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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위건 2부리그 강등..지난 7년 연속 '생존왕' 행보를 마치다
2013-05-15 18:26:55 2013-05-15 18:29:44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하위 팀 위건 애슬래틱스를 부를 때 많은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생존왕'이라는 별칭을 앞에 붙이기 시작했다.
 
위건은 지난 2005~2006년 처음 영국의 1부 리그인 EPL로 진출해 8년 동안 자리를 계속 지켜왔다. 시즌 중반까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며 강등권 언저리를 맴돌다 후반에는 리그 강팀을 연파해 1군에 살아남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람들은 떨어질 것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지만 떨어지지 않는 열매처럼 막판 뒷심을 살려 어렵사리 강등권 탈출 기쁨을 맛보는 위건에 상당한 관심을 표했고, 위건도 축구팬의 기대에 부응하며(?) 지난 7년간  '자리 보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8년차인 올해는 끝내 강등의 멍에를 벗지 못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우승을 이룬 직후라는 시점과 평소 시즌 후반 강팀에 돋보였던 모습 때문에 세계의 많은 축구팬들은 이번 강등에 아쉽다는 반응이다.
 
◇EPL 37라운드, '챔스 진출 본능'과 '리그 생존 본능'의 대결
 
지난 7년 동안 EPL 잔류에 성공한 위건의 생명줄을 끊은 장본인은 아스날이다.
 
아스날은 15일 영국 런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서 열린 2012~2013 EPL 37라운드 경기에서 위건 애슬래틱을 맞아 '4-1'로 승리했다.
 
이날 전반은 "시즌 막바지에 오면 맨유와 맨시티도 이긴다"는 위건의 강한 전력이 드러났다. 절대적 전력에서 아스날이 월등하게 앞서는 상황에서 위건은 아스날과 대등한 수준으로 공방전을 전개했다. 비내린 날 원정 팀 위건은 결코 아스날에 비해 약하지 않았다.
 
선제골은 아스날이 넣었지만 전반 종료 직전 위건은 결국 동점 골을 기록했다. 프리킥할기회를 맞은 위건의 말로니가 롱슛을 차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위건은 후반 10분 미드필더인 칼럼 맥마나만이 심한 부상 때문에 구장을 나가며 교체되자 맥없이 무너졌다.
 
후반 18분에 골문을 내준 이래 23분, 26분 연이어 아스날에게 골문을 내주면서 패배를 자초했고, 결국 위건은 홈팀 아스날에게 '4-1'로 대패했다.
 
주목할 것은 아스날 또한 위건과 마찬가지로 '자리 보전 본능'이 있다는 것이다. 아스날은 지난 1997~1998시즌 이후 단 한 번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진출에 실패하지 않았다. 이번 2012~2013시즌을 빼도, 15년간 연이어 UCL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이번 시즌 UCL 진출 티켓을 놓고 아스날이 토트넘과 마지막 자리를 다투자 아스날이 진출할 것으로 기대한 사람이 많았던 이유다. 
  
결국 아스날의 '챔스 진출 본능'과 위건의 '리그 생존 본능' 아스날이 좋은 기록을 잇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위건처럼 FA컵에서 우승한 팀이 같은 시즌에 2부리그로 강등된 사례는 그동안 없었고, 이번에 처음 나왔다.
 
◇'생존왕'의 지난 과거
 
위건이 '생존왕'으로 불리기 시작한 때는 지난 2007년. 2004~2005시즌 챔피언십(2부 리그)을 뚫고 2005~2006시즌 처음으로 EPL을 경험했던 다음 해다.
 
2005~2006시즌 창단 73년만에 밟은 EPL에서 위건은 초반 11경기를 무패(9승2무) 행진으로 이어갔다. 비록 후반들어 연신 패배하며 결국 정규리그 10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위건은 팬들과 축구계에 강한 인상을 줬다.
 
하지만 다음 해부터 위건의 '생존왕' 역사가 시작됐다. 2006~2007시즌 위건은 셰필드 유나이티드와의 최종전을 승리했고, '10승 8무 20패'(승점 38점)으로 동률을 이룬 상황에서 양팀 득실차 1점 차이로 EPL 잔류에 성공한 것이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이적하기 이전의 팀을 상대하며 역전골을 넣은 데이비드 언스워스 때문에 이 경기는 아직 회자되고 있다.
 
이후로 위건은 강등권을 넘나들면서 축구 팬들에게 매년 두근거림을 느끼도록 했다. 지난 2011~2012시즌에는 초반 정규리그 8연패와 중반 8연속 무승(4승4무) 위기에도 끝내 리그에 남아 '생존왕'이란 이름값을 다했다.
 
위건의 시즌 후반기 경기는 하위권 팀에 약하고 중·상위권 팀에게 강한 모습이 남다르다. '도깨비팀'과 '의적팀'으로 불리던 이유다. 
 
하지만 위건은 이같은 '생존왕' 행보는 다음 시즌에 보기 어렵게 됐다. 지난 12일 맨체스터 시티를 꺾고 창단 이후 최초로 FA컵에서 우승하는 쾌거를 이룬 직후라 축구팬의 충격은 더하다. FA컵 우승 팀이 같은 시즌 2부리그로 강등된 사례는 위건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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