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게임셧다운제' 실효성 없는 이유
인터넷 보편화로 규제 헛점 투성이
"규제 아닌 관심이 과몰입 해결책"
2011-02-26 15:43:26 2011-06-15 18:56:52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여성가족부는 ‘셧다운 제도’에 모바일 게임 등을 포함하는 것을 반대하는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해 “청소년의 스마트폰 이용자가 늘어난 만큼, 정책도 환경 변화에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셧다운 제도 자체가 20세기 중반에나 통했을 규제”라며 “여가부가 21세기에 적응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셧다운 제도’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짚어본다.
 
◇ 패키지 게임 과몰입, 온라인 게임 못지 않아
 
미국에서 제작된 GTA 시리즈는 지난 MBC 뉴스데스크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을 만큼 폭력게임의 대명사다.
 
국내에서도 GTA시리즈는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GTA시리즈는 인터넷에서 불법적으로 쉽게 내려 받을 수 있다.
 
인터넷에 존재하는 많은 사이트와 포털 까페 등에는 해외에서 나온 신작 패키지 게임이 실시간으로 업로드된다.
 
이 중에는 GTA시리즈뿐 아니라 그 이상의 폭력성과 선정성이 포함된 게임이 많다.
(GTA4 화면, 청소년도 국내에서 쉽게 다운받을 수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즐겨하는 1인칭 슈팅(FPS)게임의 경우 해외 패키지 게임이 국내 온라인 게임보다 폭력성과 현실성이 더 높다.
 
셧다운 제도가 시행돼 16세 이하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이 불가능해지더라도, 게임을 하려는 욕구가 있다면 심의도 받지 않은 패키지 게임들을 인터넷에서 무한대로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또 일반적으로 ‘과몰입 정도는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온라인 게임은 심하고, 혼자 하는 패키지 게임은 약하다”라고 알려졌지만, 패키지 게임의 단기적인 과몰입 정도는 온라인 게임보다 더 심하다.
 
왜냐하면 해외 패키지 게임은 영화 같은 연출과 다양한 아이디어, 도전하고 싶은 심리를 자극하는 적절한 난이도로 이용자가 게임을 계속 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만큼 게임에 빠졌다는 뜻의 신조어 ‘문명하셨습니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과몰입 정도가 심했던 ‘문명5’도 해외에서 만들어진 패키지 게임이다.
 
현실적으로 청소년이 인터넷에서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패키지 게임을 즐기는 것을 정부가 단속할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 국내 규제, 온라인 상에서 무용지물
 
앱스토어의 게임 카테고리가 국내에서 막혀 있는 동안에도 국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이용자들은 앱스토어에서 게임을 구입했다.
 
해외 계정을 만들면 해외 게임 카테고리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게임은 영어를 몰라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경우가 많아, 언어의 장벽도 낮다.
 
국내 모바일 게임업계에서는 “국내 오픈마켓에 유료 게임을 올려도,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해외 무료 게임을 다운받기 때문에 수익이 나오지 않는다”는 걱정까지 나오고 있다.
 
셧다운제도의 허점은 이들 해외 게임에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앵그리버드, 해외 계정을 통해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 때문에 여가부는 국내 스마트폰 게임에만 셧다운제도를 적용하고, 국내에서 해외 스마트폰 게임이 유통되지 못하도록 오픈마켓 게임카테고리를 계속 닫아둘 계획이다.
 
하지만 해외 계정만 있으면 누구나 셧다운제도와 상관없는 해외 스마트폰 게임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결과적으로 셧다운제도는 국내 게임사를 죽이고, 해외 게임 개발자들을 배 불리는 모양이 되는 셈이다.
 
◇ 해외 온라인 게임ㆍ불법 서버로 이탈
 
최근 해외에서도 온라인 게임을 무료로 서비스하는 경우가 보편화 되고 있다.
 
유럽에서 ‘룬즈오브매직’이 부분 유료화로 큰 성공을 거두고, ‘반지의 지배자’등 기존 정액제 게임이 부분 유료제로 전환하면서 인기가 급등하는 등 성공 사례가 늘면서, 부분 유료 게임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과거 정액제였던 해외 온라인 게임은 지불 방식 등 청소년이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해외 부분 유료제의 경우 언어 외에는 어려움이 없다.
 
누구나 한국의 집에서 셧다운 규제를 받지 않는 미국이나 중국 서버에 접속해 게임을 할 수 있다.
 
부분 유료제를 일찍 시작한 '룬즈오브매직'의 경우 해외 서버를 이용하는 국내 유저 숫자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게임으로 가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불법 서버 이용이다.
 
개인이 불법적으로 서버를 운영하면서, 서버에서 아이템 거래 등을 통해 이득을 취하는 것은 지금도 게임업계의 골치 아픈 문제다.
 
만약 셧다운제도가 시행되면 셧다운 규제를 받지 불법서버 이용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주민등록번호 도용 더 심해질 것
 
지난 17일 열린 셧다운제도 관련 토론회에서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의 85.5%가 셧다운제도가 시행되면 성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할 뜻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셧다운제도가 도용된 주민등록번호까지 걸러낼 방법은 없다.
 
셧다운제도에서 더 자세한 개인정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셧다운제도의 영향을 받지 않는 해외 게임이나 불법 서버로 이용자들을 이탈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과몰입 해결책, 규제 아닌 관심
 
전문가들은 ‘셧다운제도’가 인터넷 이전 시대에나 효과적인 규제라고 지적한다.
 
마치 일정 시간 이후 특정 공간을 막아버리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공간과 시간의 한계가 약해진 현대 사회에서는 이런 규제가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을 줄이기 위해서는 주변의 관심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청소년들이 어떤 게임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를 부모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과할 경우 지도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개인사정으로 이러한 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를 위해 정부와 게임업계가 협력해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과거 우리는 만화 산업을 유해매체로 보고 많은 규제를 했었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만화 시장은 일본 만화에 점령당했다”며 “문화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정부 부처에서 과거 사례를 통해서도 알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김현우 기자 Dreamofan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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