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장관 100일)물가·성장 둘다 불안..MB노믹스도 '흔들'
입력 : 2011-09-08 16:00:30 수정 : 2011-09-09 20:34:59
[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현 정부 3기 경제수장을 맡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9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5.6개각’으로 당시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이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자 현 정부의 '순장조'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박 장관은 ‘MB노믹스’의 설계자로서 전임 경제수장들의 ‘감세·고환율·성장중심’ 경제정책을 그대로 이어 받아 남은 임기를 수행하겠다는 뜻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지난 7일 2011세법개정안이 발표되면서 현정부 핵심 경제정책이었던 ‘감세’는 사실상 철회됐다. 불과 며칠전까지 '감세정책 고수'를 입에 달고 살았던 박 장관은 하루아침에 당의 위세에 밀려 '감세중단'으로 소신과 정책방향을 바꾼 것이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박 장관은 또 물가관리를 정책의 최우선 정책으로 삼겠다고 공언했지만, 사실상 물가관리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8월 5.3%에 달해 3년래 최고치까지 치솟았고 올해 하반기에도 물가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성장률을 당초 예상보다 0.5%p 낮췄지만 하반기에는 경기침체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물가와 성장 '두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것이란 예상이다.  
 
MB정부의 레임덕이 예상보다 빨리 시작되고 깊어지면서 취임 100일을 맞은 박 장관이 소신과 정책방향을 지켜나가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 '번복하는 게 가장 나쁜 정책'이라더니...무릎꿇은 ‘감세 지킴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자리에서 법인세와 소득세 감세 중단과 관련해 “당초 세발위 위원에게 통보한 개정안과 달라진 부분이 있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7·4·7공약을 앞세운 현 정부가 2008년 출범 이후 첫 번째 세제개편작업에서 종합부동산세는 무력화시키고, 법인세와 소득세도 큰 폭으로 완화하면서 시작된 부자감세가 3년만에 멈춰선 것이다. 
 
그동안 박장관은 “번복하는 게 가장 나쁜 정책”이라며 이른바 ‘부자감세’로 일컬어지던 현 정부 감세정책의 ‘지킴이’를 자처해 왔다.
 
하지만 7일 발표된 2011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사실상 감세철회를 당정이 합의하면서 감세지킴이 경제수장의 체면도 말이 아니게 됐다.
 
이같은 상황은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이 “2013년까지 재정건전성을 이루겠다”며 광복절 경축사를 하면서 청와대와 재정부 간 ‘감세추진’과 ‘감세조정’이라는 엇박자가 계속됐다.
 
결국 여당의 감세철회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임에 따라 ‘MB노믹스’의 핵심기조가 무너졌고, 효과가 불분명한 감세 정책을 지속하면서 재정건전성까지 회복하겠다던 박 장관은 앞으로 그동안의 발언을 수습하는데 급급할 전망이다.
 
◇ 최우선 정책 과제 '물가'였는데..3년來 최고치까지 급등
 
박재완 장관은 지난 6월 2일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식 자리에서 물가안정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차관급 회의였던 물가회의를 장관급으로 격상해 지난 7월20일부터 매주 개최하고, 현장 방문을 7차례나 하는 등 물가안정을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8월 소비자 물가는 5.3%로 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임전 5월 소비자 물가가 전년동월 대비 4.1%로 3월 4.7%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진정국면에 들어갔지만 취임 후 6월 물가는 4.4%, 7월 4.7%로 매달 상승하고 있다.
 
기상이변에 따른 집중호우와 긴 장마, 국제유가 불안 등 기후와 대외불안정성이 물가 상승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정부가 물가 문제를 해결하는데 ‘정공법’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 장관도 농산물 수급 안정을 위해 할당관세 품목을 늘렸고, 불공정거래 행위를 감시하는 등 나름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상반기 석유·통신 TF는 시작부터 ‘재탕, 삼탕’이라는 지적을 받았고 후속 조치 또한 미진한게 사실이다.
 
급기야 지난 8월부터 일반 시민들로부터 ‘물가잡기 아이디어 공모’를 실시해 장관 취임100일이 되는 9일에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나 아이디어가 정책에 얼마나 반영될지 모르고,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은 누차 지적돼 왔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거시적으로 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줄이고 환율을 낮춰 수입물가를 내려야 한다”며 “이 경우 이자비용 상승으로 경기가 위축되고 가계부채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물가 피해가 이보다 더 크다”고 지적했다.
 
◇ 부처간 팀워크 강조..복지는 “일하는 복지”
 
박재완 장관은 지난 8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일일점검체계를 구축하고 부처간 대응체계를 가동하는 등 긴밀하고 신속하게 대응해 나갔다는 평가다. 
 
물가와 대외경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은행과 거시정책협의회를 구성한 것도 부처 간 팀워크를 높이고 정책 이슈를 조율하고자 한 노력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경제부처간 장악능력이 뛰어나진 않았다. 
 
특히 기름값 유류세 인하 문제를 둘러싸고 지식경제부와의 충돌이 대표적이다.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정책운영방향 브리핑 자리에서 최중경 지경부 장관과 유류세 인하 문제에 대한 인식차를 보인 것을 비롯해 재정부는 지경부와 공공요금 인상안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박 장관은 정치권의 내년 선거를 염두에 둔 복지예산 요구에 ‘포크배럴’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취임사에서도 “복지 포퓰리즘을 막을 스파르타 전사가 될 것”이라고 무분별한 복지에 대해 경계해왔다. 
 
그는 근로장려세제(EITC)지원과 기초수급자 부양의무자 기준을 확대하는 등 일하는 복지, 맞춤형 복지를 바탕으로 복지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재정부는 8일 박재완 장관 취임100일 정책대응과 향후과제 자료를 통해 “높은 수준의 물가와 가계부채의 지속, 청년 일자리 등 서민 체감경기가 미흡했다"고 평가하고, “대외충격의 국내확산을 최소화하고, 재정건전성과 일자리 및 근로여건 개선 등을 통해 경제체질을 강화노력을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취임 100일간 주재한 회의가 59회, 현장방문과 강연이 39회, 브리핑만 33회를 가졌다. 바쁘게 뛰어다닌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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