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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FTA 가격인하 효과 '50점'..양주·소형가전 '그대로'
2012-04-05 16:40:47 2012-04-05 17:07:04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소비자들이 FTA에 관심이 많아요. 관세가 철폐되거나 인하된 품목들의 값이 싸지니 소비자들 반응도 좋고, 자연스레 수입업체 등 관련 회사들도 관심이 커져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더군요"(서초구 신세계백화점 유통업체 직원)
 
"오렌지나 호두 등은 가격이 싸져 좋아요. 하지만 일부 품목에 한정돼 있고 다른 품목들은 가격 인하 효과가 별로 없어서.. FTA효과, 그다지 피부에 와닿지 않아요"(주부 김 모씨)
 
한·칠레 FTA 발효 8년, 한·EU 9개월, 한·미 22일째를 맞고 있지만 FTA 발효에 따른 가격인하 효과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엇갈렸다. 과일·견과류·와인 등은 가격이 내린 반면, 주스·양주·소형가전 등은 별다른 인하 효과가 없었다. '절반의 성공'이라는 비판적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과일류·견과류·와인 등은 가격 내려..
 
실제 5일 오전 10시께 찾은 서초구 반포동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도 이런 상황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지하 1층 식품·수입주류 코너. FTA 발효 후 주로 과일류와 식품류에서는 관세인하 효과를 실감할 수 있었다.
 
미국산 오렌지의 경우 한·미 FTA 발효 전에는 개당 1480원이었지만 지금은 1100원으로  25% 내렸다.
 
캘리포니아산 호두는 FTA 발효 후 100g에 2760원에 판매, 발효 전(3000원)보다 8% 인하됐다. 캘리포니아산 아몬드도 100g에 2160원으로 FTA 발효 전보다 240원 떨어졌다.
 
인근의 킴스클럽 강남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미 FTA 발효 전에는 1290원에 판매되던 미국산 오렌지를 FTA 발효 후 109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번 주는 FTA 홍보차원에서 일주일간 할인행사를 진행해 개당 990원에 팔고 있었다.
 
1만900원에 판매하던 캘리포니아산 호두는 FTA 발효 후 30% 가격 인하된 7990원에 팔았다.
 
킴스클럽 관계자는 "오렌지와 호두는 FTA 가격 인하의 대표적 상품"이며 "소비자 반응이 가장 좋은 품목들"이라고 말했다.
 
와인도 FTA 발효 후 일부 가격이 내렸다. 미국산 와인 `조단 까베르네쇼비뇽 750ml'은 한ㆍ미 FTA 발효이후 18만원에서 16만원으로 가격이 11% 인하됐다.
 
'알파로 샤도네이 750ml'와 '쉐필드 토니 포트 750ml'도 각각 8000원씩 인하돼 4만8000원, 1만5000원에 판매 중이었다.
 
◇주스·양주·소형가전 가격은 '그대로'
 
반면, 주스·양주·소형가전·공산품 등 제품의 가격은 그대로였다.
 
서초구에 사는 주부 김 모씨는 "우리 집 아이가 웰치스를 즐겨 마셔 FTA가 발효돼 가격이 내려가면 자주 사게 될 줄 알았는데 가격이 그대로"라고 불평했다.
 
킴스클럽 강남점에서 장을 보던 또 다른 주부 역시 웰치스 진열대 앞에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FTA 발효 이후 웰치스사 주스 가격이 변함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웰치스사 과실주스는 한·미FTA 발효 후 약 50%의 관세가 즉시 철폐됐지만 미국산 웰치스 오렌지·포도주스 가격은 변함이 없었다.
 
킴스클럽 관계자는 "FTA 발효 전에 공급받은 웰치스 재고량이 아직 남아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관세가 5% 내린 발렌타인 17년산 위스키도 판매가격이 14만5000원으로, FTA 전후 가격변화가 전혀 없었다.
 
8%였던 관세가 완전 철폐된 공산품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 '브라운' 전동칫솔과 '테팔' 전기다리미, '휘슬러' 후라이팬은 가격변동이 아예 없었고 '필립스' 전기면도기와 '치킨에이드' 냉장고는 3~5% 인하에 그쳤다.
 
그 동안 한·칠레 및 한·EU FTA 등 FTA가 발효돼 관세가 철폐 내지 인하됐음에도 수입제품들의 실제 소비자 가격이 인하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입증된 셈이다.
 
◇공정위, FTA 무관세 수입품목 등 가격점검 강화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FTA에 따른 가격 인하가 충분치 못한 품목으로 일부 소형가전과 음료 등을 지목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FTA 관세 인하 효과 현장 점검에서 "미국산 오렌지 등은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관세인하 이후 가격이 하락한 데 비해 일부 유럽산 소형가전과 음료 등은 가격이 충분히 하락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관세인하 효과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품목에 대해선 무엇이 가격을 바로 내리지 못하게 하는지 유통단계별로 원인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유통구조 개선 및 발전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면서 "(점검 과정에서) 시장지배사업자의 남용행위 등 불공정행위가 발견될 경우, 시정명령·과징금 부과·형사적 접근 등의 엄중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개별적인 수입원가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포괄적으로 묶인 품목별 평균가격은 공개할 수 있다"며 수입원가 공개 의지도 내비쳤다.
 
한편, 공정위는 한·미 FTA 관련 오렌지, 체리, 호두, 맥주, 와인, 자동차, 냉장고 등 13개 품목의 가격을 매주 점검할 계획이다.
 
한·EU FTA에 대해서는 전기다리미, 전기면도기, 전동칫솔, 프라이팬, 위스키 등 5개 품목을 가격비교 정보 대상으로 선정하고, 이들 제품의 유통단계별 가격수준 및 원인을 분석, 6월까지 소비자에게 제공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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