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10월 13일 17:0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은행과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처리 방식에 변화가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채권 추심 과정을 손보면서다. 기존 연체 채권을 상각 처리하고 소멸시효를 연장해 회수를 해왔으나, 관행을 깨기 위한 조치다. 특히 해당 채권을 외부에 매각하더라도 원채권 금융회사의 사후관리 의무는 남게 되면서 셈법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채권 매입업체의 회수기간이 제한되면서 매각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사진=금융위원회)
대손인정 채권, 시효완성 원칙 적용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4분기 상각하는 대손상각 신청분부터 개정 후 금융기관채권대손인정업무세칙이 적용된다. 이번 개정은 금융회사가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에 대해 세법상 대손 인정을 받으려면 원칙적으로 최초 소멸 시효 완성일에 시효를 완성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은행과 보험사의 경우 5000만원 이하,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의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개인 무담보 연체 채권이 대상이다. 올 4분기 대손상각 신청분부터 적용되는데, 만약 채무자의 은닉재산이나 파산, 회생 절차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면 예외적으로 시효 연장이 허용된다.
세칙 개정은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 후속조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개인 연체채권 관리 실태를 파악하고, 올 초에는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연체자 보호과 신속한 재기 지원을 위한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기존 금융회사의 소멸시효 연장을 주요 문제로 꼽았다. 금융회사는 연체 채권이 회수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상각 처리한다. 상각이란 회계산 자산을 손실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각이란 회계상 자산을 손실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회사는 상각과 매각 등을 통해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건전성을 관리해 왔다.
종전에는 금융사가 연체채권을 추정손실로 분류하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대손인정을 받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도 법인세법상 손실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가 세법상 손실로 인정받은 이후에도 소멸시효를 반복적으로 연장하면서 장기간 회수를 시도하는 관행을 문제로 봤다. 지난해 개최한 현장 간담회에서도 소멸시효 완성이 가까워지면 지급명령 등을 청구해 시효를 연장하고, 차주의 부담을 높이는 문제가 지적됐다.
금융당국은 은행과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가 연체채권을 매각하는 과정에도 주목했다. 채권이 반복적으로 매각되고 추심 주체가 바뀌면서 채무자에 대한 추심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매각 후에도 관리 의무…채권 가격 영향은 '미지수'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채권 매각이 회수에만 초점을 맞춘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연체 채권의 매각이 반복되면서 추심 강도가 높아져 차주의 부담이 커진다 의미였다. 이번 조건부 대손인정 제도 시행으로 해당 채권을 매각할 때에는 소멸시효 완성 예정일과 시효완성 의무를 매각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양수인의 의무 이행 여부도 원채권 금융회사가 점검하고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했다. 채권이 양도되더라도 일부 관리 책임은 금융회사에 남는 셈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사는 채권 대손인정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조건부 대손인정 채권 여부와 계정과목 등을 작성하고, 계정 과목별로 건수와 금액까지 구분해 기재하게 된다. 이후 부실채권 상각실적 역시 조건부 대손인정 채권과 이외 채권을 나눠 쓴다. 특히 상각채권 회수실적도 금융사가 작성해야 하며, 회수실적 명세 역시 채무자와 대손인정채권 여부를 구분해 기재한다.
소멸시효 연장이 불가해지면서 채권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채권매입업체는 채권의 원금과 예상 회수금액, 채무자의 상환 가능성 등의 요소를 고려해 매입 가격을 산정한다. 기존에는 시효 연장을 통해 비교적 긴 기간 회수를 시도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 조건부 대손인정 채권의 경우 원칙적으로 최초 시효완성 예정일에 시효를 완성하거나 채권을 포기해야 한다.
장기 회수를 전제로 매입 가격을 산정했다면,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대부업체의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 매입가율은 20~30%로 알려져 있다. 이미 할인율이 70~80%라는 뜻이다. 금융회사는 채권 매각을 통해 부실 채권의 일정 부분을 회수하는데, 책임은 남아있는 데다 해당 수익마저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적용 대상이 되는 연체채권은 계좌 수 기준으로 전체 채권의 90% 이상에 해당된다.
대손 상각은 회계처리, 대손 인정은 해당 소실을 세금 계산에서 인정받는 절차로 이번 개정은 대손 인정에 시효 완성 조건을 붙인 게 핵심이다. 시효 완성이란 법정 기간의 경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하는 데 제약이 생기는 것을 뜻한다.
제도 적용 대상이 개인 무담보 연체 채권으로 한정되는 만큼, 해당 채권 보유 규모와 매각 비중이 영향 정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과 저축은행 등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개인 신용대출 등 무담보 여신 비중이 높은 데다, 상각과 매각의 구조에 따라 영향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이나 저축은행이 직접 추심을 진행하면서 소멸시효를 연장하는 사례가 일반적이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일부 채권매입추심업체에서 시효를 연장해 왔지만 시장 전반의 매각가격에 영향을 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금융업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시행 이전에도 시효 연장은 일부라고 보고 있다"라며 "해당 조치가 추후 채권 매각 가격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