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 유예 시한을 하루 연장하는 등 이란 전쟁이 기로에 선 가운데,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 충격은 이제 막 시작됐다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수주에서 수개월의 시차가 존재하는 만큼 현재 미국 경제의 충격파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입니다. 전쟁이 단기간 내 종식되더라도 이미 발생한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은 수개월에 걸쳐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인데요. 외신들은 "진짜 인플레이션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SNS 트루스소셜에 “오는 7일 이란 발전소와 교량 등 핵심 인프라에 대한 대대적 공격을 퍼붓겠다”는 글을 올렸다. 사진은 워싱턴 백악관 앞. (사진=AP 연합뉴스)
현재 물가는 '착시'…지연된 '인플레 쇼크' 불가피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의 협상 시한을 7일로 하루 연기했습니다. 특히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내일(6일)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이란과 지금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존 6일까지였던 공격 유예 시한을 미 동부시간 기준 7일 저녁으로 하루 연장하면서 협상 진전을 위한 시간 벌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주가 이란 전쟁 중대 확전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5주 넘게 이어진 전쟁이 곧 종식되더라도, 이미 발생한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은 수개월에 걸쳐 경제 전반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외신과 주요 투자은행들은 이번 전쟁을 단순한 유가 상승이 아닌 '지연된 인플레이션 충격'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는 10일 발표될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대해 '착시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번 CPI가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전쟁의 경제적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전 단계라는 평가입니다. 국제유가는 이미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며 급등했고 휘발유와 디젤 가격도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3월 CPI에는 이러한 상승분이 제한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큽니다. 전쟁이 본격화된 시점이 3월 초 이후인 데다, 해상 운송과 정제 과정을 거쳐 미국 내 소비자 가격으로 전이되기까지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유가 상승, '플라스틱·식품·의료'까지 연쇄 영향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외신들은 4월 이후부터 에너지 가격 상승이 운송비와 물류비를 거쳐 소비재 전반으로 확산되는 '2차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석유 충격은 시간이 지나면서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며 초기 에너지 가격 상승이 결국 더 광범위한 물가 압력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습니다. <로이터>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촉발된 공급 차질이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료 부족으로 이어지며 플라스틱과 포장재, 화학 제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물량 부족’ 문제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합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배송에 연료 할증료를 부과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곧 탄산음료 병과 세제 가격 상승을 체감하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현상은 이란 전쟁이 미국 경제에 미치기 시작한 초기 신호로 다가오는 폭풍을 알리는 천둥과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에너지 비용 상승과 금리 상승, 공급 부족이 더 큰 충격의 전조일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미 아시아에서는 이러한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석유화학 공장들은 감산에 들어갔고, 플라스틱 수지 가격은 전쟁 이후 최대 50% 이상 급등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식품 포장재와 의료용 플라스틱 공급 차질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소비자 생활 전반으로 빠르게 번지는 모습입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주가 이란 전쟁 중대 확전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이 같은 흐름은 미국 역시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JP모건은 중동에서 출발한 원유가 미국에 도달하는 데 35~45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 내 본격적인 공급 충격은 4월 말부터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초기에는 가격 상승으로 나타나겠지만, 상황이 악화될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물리적 공급 부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입니다.
인플레이션의 성격 역시 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서비스 물가와 임금 상승이 주도하는 '내수형 인플레이션'이 중심이었다면, 이번 전쟁 이후에는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 충격이 주도하는 '외부 충격형 인플레이션'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번 분쟁은 여러 경로를 통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결국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각국이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복합적인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핵심은 시간이라는 분석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에너지 공급 충격은 분쟁이 끝난 이후에도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며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로이터>는 "이미 발생한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은 수개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경제 전반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