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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중소기업청과 '활'의 흥행돌풍
서승원 중소기업청 창업벤처국장
"벤처캐피탈, 한국영화 흥행에 한몫"
2011-09-06 09:00:00 2011-10-17 09:32:04
요즘 극장가에서는 7080 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며 관객 700만명을 돌파해 올해 극장흥행 1위에 랭크된 ‘써니’에 이어 국산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처음으로 200만 관객을 모은 ‘마당을 나온 암탉’ 그리고 조선시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블록버스터급 사극 ‘최종병기 활‘(이하 활) 등이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흥행 기록을 세워 나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관 통합전산망에 의하면, 총 제작비 120억원이 들어간 영화 '활'은 손익분기점인 관객 수 300만명을 일찌감치 돌파하고, 지난 27일에는 개봉 18일만에 전국관객 400만명을 넘어서면서, 올해 한국영화 중 가장 빠른 흥행 기록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전투장면에서 그동안 칼에 가려져 있던 활을 전면 부각시켜 액션을 박진감 있게 보여 주는데, 발상이 신선하고 한마디로 “영화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영화를 관람하신 독자분들 중에 혹시 영화 시작할 때와 끝날 때 나타나는 크레딧 화면에 ‘중소기업청’이 협조기관으로 큼지막하게 나온 것을 보신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도대체 정부기관인 중소기업청이 이 영화제작에 어떤 역할을 했기에 크레딧에 나오는 걸까?
 
◇ 중소기업청 지원 '벤처캐피탈' 한국 영화의 숨은 실력자
 
사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벤처캐피탈(보통 ‘oo 창업투자’라는 이름으로 크레딧에 부분투자자로 소개된다)이 한국영화 산업의 큰손 역할을 하는 숨은 실력자이며, 특히 최근 전 세계에서 불고 있는 한류열풍의 후원자이며 주역중 하나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한해 평균 2.5편의 영화를 보는 것으로 집계됐다. 모든 사람들이 한국영화만을 보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영화를 즐겨 보는 관객 비중도 상당해 평균 2편중 1편 정도는 한국영화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간 약 100편이상의 한국영화(이중 상업적인 영화는 반 정도에 못미친다고 한다)가 만들어 지고 있으며, 영화제작에 소요되는 비용은 순제작비 기준으로 약 25억원(광고 및 개봉비용 등을 포함한 총제작비는 약 40억원 가량임) 수준이다.
 
◇ 한국영화 한 편 제작비 평균 40억 수준, 이중 17%만 이익
 
이를 통해 추산해 보면 줄잡아 한해 평균 4000억원 가량이 영화제작비로 소요되는 셈인데 이 많은 돈을 누가 투자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중 대부분의 돈은 벤처캐피탈이 운영하는 영화펀드(투자조합)에서 투자된다. 그리고 이들 펀드에 약 30~40%정도의 자금은 정부 재정에서 지원된 돈이다.
 
따라서 정부 재정지원을 받는 영화펀드가 한국영화 제작 투자에 참여하지 않으면 한국영화 산업은 큰 어려움에 겪게 된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 비해 정작 벤처캐피탈들은 영화투자를 통해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영화 중 수익을 내는 영화는 전체 제작편수의 약 17%에 불과하다고 한다. 즉 한국영화 중 83%는 투자자가 투자원금도 회수하지 못한다는 애기다.
 
◇ 한국영화 수익 떨어지는 원인, 이익 배분 구조 문제
 
이렇게 한국영화의 투자수익률이 떨어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주연배우에 대한 과다한 출연료 및 제작비 인상 등도 무시 못할 요인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영화산업 관련 주체들 간의 이익 배분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영화산업의 참여자는 크게 상영업자, 배급업자, 제작자, 투자자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들의 수익 배분은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관객 1인당 8000원의 영화 관람료를 받으면 영화발전기금 3%와 부가세 10%를 제한 나머지 6960원에서 극장주가 그 절반을 가져간다. 여기에 극장의 온갖 할인제도는 생각지 말기로 하자. 이렇게 해서 남는 3480원에서 또 10%정도는 배급사-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등-가 배급수수료로 가져가고 나면 겨우 3100원 남짓한 돈으로 (총)제작비를 충당하게 된다.
 
만약 그러고도 수익이 남으면 이때 비로소 투자사와 제작사가 그 수익을 나누게 되는데 평균 약 6:4의 비율로 나누어 가진다고 한다. 앞에서 극장과 나누는 것을 ‘극장부율’이라고 하는데 외국영화는 그 나누는 비율이 6:4로 극장이 40%를 가진다고 하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부율에서도 한국영화는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 관객 100~150만명 동원해야 겨우 손실 면해
 
이런 구조이다 보니 영화 한편이 만들어져서 수익이 나려면 정말 힘들다고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제작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한국 상업영화의 경우 관객이 100~150만명은 들어와야 겨우 손실을 면한다고 한다. (물론 극장관객수입 외에 케이블방송이나 비디오 등 부가판권이나 해외판권 수익 등이 기대되는 경우에는 이보다 적을 수 있겠다). 한국영화 중 1년에 그 정도의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는 많아야 20편 내외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영화산업은 흥행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제 영화 주체들 간에 위험을 분담해야 하는 구조로 인해 그 속성상 벤처투자가 적합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문화산업은 투자 성과외에도 부가적인 역할- 국가브랜드 제고, 우리 민족에 대한 자긍심 고취,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도 증진 등- 도 상당하기에 정부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영화산업에 대하여 우리 벤처캐피탈은 투자자금 공급이외에도 산업 발전에 필요한 몇 가지 추가적인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 '벤처캐피탈' 한류 열풍의 주역, 적극적 지원 필요
 
먼저 정부의 정책방침에 따라, 대기업에 편중된 투자를 보정하기 위해 총 운영자금의 일정 비율이상을 중소제작사(소규모 제작비의 다양성영화 제작지원 및 투자 포함)에 투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이디어는 있으나 제작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소규모 제작기업들을 지원하여, 창작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궁극적으로 컨텐츠 분야의 전문화 및 활성화 기반을 조성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다음으로 영화제작과정에서 벤처캐피탈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영화의 홍보 및 마케팅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영화의 상품가치를 높이고 제작비 절감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사회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이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벤처캐피탈은 영화의 제작을 포함한 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대기업계열의 상영 및 배급사가 주도하는 영화유통구조 속에서 중소제작사의 자본력과 협상력 부재를 보완하고, 이들의 권익을 보전하는 공정한 관리자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  K-POP 성공, 문화컨텐츠의 힘
 
최근 전 세계적인 K-POP의 성공에서 보듯 문화산업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고부가가치 산업이고, 한국영화를 포함한 국내 문화산업이 계속해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의 생산이 가능한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중소 제작사를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영화전문 벤처캐피탈을 육성하고 유관 펀드(투자조합) 결성을 지원하는 중소기업청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하겠다.
 
필자가 보기에 우리 영화산업이 한 단계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한국영화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아직도 조금은 더 필요해 보인다. 더 좋은 한국영화가 많이 나와서 우리 국민들이 한국영화를 좀 더 많이 보고 즐겼으면 한다. 그리고 기왕에 영화를 관람하러 간 분들이라면 영화 앞이나 뒤에 나오는 크레딧 화면에도 관심을 가지고 어떤 기관이나 투자사들이 영화에 투자하고 있는지도 눈여겨보셨으면 한다.
 
우리 벤처캐피탈들은 제3의 플레이어로서 한국 영화 진흥을 위해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뛰고 있다. 벤처캐피탈과 중소기업청의 투자와 후원 속에 한국영화가 국민들의 사랑을 더 크게 받고 세계적인 문화 수출 상품으로 성장해나가길 소망한다.
 
서승원 중소기업청 창업벤처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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