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모시는 은행들…대출은 '좁은 문'
신용정보 부족·채권 회수 위험 걸림돌
2026-10-13 13:27:07 ㅣ 2026-10-13 13:27:53
[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국내 체류 외국인이 늘면서 은행들이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섰지만, 정작 대출문을 활짝 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대상 금융서비스가 계좌개설과 예·적금 등 기본 업무에 집중된 가운데, 국내 금융거래 이력 부족과 채권 회수 위험이 대출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올해 9월 말 기준 외국인 고객 수는 632만5944명으로, 지난해 말 571만9770명보다 10.6%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외국인 대출 잔액은 은행별로 약 5900억원에서 1조2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은행권의 외국인 고객 증가는 국내 체류 외국인이 꾸준히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78만3247명으로 전년 265만783명보다 5% 증가했습니다. 이 중 장기 체류 외국인은 215만9052명에 달합니다. 전체 인구 대비 체류 외국인 비율도 2021년 3.79%에서 2024년 5.18%, 지난해 5.44%로 높아졌습니다.
 
외국인 고객층이 확대되자 은행들도 관련 금융서비스 강화에 나섰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전날 국내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외국인통장과 체크카드, 해외송금 등 종합 금융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내년에는 예·적금과 오픈뱅킹, 대출비교 서비스까지 제공 범위를 넓히고, 장기적으로 방한 외국인과 재외국민으로 고객군을 확대한다는 구상입니다.
 
토스뱅크는 2022년 5월부터 외국인 대상 비대면 입출금 계좌 개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케이뱅크도 연내 관련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시중은행들은 외국인 전용 플랫폼과 특화 상품을 중심으로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는데요. 하나은행은 올해 초 외국인 전용 플랫폼 '하나 이지(Hana EZ)'를 개편해 비대면 금융기능을 강화했습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쏠 글로벌(SOL Global)'과 '우리원(WON)글로벌'을 운영 중입니다. KB국민은행 'KB 글로벌 스타 적금', 하나은행 '하나더이지 적금' 등 외국인 전용 예·적금 상품도 마련했습니다.
 
문제는 외국인 고객을 위한 서비스가 확대되는 것과 달리 대출상품의 선택지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현재 외국인 대상 주요 대출상품으로는 KB국민은행 신용대출·전세자금대출, 신한은행 전세대출, 하나은행 신용대출 등이 있습니다. 외국인 전용 신용대출은 상품에 따라 최고 한도가 1000만~2000만원 수준으로 제한돼 있어 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고객과 규모 모두 한정적인 상황입니다.
 
은행들이 외국인 대출 확대에 신중한 가장 큰 이유는 신용평가와 채권 회수의 어려움입니다. 외국인 고객은 국내 신용카드 이용이나 대출 상환 이력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기존 신용평가모형만으로 상환 능력을 판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른바 신용정보가 부족한 '씬파일러(Thin Filer)'에 해당합니다.
 
체류자격과 고용 형태가 다양하고, 체류기간이 종료돼 출국할 경우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일부 은행들은 금융거래 이력 외에 급여 이체 내역과 재직 정보, 체류자격 및 잔여 체류기간, 예·적금 거래 실적 등을 함께 살펴보며 대출 가능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정보를 활용하더라도 외국인 고객의 상환 능력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별도의 신용평가체계를 구축하고 고도화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입니다. 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할 경우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은행들도 보수적인 접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외국인 금융서비스를 선보인 카카오뱅크 역시 자체 대출상품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입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외국인은 한국인과는 다른 급여와 직장 형태, 다른 제도가 적용돼 기존의 신용평가모델을 이용하기는 어렵다"며 "별도의 신용평가모델 개발과 리스크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고객은 소득이 일정하더라도 국내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하고 체류자격이나 근무기간도 제각각이어서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대출을 늘리는 것보다 연체나 부실 가능성을 얼마나 정확하게 판단하고 관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만큼, 관련 데이터와 신용평가체계가 충분히 갖춰지기 전까지는 보수적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l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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