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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공개..94년엔 주의조치, 이정렬판사는 6월정직
법정관리비리 5개월과 형평성 논란..괘씸죄 '의혹'
2012-02-14 11:34:46 2012-02-14 11:34:59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영화 '부러진 화살'의 소재가 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복직소송 재판부의 합의 내용을 공개한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43·사법연수원 23기)가 중징계 처분을 받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법원 안팎에서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14일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에 따르면 '심판의 합의를 공개함으로써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이 표면적인 징계 이유지만, 속내는 '대통령 패러디'로 논란을 빚은 이 판사에 대한 '괘씸죄'가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점차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법관 연임 심사에서 탈락한 서기호 판사(43·사법연수원 23기)의 경우도 표면적인 이유는 '근무성적 평정이 나쁘다'는 것이지만, 서 판사 역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서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이유로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더욱이 지난 1994년 부산 강주영양 유괴살해사건을 담당했던 박태범 부장판사(변호사·8기)가 피고인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2대 1로 합의가 어려웠다"며 합의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이 당시 박 변호사는 대법원장의 주의조치를 받는 데 그쳤다.
 
박 변호사의 사례와 비교하면 이 부장판사에게 내려진 6개월 정직이라는 징계 조치는 사안에 비해 얼마나 강경한 대응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6개월 중징계'는 법정관리 비리 혐의로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선재성 전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50·16기)가 받은 정직 5개월보다 더 무거운 징계 수위다.
 
이번 사건의 논란은 이 부장판사가 석궁테러 사건을 일으켰던 김명호 전 교수의 교수지위확인소송(민사재판) 항소심 재판부 합의 내용을 공개한 행위가 발단이 됐다.
 
이 부장판사는 '부러진 화살' 개봉 이후 "김 전 교수의 민사재판도 불공정하게 이뤄졌다"는 비난이 높아지자 법원 내부 통신망 '코트넷'에 "교수지위확인소송 항소심 결심 후 당시 재판장이었던 박홍우 의정부지법원장을 포함해 만장일치로 김 교수의 승소로 합의가 이뤄졌었다"며 합의 내용을 공개해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창원지법은 이 부장판사를 지난달 31일 법관 징계위에 회부됐다.
 
징계위는 이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 청구 내용을 심의한 끝에 "실정법을 어겨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고 법원의 신뢰를 손상시킨 점이 인정된다"며 정직 6개월의 징계를 의결했다. 정직 처분을 받은 법관은 정직 기간 동안 재판을 할 수 없고, 보수도 받을 수 없다.
 
정직은 법관징계법에 명시된 정직·감봉·견책 등 세 가지 징계 가운데 가장 중징계에 속하며 최장 1년 이내에서 처분할 수 있다.
 
이 부장판사의 징계사유는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정한 법원조직법 65조 위반이다. 이 조항은 합의재판부 판결의 통일성과 익명성 확보 및 합의재판부 판결에 대한 신뢰 확보를 위해 1949년 법원조직법 제정 당시부터 규정되어 왔다.
 
다만 3심인 대법원 판결은 합의에 참여한 대법관들의 의견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법원조직법상 심판 합의의 비밀유지 의무는 대법원 판결시 합의에 관여한 대법관이 의견을 표시하는 것과 다르다. 대법관의 의견 표시는 법률심의 특성상 모든 대법관의 법률의견을 밝히도록 하는 것으로서 사실심에서의 합의비밀 공개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 판사의 석연치 않은 '법관 연임심사 탈락' 의혹, 이 판사에 대한 '중징계' 조치 등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법원 내부의 반발이 조직화 되고 있어 사법부 내 이념 논쟁은 점차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서부지법은 오는 17일 오후 4시 '법관 연임제와 근무평정의 공정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일선 판사회의를 열 방침이다.
 
전국 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열린 것은 지난 2009년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집회 재판 개입 논란 이후 3년 만이다. 이른바 '재임용 사태', '중징계 조치'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불만이 조직적인 형태로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카새끼 짬뽕' 등 대통령을 조롱하는 듯한 사진을 올려 소속법원장으로부터 서면경고를 받았고, 같은 해 11월에는 한·미 FTA 비준안 강행처리에 대해 SNS를 통해 비판한 현직 부장판사를 옹호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바 있으며, 서 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하는 '가카의 빅엿'이라는 표현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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