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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온 현대음악
2012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 관객의 열띤 호응 속 성황리에 마쳐
2012-11-05 18:50:59 2012-11-05 18:52:51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서울시향의 상임 작곡가 진은숙이 이끄는 현대음악 축제 '아르스 노바'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세종체임버홀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1일과 3일 진행된 이번 공연은 유명 음악가들과 명곡을 앞세우면서 관객들을 현대음악의 세계로 자연스레 이끌었다.
 
7회째를 맞는 이번 '아르스 노바'는 공연장의 특성에 맞춰 차별화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꾸려졌다. 세종체임버홀에서는 소규모 콘서트홀의 묘미를 즐길 수 있었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오케스트라의 긴밀한 협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전 곡의 지휘는 세계적인 지휘자 페테르 외트뵈시가 맡았다.
 
첫날 실내악 콘서트 무대의 주인공은 단연 소프라노 서예리였다. 서예리는 재기발랄함과 이지적인 해석으로 관객들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사무엘 베케트의 라디오 극 <타다 남은 장작>을 토대로 만든 페테르 외트뵈시의 곡 '옥테트 플러스'에서 서예리는 3명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언어의 음악화를 시도했다. 해안가로 밀려왔다가 다시 가는 파도를 소리로 묘사해 내는가 하면, 베케트 극의 사이(pause)를 효과적으로 표현해냈다.
 
진은숙의 곡 '스내그스 앤 스날스'에서도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이상한 나라를 방문한 앨리스를 환상적으로 표현한 서예리는 마지막 무대인 죄르지 리게티의 '마카브르의 신비'에서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다. 나치 비밀경찰인 게슈타포의 수장 역할을 연기하는데 서예리는 가죽 원피스에 경찰모자를 착용하고 손에는 권총과 가죽채찍까지 든 채 나치 경찰의 광기를 완벽하게 희화화했다. 소프라노의 자유로운 영혼에 한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이밖에 서울시향이 선보인 루크 베드포드의 '황금 위 언덕에서 태양 아래 장막 옆'의 경우 피아노와 현악기가 제각각의 타이밍으로 음을 오르락내리락하다가 금속성의 소리로 치달으면서 유쾌하지만은 않은 도시의 소리를 효과적으로 묘사했다.
 
작곡가 신동훈이 선보인 '팝업'의 경우 신예다운 경쾌함이 엿보였다. 전자기타 소리와 앰프의 노이즈를 묘사하는 이 곡에서 바이올리니스트들은 바이올린을 기타주법으로 연주하면서 모종의 해방감을 맛보게 했다.
 
두번째 날 관현악 콘서트 무대는 페테르 외트뵈시의 진지한 지휘, 그리고 서울시향과 첼리스트 양성원과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협연이 돋보였다. 연주자들의 훌륭한 기량 덕분에 가리 음악의 세계는 다소 낯설었지만 어렵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왔다. 
 
첫 으로는 죄르지 게티의 '루마니아 협주곡'이 연주됐다. 민속음악의 색채가 강하게 느껴지는 이 곡에서 악기들은 저마다 독립적인 소리를 냄으로써 자유로운 민중을 연상하게 했다.
 
페테르 외트뵈시의 '첼로 콘체르토 그로소'는 헝가리의 광활한 자연을 떠올리게 했다. 첼리스트 양성원은 과감하면서도 섬세한 연주로 마치 살아 있는 말이 내달리듯 역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죄르지 쿠르탁의 곡 '새로운 메시지'는 꿈과 그림자, 고별 등 다양한 테마에 대한 단편적인 인상을 모은 곡으로, 짧은 소품을 연달아 연주하는 것 같으면서도 수미상관적 구조를 통해 완성감과 통일감을 선사했다. 외트뵈시의 지휘 아래 오케스트라가 서로 다른 테마를 각기 다른 분위기로 분명히 표현해내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버르토크의 '피아노 협주곡 2번'에서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기량이 단연 돋보였다. 피아노와 타악기, 그리고 현악기가 대립하는 이 곡에서 김선욱은 쉴새 없이 건반을 주무르며 관객을 숨 죽이게 했다.
 
'2012 아르스 노바'는 관객의 귀를 쉴 새 없이 자극하며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소리의 세계를 펼쳐보였다.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고전 음악과는 달리 위계질서 없이 모든 악기가 평등한 관계에서 연주됐다는 것이다. 편견 없이 악기와 연주법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현대음악의 세계는 클래식 음악의 현대적 외연 확대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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