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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무질서·무책임·무능력, '3無' 통합진보당
2012-06-27 10:50:12 2012-06-27 13:20:04
[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도무지 현 위기상황에서 벗어날 출구가 안보인다.
 
지난 4·11 총선 이후 두 달에 걸쳐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정도면 차라리 당을 깨버리는 게 낫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기 시작한다.
 
통합진보당은 26일 비례대표 부정·부실의혹에 대한 2차 진상보고서를 채택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반쪽짜리였다.
 
진상보고서 채택을 논의하기도 전에 구 당권파에서 판을 깨버렸기 때문이다.
 
김동한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은 "법학자의 양심에 기초해서 봤을 때 이번 조사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철저히 보장되지 못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전국운영위가 열리기도 전에 사퇴했다.
 
그러자 김미희 의원은 "2차 진상조사특위가 위원장의 의견마저 묵살하며 편파 부실조사 보고서를 일방적인 표결로 강행처리를 했다"고 규탄하며 2차 진상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사전에 김을 빼버렸다.
 
유시민 전 대표가 27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말했듯이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진상조사를 계속해야 할 판이다.
  
1차 진상보고서 발표 이후 당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책임을 진다는 의미로 비례대표의 일괄사퇴가 의결됐지만 이석기, 김재연 의원은 당당히 국회의원 뱃지를 달았고, 현재까지 '사퇴'는 감감 무소식이다.
 
갈수록 태산이라고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한 당 대표 등 선거는 서버 결함으로 일시정지되어 버렸다. 
 
통합진보당은 27일 새벽 4시쯤 공지글을 올리고 "인터넷투표시스템을 운영하는 서버에 문제가 발생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인터넷투표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실수인지, 누군가 고의로 투표진행을 중단시키려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보통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25일 시작된 투표는 28일까지 진행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날 투표가 정지되면서 이번 선거를 어느 시점에서 종료해야 하는 것인지를 놓고도 논란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를 선출할 당시에도 서버점검을 이유로 투표가 중단된 바 있어, 이번 사태는 만만치않은 후폭풍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투표중지로 인해 새로운 지도부 구성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투표결과에 대한 정당성도 의심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진행중인 투표가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데 일조할 가능성이 커졌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통합진보당에 기대를 갖고 있는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이 정도로 문제해결 능력이 없는 정당이라면 차라리 당을 깨버리는 낫다", "고작 이런 정당을 하자고 통합을 했나?", "당장 해산해야 한다"는 자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어차피 구 당권파가 다시 당권을 접수할 경우 대규모 탈당사태와 함께 야권연대 파기가 불가피한 형국이다.
 
그렇다고 혁신파가 구 당권파를 압도하는 세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투표정지에서 볼 수 있듯 그렇게 능력있는 집단도 아닌 듯 하다.
 
여기다가 선거관리와 전반적인 부실·부정선거에 대한 당 차원의 책임은 사라지고, 이제는 누가 더 많이 부정을 저질렀다는 둥, 누가 부정이 더 작았다는 둥 하는 말들을 하고 있다.
 
그것도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말이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인지 '당원의 대표'인지도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국회의원 행세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탓이다.
 
통합진보당이 이번 사태를 원만하게 처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야권연대로 얻을 수 있는 시너지는 사라지고 있으며, 오히려 역시너지가 생길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기초적인 상식도 통하지 않는 정당이 입으로만 진보를 떠든들, 그들이 한국 사회의 진보를 위해 조금이라도 기여할 바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시간이 약'이라고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사태는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 벌어진 일은 수습이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국고보조금을 받는 정당으로서의 책임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한마디로 무책임한 집단은 여전히 기세등등하고, 그들에 맞서는 집단은 허약하고 무능력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적 질서도 무너졌고, 집단의 의사결정에 승복하는 정당민주주의의 기초원리도 무시되고 있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차마 보고 배울까 두려울 정도다.
 
민주주의의 훈련장이 되어야 할 정당이, 반민주주의적인 행태로 가득찬 상황이다. 그렇다면 통합진보당은 정말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마땅히 해산해야 할 상황까지 온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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