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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부러진 화살' 박훈 변호사 "사법부 통렬히 반성해야"
"피해자의 진술 뒷받침할 증거 없었다"
2012-01-20 10:00:00 2012-01-20 10:00:00
[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실제 사건인 일명 '석궁테러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 '부러진 화살'이 지난 18일 개봉했다.
 
석궁테러사건은 2006년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가 "김 교수의 재임용 탈락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2심 재판부의 박홍우 부장판사를 석궁으로 쏴 상해를 입힌 사건이다.
 
당시 김 전 교수의 변호인은 박훈 변호사.
 
박훈 변호사는 김 전 교수와 함께 사건이 조작됐다고 주장하면서 재판 내내 사법부를 "원칙에 어긋났다"고 거침없는 목소리를 낸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사법부는 통렬하게 반성해야한다"고 외치는 박준 변호사를 18일 창원에 있는 박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법부의 적나라한 모습..영화 통해 사람들이 알았으면"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으로서 개봉을 앞둔 소감은?
 
"일단 영화성적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가슴이 떨린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사법부의 적나라한 모습을 사람들이 영화를 통해 속속들이 알았으면 한다."
 
-영화는 어떻게 보았나?
 
"영화를 두 번 봤는데 처음 볼 때는 긴장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내 역할을 하는 박원상씨가 내 캐릭터를 잘 살렸는지 여부에 주목했는데 두 번째 볼 때는 눈물이 났다. 영화 막바지에 김명호 교수가 '너무 멀리 왔다'라는 대사를 하는데 그 장면이 참 슬펐다."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과 만나봤다고 들었는데 배우들에게 강조한 것이 있나?
 
"내 역할을 맡은 박원상씨한테 당부를 했다. '당신은 변호사가 될 수 없다. 변호사라는 것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철학 있는 양아치 변호사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을 했다."
 
-영화와 실제 '석궁사건'의 차이점은?
 
"법정 안 장면이 있고 법정 밖 장면이 있는데 법정 안 장면은 100% 실화다. 법정 밖 장면은 픽션과 논픽션이 섞여있다."
 
◇"김 교수의 무죄, 확신했었다"
 
-석궁사건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김 교수가 나를 변호인으로 선임하겠다며 구애를 했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일면식도 없었는데 김 교수는 나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김 교수가 '이 사건은 박훈 변호사만이 할 수 있다'면서 가족을 통해 여러 차례 전화를 했다. 처음에는 사건 수임을 거절했는데 1심 재판 선고를 앞두고 김 교수가 법원을 통해 선임 의뢰서를 보내더라. 끈질긴 김 교수의 요청에 변호를 받아들였다."
 
-김 교수의 변호를 맡고 해당 사건에 대해 살펴봤을 텐데 어떤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나?
 
"(사무실 곳곳에 쌓인 기록들을 보여주며) 기록들이 상당히 많다. 기록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는데 석궁으로 맞은 상처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실체적 진실을 밝혀보려는 의욕이 생겨났다."
 
-무죄를 확신했나?
 
"그렇다. 피해자의 말을 뒷받침할 증거가 존재하지 않았다. 형사사건은 검사가 유죄를 입증해야한다. 결국 피해자의 진술뿐인데 그 진술조차 앞뒤가 맞지 않았다."
 
-김 교수가 석궁을 들게 됐던 계기가 된 민사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민사사건 재판기록을 살펴봤다. 김 교수는 재판의 결과가 아니라 재판의 진행과정을 문제 삼았다. 김 교수의 주장은 재판장이 귓등으로 흘려버리고, 증인 신청 과정도 석연치 않았다. 김 교수는 박홍우 판사가 재판을 불공정하게 진행하게 만든 배후세력이 존재했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부러진 화살은 버려졌다"
 
-석궁은 실제로 발사되었나?
 
"화살이 장착되어 있었고, 박 판사가 석궁을 잡은 상태에서 두 사람이 뒤엉켰는데 이 과정에서 화살이 우발적으로 발사됐다. 화살이 발사됐지만 박 판사가 맞지는 않았다. 화살은 콘크리트 벽에 맞은 것 같다."
 
-콘크리트 벽?
 
"피해자와 그 당시 목격자인 아파트 경비원은 피해자가 맞은 화살이 부러져 있었다는 일치된 증언을 했다. 화살촉도 뭉툭하다고 했다. 화살이 부러지고 끝이 뭉툭해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실험을 해봤는데 콘크리트 벽에 맞으면 그렇게 되더라."
 
-부러진 화살이 사라졌는데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부러진 화살이 어디 있는지 수사를 맡았던 사람들을 추궁했는데 돌아오는 답은 '모른다'뿐이었다. 그 사람들은 애초에 화살을 찾지도 않았다. 당시 목격자인 아파트 경비원이 "이 부러진 화살이 어떻게 사람에게 상처를 입혔는지 의문이다"는 증언을 했다. 당시 검사가 파출소에 상주하면서 수사지휘를 했다. 아마 문제의 화살로는 상해를 입힐 수 없다는 판단과 함께 그것을 버렸다고 생각한다. 증거조작이다."
 
-화살을 버렸다?
 
"당시 경비원이 김 교수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화살 두 발과 부러진 화살을 화단에 가지런히 뒀다고 했다. 그 세 발의 화살을 가져간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을 추궁해서 부러진 화살의 향방을 찾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혈흔이 사라진 와이셔츠도 논란이 되고 있다. 속옷과 내복에 피가 묻어서 와이셔츠에는 피가 안 묻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당시 박 판사는 런닝셔츠를 입고, 그 위에 내복을 입고, 와이셔츠를 입고, 양복 조끼를 입고 있었다. 내복과 런닝셔츠의 구멍이 뚫린 부분에는 피가 흥건했다. 그런데 와이셔츠의 구멍 주위에는 피 자국이 아예 없다. 조끼와 양복에도 약간의 피가 묻어있었다. 이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혈흔조사결과에는 와이셔츠에 혈흔반응이 나왔다고 하는데?
 
"(상처부위와는 관계없는) 와이셔츠의 어깨부분에 혈흔반응이 나온다"
 
-그 혈흔이 박 판사의 것이 아니라고?
 
"그 혈흔과 피해자의 혈흔을 대조해본 적이 없다. 판결문에는 남성의 피라고만 나온다. 피해자의 혈흔과 대조해봐야 하는데 옷가지에 묻어있는 피만 조사했다. 그것이 피해자의 피가 맞는지 감정하자고 했는데 혈흔감정신청을 재판부가 계속 기각시켰다"
 
-박 판사가 혈흔감정을 거부했다고 들었다.
 
"그것은 모르겠다. 재판부가 처음부터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니 박 판사에게 공식적으로 요청조차 할 수 없었다"
 
-박 판사의 상처에 대해 담당 의사는 '3cm 가량의 창상'이라는 의견을 냈는데?
 
"진단서를 발급하고 상처를 치료한 의사를 증인으로 불렀는데 의사가 상처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3cm의 상처'가 깊이를 의미하는 것인지 길이를 의미하는 것인지를 집요하게 물어봤다. 화살이 근육층에 침투했는지 물어봤다. 당시 의사는 상처의 길이를 3cm라고 써놓은 것이지, 상처의 깊이가 3cm라고 써놓은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
 
-김 교수가 박 판사와 몸싸움을 하고 "판사를 처단했다"는 말을 했다는데, 단순히 겁을 주려고 한 것은 아니지 않나?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식의 질문이 많이 나오는데 그 말은 목격자의 진술이 아니다. 김 교수가 그저 조사과정에서 한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들이 어디에서 흘러나온 것인지 궁금하다. 사건 현장에서 김 교수가 처단했다는 이야기는 한 적이 없다. '재판부의 테러에 대한 저항권 행사'가 김 교수의 주장이다"
 
-석궁을 쏘는 것을 연습하고 회칼을 소지한 것은 사실 아닌가?
 
"재판 과정에서 논점도 안 됐던 부분이다. 수사기관에서 처음에는 회칼을 소지했다는 사실을 이용했다. 수사기관은 김 교수가 박 판사를 납치해서 살해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방향으로 조사를 시작했었다. 박 판사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다보니 흐지부지 됐다. 회칼 부분은 논점도 안됐다. 판결문에서는 그렇게 쓰여 있는데 소설이다"
 
-검찰 주신문에서 검사가 회칼 부분을 물어보지 않았나?
 
"검사는 물어보지도 않았다. 재판부의 소설이다. 대단하신 분들이다. 아예 검사가 주장하지도 않은 사실을 신의 입장에서 판단한 것이다"
 
-박 판사가 스스로 자해했다는 변호인 측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스스로도 너무 궁금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빨리 끝내려고만 했다. 실체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 난 상처인지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박 판사가 자해했다고 추론한 것이다"
 
-박 판사가 사건이 일어난 직후 집에 갔다 왔다고?
 
"화살을 경비원한테 주면서 "중요한 증거이니 가지고 있어라"고 말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올라가 옷을 갈아입고 왔다. 한 시간 정도 갔다 왔나?"
 
◇"석궁재판은 '원님재판'..사법부 반성해야"
 
-전체적으로 사건이 조작됐다는 취지인데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런 무리한 일을 했다고 보는가?
 
"박 판사의 사건조작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본다. 대법원 앞에서 김 교수가 박 판사의 판결에 대해 1년 반 동안 1인 시위를 했다. 박 판사 입장에서는 김 교수가 눈에 가시 같은 존재였다. 박 판사는 법원 경비를 통해 김 교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도 했다"
 
-재판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은?
 
"재판 전 과정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재판 진행 중 외압이나 변호를 방해하는 일은?
 
"없다.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
 
-대법원이 영화 내용에 대해 사실관계를 정리한 자료를 각급 법원 공보관들에게 발송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블로그를 열었다. 대법원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을 하면 재판 과정을 담은 녹취록을 블로그를 통해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다. 영화의 법정 장면은 사실 그대로다. 100% 실화다. 무엇을 문제 삼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
 
-어떤 면이 이해가 되지 않나?
 
"고등법원 부장판사 정도면 법원이 자기 식구라고 부른다. 형사재판에서 제1의 법칙은 재판부가 예단을 배제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건 발생 4일이 지나 대법원장이 회의를 열어 사건을 사법테러로 규정을 하고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자기 식구 재판이라면 더더욱 공정하게 했어야 했다. 이것은 '원님재판'이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는 식이다. 자기들이 그런 식으로 재판을 해놓고 무슨 대응책인지 모르겠다. 반성을 안 한다"
 
-반성을 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사법부를 잘 모른다. 사법부는 통제를 안 받고 비난을 받지 않는다. 재판당사자가 되어 당해본 사람들만이 사법부를 비난할 뿐이다. 사법부는 폐쇄적이다. 이제 열려있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사법부도 환골탈태했으면 좋겠다"
 
◇"김 교수는 평가불능..사법부, 국민의 소리 담아냈으면"
 
-김 교수는 아직도 만나는가?
 
"자주 보고 자주 통화한다. 김 교수에게 걸려있는 사건이 엄청 많으니까"
 
-김 교수가 수많은 사람과 소송 중인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사건을 모두 담당하고 있나?
 
"아니다. 중요한 것만 담당한다. 헌법소송같은"
 
-김 교수가 감옥에서 성추행 당했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김 교수가 실형을 받고 교도관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강간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
 
-김 교수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는?
 
"평가불능인 사람이다. 이 사건을 처음 접하고 김 교수에 대해 들었을 때는 자기 아집에 사로잡힌 돌아이 같았다. 김 교수의 변호 요청에 의해 김 교수를 접견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참 보수꼴통 같다는 생각이었다. (웃으면서) 나랑은 잘 맞지 않는다. 합리적 보수주의자 정도로 해두자"
 
-총선에 출마한다는데?
 
"진보진영에 속해 오랫동안 일을 해왔다. 진보진영의 통합을 위해 노력을 해왔다. 국회의원은 투쟁하는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평소의 지론이다"
 
-주로 어떤 사건을 변호했는지?
 
"노동사건을 주로 담당한다"
 
-석궁사건을 기억하고 영화 '부러진 화살'을 보는 국민, 관객에게, 그리고 사법부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 영화를 통해 사법부가 그동안 선출되지 않는 권력임에도 (개혁의) 무풍지대로 존재했던 것이 깨졌으면 한다. 사법부도 국민의 소리를 담아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는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권리는 충분히 보장되어 있다. "예, 아니오"로 기죽어 재판부에 말하지 말고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하고 싶은 말 모두 하시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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