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오너 색채 지우기·포트폴리오 재편' 속도
홍씨 일가 퇴장…포트폴리오 재편 기틀 마련돼
60주년 맞이 '라이프 케어' 브랜드 전환 시도
2024-06-25 15:50:31 2024-06-25 17:02:30
 
[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남양유업이 유업계 강자 지위를 되찾기 위해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오랜 기간 오너 리스크로 점철됐던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는 것과 동시에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에 나선 것인데요. 남양유업은 수익성이 낮은 외식 사업은 대거 정리하고 미래 성장성이 높은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 등을 개척해 활로를 모색한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는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사모펀드(PEF)라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금 회수 차원에서 이 같은 절차가 예상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수익성 낮은 외식 사업 정리…홍씨 일가도 모두 사임
 
25일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 24일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습니다. 남양유업은 NH투자증권과 신탁 계약을 맺고 올해 12월 24일까지 자사주를 취득하기로 했는데요. 이는 그간의 부진을 회복하고 경영 정상화 및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됩니다. 남양 측은 중장기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이행하고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남양유업은 수익성이 낮은 외식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한다는 방침입니다. 남양은 이탈리아 레스토랑 '일치프리아니' 및 '오스테리아 스테쏘', 철판요리 전문점 '철그릴' 등 외식 브랜드 매장의 영업 종료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치프리아니의 경우 앞서 지난 4월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지난해 압구정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계약 기간 종료로 문을 닫은 바 있습니다.
 
남양유업이 이 같은 수순에 들어간 것은 외식 사업이 예상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한 까닭입니다. 남양은 그간 유업계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지난 1995년 피자 전문점 '피자피아띠'를 론칭, 외식 업계에 진출했습니다. 이후 브랜드를 확장해나갔지만 의미 있는 수익을 올리진 못했는데요. 사업보고서에 이들 외식 사업 비중이 정확히 명시돼 있진 않지만 전체 매출 대비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유기농 아이스크림 및 커피 전문 매장인 '백미당'의 영업은 유지한다는 계획인데요. 수요층이 두텁고 수익성이 나쁘지 않아 정리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분석입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외식 사업과 관련해서는 다각도로 검토를 진행 중이다. 부문별로, 또 매장별로 효율성에 대해 점검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확정 사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업 재편 작업 속도 붙을 전망
  
홍원식 전 회장으로 대변됐던 오너 일가 색채 지우기에도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지난 3월 홍 전 회장이 공식 사임한데 이어, 다음 달인 4월 두 아들인 홍진석 상무와 홍범석 상무가 잇따라 퇴사하며 홍씨 일가는 아무도 남지 않게 됐습니다. 홍씨 일가가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남에 따라 남양유업은 보다 경영 정상화에 집중할 수 있게 됐는데요.
 
일단 실적 측면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보인다는 평가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2342억원으로 전년(2400억원) 대비 2.4% 줄었지만, 전년 157억원에 달했던 영업손실은 올해 74억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습니다.
 
사업 재편 절차의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남양유업이 그간 주력으로 삼아왔던 분유 업황 자체가 침체기에 접어들어 포트폴리오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통계청의 '2024년 3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출생아 수는 6만474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994명(6.2%) 감소했는데요. 이는 1분기 기준 역대 가장 적은 수준입니다. 특히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역시 1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무엇보다 PEF의 경우 기업 인수 후 5~10년 정도가 소요될 경우 경영권을 넘기는 '엑시트(투자금 회수)' 작업이 일반적 수순인 점을 감안하면, 2년 이상의 시간을 소송으로 보낸 한앤코 입장에서는 사업 재편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남양유업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이해 출생률 저하, 우유 소비 감소 등 위기를 해소하기 신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놨는데요. 특히 '아기 먹거리' 대표 기업에서 생애 주기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이프 케어'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전환을 시도하고, 다양한 신제품 출시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저출산 및 유업계 경쟁 심화 흐름 속에 매출 증대 작업에 집중할 것"이라며 "기존 브랜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단백질 및 건기식 등의 신제품 시장을 확보하고 'B2B(기업 간 거래)' 시장 및 수출 물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남양유업의 경우 주가를 다시 부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러며 "최근 불황기에 접어든 외식 산업 비즈니스를 과감히 구조조정하는 것도 이 같은 움직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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