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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화학물질 사고..'안전불감증' 만연, '늑장대응' 습관
2013-04-16 14:38:46 2013-04-16 14:41:29
[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최근 대형 공장에서 폭발과 유독물질 누출 등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국내 화학물질 취급 기업들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특히 사고를 대하는 기업들 대응이 '예방'보다는 '수습'에 무게가 실리면서 비판의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 만연한 안전불감증에 습관화된 늑장대응이 인재의 화마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경고다. 
 
지난해 말부터 발생한 기업들의 안전사고는 총 12건이다. 이중 화학물질 누출 사고는 총 9건으로, 삼성그룹 관련 3건을 비롯해 올 들어 벌써 7건이 대기업으로부터 발생했다.
 
14일 삼성정밀화학(004000) 울산 공장에서 염소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해 비상이 걸렸다. 지난 1월 삼성전자(005930) 반도체공장에서 일어난 불산 누출 사고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지 불과 한 달만에 재발했다.
 
그룹 차원에서 안전 및 환경 부문을 대폭 강화하고, 지적이 있을 경우 사고에 준하는 엄중 문책을 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사고는 미연에 방지되지 못했다. 현장에 만연해 있는 안전불감증이 주요 원인이란 게 관계자들 고백이다.  
 
뿐만이 아니다. SK하이닉스(000660)와 LG실트론 등 대기업 공장에서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데다 구미와 청주 등 중소기업 공장에서도 누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안전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도 있었다. 지난달 14일 전남 여수 대림산업(000210) 화학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난해엔 경북 구미에선 불산 폭발 사고로 23명의 사상자를 내고, 지역의 농축산업이 황폐해지는 참사를 겪기도 했다.
 
화학물질 누출 사고는 아니지만 포스코 역시 심각한 '안전불감증' 기업에 이름에 올렸다.
 
지난달 22일 연산 60만톤(t) 규모의 제1파이넥스 공장에서 불이 발생해 작업자 1명이 연기를 마시는 부상을 입었고, 사건 발생 5일 후에는 포스코 제강공장에서 크레인 운전원이 오전 크레인을 점검하던 중 사고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잇단 사고로 인명과 재산피해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와 기업들은 보상과 재발방지 약속 등 사건 무마에만 집중할 뿐 근본적인 대비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빈번한 원인을 생산설비가 늘어나는 속도를 안전관리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한 데서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로 해석했다. 여기에다 사고가 터진 뒤 늑장 대응이나 은폐 움직임이 화마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이어진 사고 대부분은 시민들의 신고로 뒤늦게 알려져 당국의 대처도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형 공장 등 업체들이 안전사고를 숨기는 것을 당연시하는 데는 당국의 관리감독 소홀이라는 근원적 병폐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안전 불감증이 뿌리내려 기업들의 늑장 대응이나 은폐가 최근 화학물질 누출사고의 주원인"이라며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도 무시할 수 없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환경부와 안전행정부 등 정부부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회사 입장을 밝히기엔 무리가 있다"며 "보상과 재발방지 약속 이외에 뚜렷한 대책이 없다"고 실상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산업안전보건법 10조2항의 '중대재해' 시 지체없이 신고하도록 한 규정에서 '중대재해'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3개월 이상 요양을 필요로 하는 이가 2명 이상, 부상자 또는 직업성 재해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했을 경우인 '중대재해' 정의부터 고쳐져야 한다"고 조언였다.
 
이경성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화학사고 예방팀장은 "관련제도 정비를 통한 관리감독 강화도 중요하지만, 일차적으로 기업들의 실질적인 비상조치 훈련이 거의 없고 기업과 협력사들의 비상조치 매뉴얼에 대한 공유가 미흡한 것이 사고 확대의 주된 이유"라며 "사고 초동대응 훈련 의무화, 협력업체 직원 보호를 위한 정보제공 강화 등 당장 시급한 것부터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발생한 기업 안전사고 일지
 
2012년 9월27일 구미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
 
2013년 1월12일 상주 웅진폴리실리콘 염산 누출사고
             1월15일  청주 지디 불산 누출사고
             1월28일 화성 삼성전자 불산 누출사고
             1월31일 용인 삼성전자 이소프로필알콜 누출사고
             3월2일 구미 LG살트론 볼산혼합액 누출사고
             3월5일 구미 구미케미칼 염소가스 누출사고
             3월14일 여수 대림산업 화학공장 폭발사고
             3월22일 포스코 제1파이넥스 공장 화재사고
             3월27일 포스코 제강공장 크레인 운전원 안전사고
             3월28일 SK하이닉스 청주 공장 감광액 누출 사고
             4월14일 삼성정밀화학 울산 공장 염소가스 누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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