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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연대 ‘시간’이 없다
2012-02-07 16:48:52 2012-02-07 17:00:27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총선 승리를 위해 손잡고 나아갈 것 같았던 야권연대가 원점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4.11 총선까지 불과 6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협상 창구마저 개설치 못한 야권의 현 상황은 불안을 넘어 위기 그 자체다.
 
석패율제 도입과 선거구 획정 등 정개특위 현안마다 마찰음을 냈던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이제 각 당의 내분마저 겹치면서 연대에 몰두할 당력마저 잃어버렸다.
 
대승적 차원의 결단을 머뭇거리는 민주통합당과 지분 의존도가 심화된 통합진보당의 기싸움이 결국 현 난국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급상승한 지지율에 고무.. 절박함보다 느긋함
 
원인은 우선 야권의 맏형인 민주통합당에서 찾을 수 있다.
 
한명숙 대표는 지난 1.15 전대 대표 수락 연설에서 공천혁명을 기치로 내걸며 “국민은 하나가 되어 더 큰 승리를 하라고 명령하고 있다”고 말해 기대감을 부추겼다.
 
특히 지난달 17일 대표 취임 인사차 통합진보당 대표단을 예방한 자리에서 “조속히 대화의 문을 열고 허심탄회하게 모든 걸 같이 해 나가자”고 제안, 야권연대는 당장이라도 가시화될 것 같은 분위기를 형성했다.
 
그러나 의례적 립서비스로 끝나고 말았다.
 
야권연대에 대한 원칙도, 방향도, 고민도 없이 당직 인선과 공심위 구성 등 총선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내부정비에만 시간을 허비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당내 반발을 잠재우느라 또 허덕였다.
 
내부정비를 하면서 통합진보당과의 실무협상 채널을 여는 투 트랙을 가동할 수도 있었지만 한 대표는 그러지 않았다. 공심위 구성이 완료되면 대외채널 또한 열리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일주일이 흐르도록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진정성의 결여라는 오해를 낳을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통합 이후 급상승한 정당 지지도에 고무돼 독자 승리에 대한 자신이 깊게 배여 있는 탓도 크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6일 발표한 정례조사결과에 따르면 민주통합당은 36.9%의 지지율로 32.9%에 머문 한나라당을 앞질렀고, 통합진보당(3.9%)과는 무려 33%포인트의 격차를 나타냈다.
 
이는 절박함이 아닌 느긋함을 불러왔다. 한 주요당직자는 7일 기자와 만나 “연대는 어떤 형태로든 한나라당과의 1대1 구도를 만드는 승리의 필수요건”이라며 “다만 심각한 당내 반발도 뒤따른다. 모든 걸 고려해서 하는 거지, 조급하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격전지 부산의 문·성·길(문재인·문성근·김정길) 라인의 한 축인 김정길 전 장관은 “야권연대의 위력은 해본 사람은 안다”며 거듭 지도부의 적극적 노력을 촉구했다.
 
민주당 공심위원장직 제의를 고사한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도 “자신감을 넘어 자만이 발동하는 단계”라며 “연대는 언제나 소수파의 지분보다 더 줄때만 성사된다. 야권연대가 삐걱거리면 35% 고정 지지층이 있는 한나라당이 1당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박빙이 벌어지는 접전지, 특히 수도권에서 야권이 분열돼 나섰을 경우 늘 한나라당에게 고배를 마신 점을 상기하라는 지적이다.
 
◇독이 된 학습효과.. 지분 두고 내분마저
 
통합진보당의 심화된 의존도도 연대를 어렵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진보당은 민주통합당의 전당대회 다음날인 지난달 16일 ‘총선 승리를 위한 야권연대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또 광역별 정당 지지도에 따른 공천 배분을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양당의 공동 공약으로 합의하자고 말했다.
 
준비된 발 빠른 움직임으로 갓 출범한 민주당 지도부를 압박하려는 의도였지만 민주당 측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움직인다”는 반응이 새어나왔다. 하락추세가 완연한 진보당 지지도를 지적하며 “결국 민주당에 기대려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묻어났다.
 
진보당 내부에서도 협박과 압박이 아닌 자력을 키워야 한다는 자성론이 제기됐지만 결국 ‘연대론’에 묻혔다. 야권연대가 최초로 성사된 지난해 6.2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각종 재보선에서 성과물을 차지한 학습효과가 묻어난 결과였다.
 
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활발히 대중과의 접촉을 늘리는 것 외에 양당 구도를 깰 비책이 없다는 현실론도 민주당에 대한 의존을 심화케 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총선에 출마할 후보 선출 과정에서 각 정파 간 지분싸움이 격화되며 한때 유시민 공동대표가 당무를 거부하는 등 내분이 격화되기도 했다. 3일 긴급 전국운영위원회와 5일 전진대회를 통해 내홍은 진정세로 접어들었으나 남은 후보 선출 과정은 녹록치 않다는 게 당내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최근 기자에게 “우리끼리도 화학적 결합을 못한 채 지분만 주장하면서 또 다시 민주당에게 연대 지분을 말한다는 게 어쩔 땐 부끄럽기까지 하다”고 토로했다. 그의 지적대로 이정희·유시민·심상정 공동대표단은 기회가 날 때마다 ‘야권연대’만을 외치고 있다.
 
결단을 머뭇거리는 맏형과 큰집에만 의존하려는 둘째 앞에 놓인 시간은 정확히 6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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