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물가시대 생존법)③'폐지 더 줍고 구직나서고..' 더 팍팍해진 노인들
노인대학 끊고 생활비 충당위해 '일하는 노인' 늘어
입력 : 2011-10-12 11:21:49 수정 : 2011-10-13 16:24:42
[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올해 초부터 시작된 물가상승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물가가 안정될 것이란 정부의 예상은 빗나가고 고물가는 하반기를 넘어 내년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다. 집값과 전세값 불안에다 물가상승세가 계속되자 국민들의 일상생활 양식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주부들의 장바구니 구매패턴부터 직장인들의 소비, 부모들의 교육비 지출은 물론, 젊은이들의 결혼, 내집장만 등의 패턴도 예전과 달라지는 양상이다. 고물가 시대에 달라지는 국민들의 라이프패턴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1. 서울 사당동에 거주하는 김 아무개(여·70세)씨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몸과 마음이 바쁘다. 조금이라도 폐지를 더 걷어야 점심값이라도 건질수 있다. 요즘엔 시장 식품값, 식당 밥값이 올라 끼니를 때우려면 폐지를 더 주워야 한다. 1kg당 220~230원인데, 오전 내내 수거해도 20kg안팎. 그가 폐지를 수거해 얻는 수입은 최대 5000원이 안된다. 
 
#2. 충남 천안에 사는 김 아무개(남·68)씨는 늘그막에 영어를 배우러 지하철을 타고 서울에 있는 노인복지센터까지 왕래해 왔다. 하지만 최근 노인복지센터를 더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치솟는 물가로 높아진 생활비 충당을 위해 영어공부를 하기보다는 공공근로를 택했기 때문이다.  
 
◇ 물가상승 부담..취미생활 '어불성설'
 
지난달 LG경제연구원은 '연령대별 물가상승률 및 고통지수 분석 보고서'를 통해, 최근 1년 동안 40~50대와 30대의 물가상승률은 4.3%와 4.6%인데 비해 고령층은 5.2%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물가상승은 고령층의 제2의 인생을 위한 준비와 여가활동 등을 더욱 협소하게 하고 있다.
 
경춘선이 지하철로 연결되면서 춘천까지 나들이를 다녀 올 수있었던 안 아무개(남·64세)씨는 요즘은 춘천에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교통비가 들지 않아 춘천에 나갔다 오면서 요기를 했는데, 요즘은 외식비가 올라 요기하기가 겁난다"며 "교통비가 안들어간다고 서울근교를 나갈 수는 없다"고 하소연이다.
 
반면 탑골공원이나 무료급식센터의 노인들은 늘어났다. 서울 메트로 관계자는 "경로우대 무료승차권으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부쩍 늘었다"며 "지하철이 연결된 지방의 거주 노인들이 지방보다 무료급식센터가 많은 서울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신범수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 부장은 "물가가 상승하면서 취업을 원하는 고령인구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고령인구가 늘어 취업희망자는 꾸준히 증가세"라고 밝혔다.
 
통계청의 '2011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55~79세 인구 가운데 58.5%가 향후 취업을 원했으며, 취업을 원하는 주된 이유는 '생활비 보탬(54.9%)'과 '일하는 즐거움 때문(35.5%)'순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가구주인 '고령가구'의 비중도 2000년 11.9%에서 점차 늘어 2010년 17.4%로 10년 전보다 5.5%포인트 증가했다. 2009년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 중 '노후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응답자는 61.0%로, 고령자 절반 이상이 노후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노후준비 부족과 함께 고물가영향으로 취미생활을 위한 '복지센터'나 '노인대학'보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취업지원센터를 찾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경기도 부천의 한 노인대학은 "무료시설임에도 지난해보다 대학 이용자가 줄었다"며 "시간과 생활의 여유가 없는 노인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일하는 노인'..OECD회원국 중 1위 
 
중산층이라고 해서 고물가 부담을 피해 갈 수는 없다.
 
지난해 자녀를 결혼시키고 고등학생 자녀를 둔 서울 성수동에 거주하는 박 아무개(여·58세)씨는 생활비와 기름값, 남편 용돈으로 카드 결제비가 한달에 230만원, 공과금 40만원이 나온다. 고등학생 자녀의 학원비 역시 60만원. 박 씨는 "서울에서 숨만 쉬고 사는데 300만원 이상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처럼 물가 고공행진은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에게도 밀려오는 양상이다.
 
특히 신혼물가의 상승(관련기사 (高물가시대 생존법)②혼수품비·전셋값 부담에 결혼 '일단멈춤')으로 자녀를 결혼시킬 때 부담이 커지고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캥거루 자녀가 늘고 있다. 고물가의 부담이 자녀를 통해 노부모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 ‘2010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예상 은퇴시기는 평균 64.6세로, 민간기업의 평균 퇴직연령이 56세인 점을 고려하면 10년의 공백이 발생한다.
 
더구나 LG경제연구원은 은퇴준비 기간이 1995년 10.3년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10년 사이 남성과 여성이 각각 1.8년, 1.5년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는 기간은 줄고, 자녀 양육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노인인구는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9.4%였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아이슬란드(36.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지난 8월 우리나라 근원물가 상승률은 3.2%. 물가 역시 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다.
 
고령인구의 증가와 고물가 속에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일하는 노인들의 풍경은 일상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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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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