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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렵나" 계속되는 국가재정법 추경요건 논란
구체적인 요건항목 열거 필요성 제기
2013-04-18 08:00:00 2013-04-18 08:13:17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가 지난 16일 17조3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추경 규모와 사용처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추경이 국가재정법에서 정한 추경요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국가재정법상 '경기침체'에 따른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추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과연 현재의 우리 경제를 추경을 편성할만큼의 '침체'로 봐야 하는가 하는 의문도 뒤따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불과 3개월 전까지 추경 불가론을 펼쳤다가 돌연 추경편성의 입장으로 선회한 데 대해 권력 교체에 따른 경기판단의 급작스런 변화가 정책혼선을 가져 온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무엇이 '경기침체'냐 명확한 규정 없어
 
현행 국가재정법은 특별한 경우에만 이미 확정된 예산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여건의 중대변화가 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할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한 경우가 그것이다.
 
정부는 이번 추경안을 내 놓으면서 그 편성 근거로 '경기침체'의 발생과 발생 가능성을 그 근거로 들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분기대비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까지 7분기 연속 0%대의 저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분기 0.9% 성장에 이어 2분기 0.3%, 3분기 0.1%로 성장률이 하강했고 4분기에도 0.4%에 머물렀다. 한국은행과 정부는 올 1분기에도 0%대 성장을 면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 미만의 저성장이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국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경제활력도 크게 떨어져 있다"며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추경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부총리의 설명은 다른 한편으로는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을 고민하던 지난해말에 이미 6분기 연속 0%성장이라는 기록이 나와있었고, 올 초에 발표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0.4%로 3분기 0.1%보다는 양호했다.
 
올해 1분기 성적이 나와봐야 하겠지만, 딱히 경기판단을 새롭게 해야하는 큰 변동은 없는 셈이다.
 
오히려 한국은행은 향후 경기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16일 한국경제가 올해 2.8%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2.8%는 1월 전망치보다는 하향 조정된 수치지만 정부의 2.3% 전망보다는 훨씬 긍정적이다.
 
IMF는 특히 내년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넘은 3.9%까지 성장할 것으로 평가했다.
 
문제는 법이 명시한 규정이 애매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경기침체'나 '대량실업'이라고만 적시하고 있을뿐 어떤 것이 경기침체인지, 실업률이 얼마가 되어야 '대량실업'인지는 알수 없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경우 등을 경기침체로 보고 예산을 경정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운영하고 있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해말 국회에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할 때 경기침체로 본다"면서 정치권의 추경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정부가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전인 15일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도 이러한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경기침체가 어떤 것이냐를 이번 기회에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하고 정부가 공식적인 견해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고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가 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라는 국가재정법 조항을 억지로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이번에는 어떻게 추경요건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창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추경 요건에 대해서는 지금 마이너스성장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적게나마 플러스성장을 하고 있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 "정부가 바뀌면서 성장률 전망을 대폭 낮추고, 장기적인 저성장 기조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세입경정에 추경예산 쏟아부어 논란 더해
 
정부가 추경의 상당부분을 경기부양을 위한 세출이 아닌 지난해 잘못 예측한 상황에 따른 세입부족분 메우기에 사용한다는 점도 추경요건에 의문을 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7조3000억원의 추경예산 중 12조원을 세입부족분을 메우는데 사용한다고 밝혔다.
 
최재성 의원은 "성장 전망을 잘못하고 세외수입을 잘못 잡은 것은 경기침체나 대량실업 등의 중대변화와는 별개의 문제다. 어떻게 추경요건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만우 의원도 "일각에서는 세입경정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도 있고, 공기업 민영화(산은·기은 주식매각)는 천천히 해도 되니까 세입경정보다는 세출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 자체를 명확화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용주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은 "어떤 것을 경기침체로 볼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것이 없어서 항상 추경때마다 논란이 된다"면서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기준을 적용할수는 없겠지만 이번 기회에 전문가들이 모여서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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