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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삼성·LG 담합 집단소송비용 지원'..알고보니
실제 소송비용에 도움안되고, 엉뚱한 광고홍보비로만 책정
2012-01-27 11:20:11 2012-01-27 11:20:11
[뉴스토마토 최기철·임애신기자]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동수)가 진행 중인 '소비자손해배상소송 비용지원 정책'이 실효성 논란과 함께 '생색내기' 정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4일 녹색소비자연대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한 비용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기업담합 책임 묻는 첫 소비자 소송
 
이번 소송은 삼성전자와 LG전자(066570)가 지난 2008년 세탁기, 평판TV, 노트북 PC의 소비자판매 가격을 인상·유지하기로 담합한 것과 관련, 소비자들이 기업의 담합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첫 집단 소송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 담합행위로 공정위로부터 총 446억여원의 과징금 처분을 부과받았다. 그러나 녹색소비자연대가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피해가 구제되지 않고 있다며 소송을 준비 중인 가운데 공정위가 소송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공정위의 이번 소송비용 지원은 지난 해 12월15일 실시된 2012년도 업무계획 보고에 근거를 두고 있다. 공정위는 당시 기업담합으로 피해를 입은 개개인의 소비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이를 지원함으로써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고 기업의 법위반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소송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처음으로 시도된 정책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소비자 소송이 진행될 경우 이에 대한 '소송 대상자 모집 공고 비용'을 지원함으로써 보다 많은 소비자들을 소송에 참여시키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1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예산 1억원..오직 '광고·홍보'로만 용처 제한
 
그러나 '소송 대상자 모집 공고 비용'의 지출항목이 소송의 '광고·홍보'로만 제한되어 있다. 실제 소송에 필요한 다른 비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다른 사항도 그렇지만 집단소송의 경우 언론사에 대한 보도자료 배포와 함께 홈페이지에 관련사항을 게재하면 홍보효과는 충분히 거둘 수 있다"며 "신문 등 언론매체를 통해 광고 내지 홍보를 하는 것은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경제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현실은 그동안 여러 변호사들이 제기한 각종 집단소송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옥션이나 LG유플러스(032640), 네이트 해킹사건 등의 집단소송 경우 변호사들은 카페나 블로그, 홈페이지 등을 통해 소송인단을 모았으며, 보통 수천명에서 많게는 수만명이 소송에 참여했다. 
 
공정위가 소송을 지원한다고 보도된 녹색소비자연대측 관계자도 "보도를 통해 공정위가 소송경비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혀 잔뜩 기대했었는데 광고·홍보 비용만 지원한다고 해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
 
◇"잔뜩 기대했는데 실망만.."
 
연대측에 따르면 지난 16일 연대 홈페이지와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낸다는 사실을 알린 뒤, 공정위가 지원의사를 밝히며 연대측에 비용에 대한 제안서를 제출하라고 연락을 보내왔다.
 
이에 연대측은 '광고·홍보'비용을 제외하고 감정비용과 소송인지, 송달료 등 최소 4000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보냈으나 공정위측은 "책정된 '소송 대상자 모집 공고 비용' 예산이 1억원에 불과한데다가 용처가 '광고·홍보'비용으로만 제한돼 있다"며 1000만원 정도의 비용 지원이 가능하고 전용은 불가하다는 답신을 보내왔다.
 
소송을 준비중인 소비자들에게 가장 큰 경제적 부담은 소비자들의 손해를 감정하는 감정비용으로 연대측은 1심 감정비용으로 최소한 5000만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연대측 관계자는 "공정위로부터 무슨 대단한 지원을 받는 것처럼 알려졌지만 사실은 이와 다르다"며 "소송에 참여 문의를 해 오는 소비자들 중엔 공정위가 소송비용의 상당부분을 지원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아 일일이 설명을 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 의뢰인들 '비용지원' 문의 적지 않아
 
공정위가 연대에 대해 지원 계획 사실을 밝힌 시점을 두고도 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공정위의 소송비용 지원계획 사실이 보도된 것은 연대측이 소송 추진 계획을 밝힌 지 일주일이 훨씬 지난 시점으로, 연대측의 소송이 화제가 되자 공정위가 정책 홍보 차원에서 여기에 편승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가 연대측에 1000만원의 비용을 지원한다고 해도 문제는 간단치 않다. 연대측은 이미 50여명의 소송당사자를 모았으며, 현재도 매일 약 400명의 소비자들이 소송참가 의뢰를 해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광고·홍보'비용은 사실상 계륵(鷄肋)과 같다는 것이 연대측의 설명이다.
 
연대측 관계자는 그러나 "이번 지원이 공정위로서는 처음으로, 공정위가 느끼는 한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며 "매체 홍보는 어디까지 가능한지, 소송을 위해 사이트를 개설할 경우 이를 위한 비용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공정위와 구체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연한 항목 조정 필요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지원비용을 다양한 항목으로 쓸 수 있다면 소비자 소송을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텐데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며 "차후 보완차원에서 보다 유연한 항목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정책의 취지는 기업의 담합 등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 개개인의 권익을 구제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소송을 할 수 있도록 소송 대상자 모집 공고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소송비용 지원과 관련,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개개인의 소비자들은 소송이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한 공고가 필요하다"며 "녹색소비자연대로부터 삼성·LG 소송과 관련된 서류가 들어와 현재 검토 중이며 얼마의 금액을 지원할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연대측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상대로 한 소송 참가인을 2월 말까지 모집할 계획이며 이르면 3월 초 소장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뉴스토마토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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