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中 노동여건 딜레마
2012-12-28 10:47:13 2012-12-28 10:49:02
[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삼성전자(005930)와 애플이 중국 생산라인의 노동여건 딜레마에 빠졌다.
 
27일 중국의 IT전문매체 허쉰커지(和訊科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ILO)의 권고를 받아들여 중국 노동자들에 대한 초과근무 시간을 점진적으로 단축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중국 근로자들은 오히려 추가 근무를 할테니 기본급여를 강화하고 장려금(인센티브)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국의 한 삼성전자 하청업체 공장에서 근로자가 조립이 완성된 스마트폰 갤럭시S2를 살펴보고 있다.(출처: 테크블로그, Tech Blog)
중국의 광동성(廣東)과 혜주성(惠州) 등에 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하청공장 노동자들은 하루 할당량을 채우려면 꼬박 12시간을 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삼성전자의 중국 하청업체 HTNS 션전(深玔)에서 근무 중인 왕홍웨이(王宏衛)는 4명의 동료와 함께 갤럭시S3 조립 라인에 속해 있다. 5명이 한 조가 돼 하루에 조립해야 하는 제품은 2700대다.
 
왕홍웨이는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입사 당시 사측은 우리에게 10시간이면 충분히 할당량을 채울 수 있을 거라고 설명했다"며 "하지만 하루 꼬박 쉴틈없이 일해야 겨우 완성할 수 있는 양"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하청 생산하는 대만계 업체 팍스콘(Foxconn)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세계 최대규모의 OEM 회사인 팍스콘에서는 적정수면 시간까지 위협하는 초과근로 시간과 사측의 지나친 사생활 감시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근로자가 2년동안 모두 10명에 이른다.
 
이처럼 중국에서 제조업체들이 가장 많이 적발되는 위법 행위는 법정 근무시간을 초과하는 추가 근무다. ILO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수년전부터 중국 당국에 공장에서 이뤄지는 초과 근무를 줄이라고 권고해 왔다.
 
이에 삼성과 팍스콘은 2년 안에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을 단축하겠다며 협조를 약속한 상태다. 팍스콘은 오는 2013년 7월까지 추가근무 시간을 법정 허용시간인 36시간 이내로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삼성 역시 2014년까지 중국의 모든 하청업체에게 같은 조건의 근무시간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근로자들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월급 역시 줄어들게 돼 생활고를 겪게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은 오히려 추가근무를 설테니 기본급여를 올려달라고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주문자생산방식(OEM) 업체인 팍스콘(Foxccon)은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생산하고 있다. 팍스콘 중국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아이폰5를 조립하고 있다.(출처: iSlave)
 
팍스콘에서 근무하는 리샤오안은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회사가 추가근무 시간을 줄이게 되면 근로자들에게는 불리할 것"이라며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월급도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리샤오안이 근무하는 팍스콘 정주(鄭州)공장은 애플의 아이폰5를 조립·생산하고 있다. 리샤오안은 "지금은 IT업계의 계절적 비수기"라며 "아이폰5에 대한 시장 수요가 줄어들면서 하루 평균 8시간씩만 근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한달을 근무할 경우 리샤오안이 받게되는 월급은 2000위안(34만3520원) 수준에 불과하다.
 
그가 초과근무를 포함해 하루 10시간씩 근무했을 때 받았던 월급이 3200위안(54만963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초과근무가 없으면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