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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겨냥 '팔 걷어붙인' 국세청..‘현재권력의 힘’
2012-05-03 17:55:09 2012-05-03 18:04:58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국세청이 전방위 세무조사에 나섰다.
 
삼성·현대차·LG·SK 등 4대그룹 핵심 계열사가 1차 타깃이다. 대기업 압박이라는 반발과 저항을 피하기 위해 의약, 프랜차이즈 등 세무조사 대상을 늘렸다. 의약업계의 고질병인 리베이트 관행과 스타벅스 등 외국 프랜차이즈 업체의 국내시장 잠식 등을 끼워넣어 대기업의 입도 닫아버리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여기에는 현재권력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갖은 측근 비리로 좌초하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침몰(레임덕) 속도를 최대한 늦춰 보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평가다. 친기업을 표방한 정부 입장에서 재계마저 등을 돌린 상황을 그대로 두는 것은 사실상 국정운영의 실패를 처참하게 확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업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세무조사의 칼을 들이댔다는 게 정·재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물론 국세청은 “지난해 말 마련된 연간 조사 일정표에 따른 정기 세무조사”라며 이 같은 평가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연말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동시다발적 세무조사에 착수한 배경에 대해선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세청은 이미 지난달 국내 최대기업 삼성전자(005930)에 대한 세무조사를 마쳤다. 추징 세액만 5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본사와 해외 자회사 간 이전가격, 특히 지급보증 수수료에 초점을 맞춰 거액의 추징을 뽑아냈다. 이전가격 조작은 해외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의 대표적인 세금 회피 수단이다.
 
국세청은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LG전자(066570), SK건설, 기아차(000270), 삼성엔지니어링(028050) 등 내로라하는 재벌그룹 대표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1국과 4국 등 세무검찰로 불리는 핵심 부서들이 총동원됐다.
 
조사 기간만 5~7개월여에 달해 대선 직전인 11월쯤 마무리될 예정이다. 세무조사 대상인 한 대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 기업 길들이기로 대선까지 옴짝달싹 못하게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정부의 경고성 메시지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삼성전자 사례처럼 이전가격, 지급보증까지 문제 삼을 경우 자유로울 기업이 몇 개나 되겠느냐”며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만큼 (기업) 말문도 닫힐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가 국세청의 칼날에 직면하면서 숨죽인 채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현재권력의 힘이 이끌어낸 결과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선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끝낸 삼성전자의 탈세 자료를 국회 요청에도 불구하고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차기 정부에 재계 압박 카드를 쥐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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