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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마을 '환지'냐 '공영'이냐 또 갈등.."주거 개선은 언제"
강남구 '환지방식 반대' 입장발표에 주민 반응 엇갈려
2013-03-21 18:17:34 2013-03-21 18:19:55
[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서울의 대표적인 무허가 판자촌인 구룡마을의 개발방식에 대해 서울시와 강남구청 간 이견이 드러나면서 주민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민영개발을 원하는 주민들과 공영개발을 지지하는 주민들의 대립이 또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민영개발 쪽 주민들은 환지방식을 반대한 강남구청을 항의방문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환지방식은 보상금 대신 개발이 끝난 뒤 토지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반면, 공영개발 지지 주민들은 투기세력이 아닌 원주민들을 위해 공영개발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은 타워팰리스 등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구 도곡동과 인접해 있지만,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꼽힌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도시 미관사업으로 도심에서 밀려난 철거민들이 하나둘씩 모여살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마을이 형성됐다.
 
◇구룡마을
 
재개발이 절실한 지역이지만 개발 방식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강남구, 주민과 토지주 등의 이해 관계가 얽히면서 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시는 2011년 4월 공영개발 계획을 확정발표했으나, 지난해 6월 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일부 부지를 환지방식으로 변경했다. 환지방식이 적용된 부지는 5만4000㎡로 전체 부지의 18%에 달한다.
 
그러나 강남구(구청장 신연희)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환지방식을 결정한 시의 개발계획은 토지 수용·사용을 원칙으로 하는 공영개발의 취지에 맞지 않아 반대"한다고 못박으면서 다시 마을이 시끄러워졌다.
 
신연희 구청장은 "SH공사가 개발이익 사유화에 대한 특혜논란 방지, 외부 투기세력 차단 등을 위해서는 공영개발에 의한 수용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시 도시계획위원회가 강남구와 협의 없이 환지방식을 추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지방식을 적용할 경우 대토지주 등에게 개발이익이 귀속될 뿐만 아니라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어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민영개발을 주장하는 주민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구룡마을 주민자치회에서 활동하는 김모(가명)씨는 "강남구의 발표 내용은 주민들을 투기꾼으로 모는 것"이라며 "투기세력을 몰아내 1200가구로 맞추느라 노력했는데 투기꾼으로 몰려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그는 특히 "지난 1월18일 구룡마을 주민 1975명이 공람공고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환지방식을 요청했지만 강남구가 이를 무시했다"며 "강남구청이 주민들과 전혀 소통하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구룡마을 토지주 대부분이 대토지주로부터 지분 쪼개기를 통해 명의신탁을 받았다는 신 구청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400여 주민들이 산 156-2번지 토지를 주민 명의로 매입하면서 토지대금이 없어 지주에게 돈을 빌린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주민들에게 공영 임대주택을 제공한다는 강남구의 개발방식은 주민들의 월세부담만 높일 것"이라며 "열악한 환경에서 참고 기다려온 주민들의 재정착을 위해서는 민영개발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룡마을 주민자치회는 오는 25일 주민회의를 열어 대규모 항의 집회, 강남구청 항의 방문 등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공가(빈집)로 분류돼 강제철거됐음을 알리는 경고문
 
공영개발 지지 주민들 역시 "공영개발이 진짜 주민들의 뜻"이라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주민 이모(가명)씨는 "주민자치회는 민영개발을 시행하는 건물 안에 있고 일부 간부들은 시행사로부터 월급을 받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원주민이 아닌 사람들도 10평씩 지분등기를 갖고 있는데, 환지방식은 투기세력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개발을 위해 명도 소송 등으로 원주민을 쫓아낸 민간 시행사에서 진정 주민들을 위한 개발을 하겠느냐"며 "공공성이 있고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서 공영개발을 해야 원주민 다수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영개발에 찬성하는 다른 주민은 "민영 시행사가 명도 소송 등으로 몰아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통에 민영개발에 찬성한 주민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시와 강남구청이 주민들의 재정착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한 만큼 무조건 민영개발에 반대하기보다는 (서울시와 강남구에) 협조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처럼 재개발 방식에 대한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수십년째 열악한 환경 속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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