림픽공원 시위는 당분간 장기화 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울 걸로 보입니다.
취재팀이 현장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시위는 장기화와 함께 현장 구호와 온라인 담론도 점차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현장에서는 재선거 요구와 '부정선거 원천무효' 같은 초반 구호에서 나아가 '당일투표·수개표', '한미공조 국제수사' 등의 구호도 함께 등장했습니다.
온라인에서도 시위 참가자들은 스레드와 디시인사이드 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언론 보도나 정부 발표보다 현장 중계 영상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을 더 신뢰하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당국이 "패가망신", "반사회적" 등 강경한 단어를 쓰며 압박하더라도 이들이 심리적으로 쉽게 위축되지 않는 배경입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