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비관론·코스피 거품론 확산…"5000까지 밀린다"
가트너 "네오클라우드 사업자 10곳 중 8곳 위험"
외국인 투매 가속…보유 비중 5개월만 최저
"FOMO에서 FUD 장세로…버티는 게 답"
2026-10-15 16:51:40 ㅣ 2026-10-15 17:00:35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미국발 한파에 코스피와 코스닥이 속절없이 추락했습니다. 기대에 못 미친 물가 지표에 금리 인상 우려가 짙어졌고,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경계감도 커진 탓입니다. 글로벌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 대형주 의존도가 높은 국내 증시의 충격파가 유독 컸다는 분석입니다. 
 
15일 한국거래소는 이날 장중 발동된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의 원인으로 '미국 반도체 기술주 약세'를 지목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14일(현지시간) 뉴욕 3대 지수는 모두 약세로 마감했는데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88% 밀리면서 3거래일 연속 하락 곡선을 그렸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4.3% 급락하며 7거래일째 내림세를 이어갔습니다. 
 
 
미국 증시 하락은 여러가지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습니다. 9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달 대비 0.3% 오르며 예상치를 웃돌았습니다.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확대되면서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이와 함께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투자 심리를 짖눌렀습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보고서를 통해 2026~2030년 AI 인프라 투자를 7조달러(약 9400조원)로 전망하는 동시에 데이터센터 관련 AI 매출은 3조6000억달러에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시 말하면, 현재와 같은 막대한 규모 투자 속도를 유지할 경우 2030년까지 3조5000억달러 이상의 투자자산이 손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코어위브, 네비우스 등 네오클라우드 사업자의 80% 이상이 독립사업자로 남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이며 투자 회수에 대한 의구심을 높였습니다. 
 
여기에 이날 코어위브의 무담보채권 유통금리가 15%까지 치솟은 점은 AI 인프라 자금조달 문제를 한층 더 부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송재경 디멘젼투자자문 대표는 "지난 밤 뉴욕 증시에서는 앞으로 걱정해야 할 모든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졌다"며 "불확실성 요인에 대한 공포가 아시아 증시로 넘어온 모양새"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송 대표는 지금의 장세를 'FUD(Fear 공포·Uncertainty 불확실성·Doubt 의심)'으로 요약했습니다. 급격한 상승세를 보인 상반기의 FOMO(Fear of Missing Out·소외에 대한 두려움)를 지나 불확실성이 가득한 조정 국면을 맞고 있다는 겁니다. 
 
시장의 불확실성 중심에는 '금리 상승'이 있다고도 그는 짚었는데요. 송 대표는 "금리가 올라가면서 시장의 유동성이 줄어들고 있다"며 "유동성이 감소하면 그간 빚으로 투자를 해오던 곳들이 어려움에 직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AI 붐의 가장 큰 제약 요인은 자금조달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점도 같은 맥락이라는 겁니다. 
 
글로벌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유독 국내 증시의 낙폭이 큰 점에 대해서는 산업 밸류체인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점이 제시됐습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AI 투자 확대의 수혜라는 공통점에도 기업별 수익 구조와 밸류체인 내 위치는 서로 다르다"며 "한국은 메모리 중심의 실적 성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반면 미국은 AI 서비스와 인프라 전반에 걸쳐 주도주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는데요. 
 
실제로 전날 미국 장의 경우 메모리, GPU, 전력 인프라 등 AI·반도체 전반이 모두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버텨준 덕에 하락세가 제한적이었습니다. 
 
이날 아시아 증시에서도 일본 닛케이225(-4.90%)와 대만 가권지수(-3.41%) 등이 모두 급락했지만 코스피보다는 낙폭이 적었는데요. 이에 대해서도 이 연구원은 "대만도 TSMC를 중심으로 첨단 반도체 수요 확대의 수혜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고, 송 대표는 "대만 증시에서 TSMC의 비중이 크지만 보수적으로 캐파(CAPA) 관리를 하는 TSMC 특성상 주가 변동성도 작은 편"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국내 증시의 경우 연고점 대비 40%가량 내렸음에도 글로벌 증시 중 수익률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을 만큼, 상반기가 뜨거웠던 점이 지금의 하락장을 더 불안하게 느끼는 요인이라는 설명도 뒤따랐습니다.  
 
코스피가 454.59포인트(7.57%) 하락한 5554.22에 마감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횡보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심리적 지지선인 5000선까지도 지수가 밀려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한국 증시 매도세 속 기관과 개인의 매수 여력도 제한되면서 수급 공백이 확대되고 있다"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훼손되면서 단기적으로 변동성 확대 국면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그는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되기 전까지는 적극적인 주식 비중 확대를 지양하고 위험관리에 집중하는 전략이 적절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차영주 와이즈경제연구소 소장도 "현재로서는 수급과 펀더멘털이 꼬여있는 상황이라 뭐 하나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이 진정되기 위해서는 외국인 매도세가 잦아드는 시점이 포착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옵니다. 올들어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순매도 규모는 200조원을 웃돌고 있는데요. 이날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4조원 가까이 내다팔며 13거래일 연속 투매에 나섰습니다. 이 여파로 코스피 시장 전체 시가총액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13일 기준)은 38.65%로, 지난 5월4일(38.25%)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이재원 연구원은 "외국인 복귀 시점을 특정하기보다는 수급 변화를 판단할 수 있는 조건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양호한 실적에도 외국인 매도가 지속되는 현상이 언제 완화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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