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인공지능(AI) 개발에 개인정보 활용 특례를 두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개정안을 반대하는 국민 청원이 진행 중입니다. 정보 주체의 동의 없는 개인정보 활용 특례는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받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주장입니다. AI 기술에만 예외를 허용하는 'AI 예외주의'로 인해 앞으로 산업 발전이란 명목으로 개인정보 보호 원칙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22일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의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개인정보 원본의 AI 활용을 허용하는 개보법 개정안 반대에 관한 청원'이라는 글이 지난 18일 올라와 동의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청원 글은 개인정보가 본래 처음 수집된 목적으로만 사용돼야 하는데, 개보법 개정안이 그 원칙을 깨고 AI 기업들이 당사자 동의 없이도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름을 지우거나 알아볼 수 없게 처리하는 익명·가명 처리를 하지 않고, 개인정보 원본 활용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며 개정안이 통과돼선 안 된다는 게 청원 취지입니다. 국회 규정에 따르면 청원 글은 공개 시점부터 30일 이내에 5만명 이상 동의를 얻는 경우 국민동의청원으로 접수돼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됩니다.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14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개보법 개정안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친 경우 개인정보의 수집 목적 외 활용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글로벌 AI 주도권 확보를 위해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AI 기술 개발에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다만 개보위 심의·의결을 통해 △익명·가명 처리만으로 AI 개발이 어려운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안전장치를 마련한 경우 △공공의 이익 증진 목적으로 정보 주체 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현저히 낮은 경우 등에 한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특정 산업을 위해 헌법상 개인정보 보호의 원칙을 무력화하는 조치라는 지적입니다. 청원인 장모씨는 "(개정안은) AI 기술 개발이란 모호한 기준으로 얼굴과 음성, 지문 같은 민감정보를 포함한 개인정보를 원본 그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며 "나에 관한 정보를 언제 누구에게 얼마나 공개하고 이용하게 할지 스스로 결정할 헌법적 권리(개인정보 자기결정권)를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개보법 개정안에 대해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의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 법안이 헌법상 기본권뿐 아니라 목적 제한과 최소 수집 원칙 등 그동안 확립해 온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훼손한다는 판단에서입니다.
디지털정의네트워크 관계자는 "시민단체들은 민감정보를 포함한 개인정보를 원본 그대로 활용한다는 사실에 대해 어떤 사전, 사후 고지 의무조차 없다는 점 등 위헌·위법성을 수차례 지적했다"며 "이에 대한 시민사회 요구가 정무위 심사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AI 기업의 이익을 위해 기본권을 희생시키면 이후에는 또 다른 이유로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지키지 않으려는 산업이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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